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늘 망설입니다.
좋은 책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딱 하나를 골라달라고 하면,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를 선택합니다.
‘토지’는 박경리 선생님께서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쓴, 집필하는 데만 무려 25년이 걸린 대하소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토지’ 1부를 연재 중이던 1971년 8월에 암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르셨습니다.
병마와 싸우며 작품을 연재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집필을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토지’의 서문에 나오듯이, 목숨이 있는 이상 ‘글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라면서 고통을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렇게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쓴 글이기에 대작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고통 없이 자란 포도는 훌륭한 포도주가 될 수 없다고 하지요.
척박한 땅에서 자라야 스스로 뿌리를 깊이 내리면서 진짜 좋은 포도주를 키우지 않습니까?
고통을 모두 피하고 싶어 하는 우리입니다.
그러나 고통의 유익함도 바라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 유익함을 보지 못하는 사람은 고통에 좌절하고 실패로 인해 더 큰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고통이 있어 단어와 문장이 빛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2024.11.14 대학 수능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