주술 빠진 이의
비상계엄령
나이 탓이랄까?
계절 탓이랄까? 갑자기 느껴 오는 피로감이 온 몸을 나른하게 해 온다.
곧 찾아드는 졸음에 깜빡 잠든 순간 켜 놓았던 TV에서 청각을 크게 요동쳐 오는 긴급속보에 화들짝 놀래 무의식 속 몸을 일으켜 세운다.
2024년10월3일 오후 10시30분!
주술에 빠진 이가 비상계엄을 발표하는 속보가 모든 채널을 가득 채워 잠들었던 적막을 요동치고 있다.
주마등 치듯 흐르는 1979년 10월26일의 45년이 지나 가버린 긴 세월!
전두환 군사정권의 계엄령 발표에 극렬히 저항하셨던,
지금은 고인이 되신 주안1동 주임신부였던 김병상 신부님!
인천시민회관 광장에서 "계엄령 철폐!"를 외쳐대며 희망의 표식이였던 종이컵 씌운 촛불 켜 들고 외쳐 대던 그 함성이 되살아 난다.
당시 이곳을 지나던 직장 선배였던 김연만씨가 나를 발견하고 놀래서 쫒아 와 손잡고 데모 군중에서 끌어 내며, 공무원의 정치 중립 조건을 일러주며, 데모대 합류를 만류하던 추억!
잠시 적막을 흐르는 뉴스 내용을 파악하며, 서둘러 추위를 이길만한 두툼한 옷을 챙겨 입고 아파트를 나선다.
지나는 이 없이 외로운 깊은 밤거리!
겨우 붙어 작은 생명을 유지시켜 주었던 매마른 엷은 줄기가 모질게 불어오는 북풍에 뭇매 맞고 놀래서 손을 놓는다.
순간 한해 동거 해 오며, 고은 연초록에서 노랗게 옷 갈아 입고 붉은 아름다움으로 뭇 시선을 끌어 왔던 한닢 단풍이 낙엽되어 허공에 가슴 저린 이별을 고한 앙상한 가지와 까맣게 맞은 밤이 서러워 윙~!윙~! 울고있다.
다행으로 검암역에서 출발하는 공항철도에 몸을 싣고 국회의사당을 향하는 머리 속은 과거의 혼돈과 5.18 광주시민의 투쟁 현장이 빠른 영상으로 스쳐 흐르고 있다.
김포공항에서 환승한 9호선은 암흑으로 가득찬 지하공간을 꿰뚫고 질주하는 사이 나를 다시 한번 돌아 볼 기회를 만들어 준다.
나이 칠십이 넘게 살았으니, 떨어지는 낙엽잎 따라 간들 여한이 없다는 느낌으로 이 땅에서 어렵게 만들어 온 민주화를 절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분노!
이 목숨 마지막 순간이 될지언정 완전 무장한 계엄군 직접 만나 철수 필요성을 이해 시키고, 군화발에 차이고 끌려가 모진 고문을 당할 지언정 그들의 진로를 가로 막아 보겠다는 신념이 넘쳐 흐른다.
더 나이 들어 아이들에게 짐이 되는 삶 보다는 차라리 오늘이 마지막 순간 될 지언정...
내 자식과 이 땅에서 살아 갈 후손들을 위하여 늙어 진 목숨을 포기하는 영광스런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각오!
어느사이 두 눈에서 흐르는 눈물은 분노의 눈물일까? 회한의 눈물일까?
국회의사당역 하차하자 들려 오는 함성!
느림보 걸음이였던 옮기는 걸음에 속도가 붙어 과거 삼십대 젊음으로 돌아간다.
수많은 군중의 틈새를 휘집고 국회의사당 정문을 폐쇄시킨 경찰병력과 마주친다.
그들의 표정도 어쩔수 없는 명령을 수긍하려는 역겨움이 군중과 정면 충돌 상황의 두려움으로 "비켜 서!"라는 내 설득에 난감해 한다.
굳게 잠겨진 웅장한 철제 대문을 뛰어 넘는 국회의원들의 조급한 몸 놀림이 시야에 들어 온다.
의사당 창문을 뛰어 넘는 수많은 계엄군들의 민첩한 몸 놀림과 내부에서 충돌 소리로 초조함이 극치에 다달아 온 몸이 져려온다.
빨리 성원되어 계엄령 철폐 안건이 무사히 통과 되어야 할텐데...!
우원식 의장의 차분한 진행속 190명 재적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령 철회 안건이 의결되었다는 소식이 1시5분쯤 전하여 들어 온다.
휴! 긴 한숨을 길게 내어 뱉으며 내가 더 살아 갈 기회가 또 다시 주어짐을 인식한다.
참으로 길고도 긴 수명이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은 그 생명이 길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우리는 민주화를 만들어 오는 과정에서 수 많은 희생자들의 피로 물들여 왔다.
이 고귀한 자유와 인권유린을 포기 할 수는 없다.
공격 해 오는 무력 계엄군 장갑차에 깔려 죽을 지언정 어렵게 이루어 온 민주화를 포기 할 수는 없다.
야당에게 보여 주려 했던 비상계엄이였다는 터무니 없는 변명을 늘어 놓는 윤석열이 퇴진하고 그 죄가 물어 질 때까지 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일은 토요집회 참석이다.
마누라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철 없는 바보는 무엇 때문에 12월3일 10시30분 시간에 비상계엄령을 발표하였을까?
12월3일 10시30분을 누군가 풀어 본 주술을 올린다
十二月 -> 王
三日 十時 -> 王
三十分 -> 王
이 세끼 이것 또 주술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