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齊家] 제6장 제가(齊家)/1. 樂殊貴賤 禮別尊卑 (악수귀천 예별존비)(백우)
제 6 장 제가(齊家)
1. 樂殊貴賤 禮別尊卑 (악수귀천 예별존비)
【本文】
樂殊貴賤 禮別尊卑 악수귀천 예별존비
음악은 귀천따라 정도를 달리했고 예절도 높고 낮음 엄격히 구별했다.
【훈음(訓音)】
樂 풍류 악 殊 다를 수 貴 귀할 귀 賤 천할 천
禮 예도 례 別 다를 별 尊 높을 존 卑 낮을 비
【해설(解說)】
지난 제5장에서는 수신(修身)에 대하여 공부했는데 이번 제6장에서는 제가(齊家)에 대해여 알아볼 차례입니다.
《대학(大學)》에 이르기를 "나라를 다스리려면 먼저 그 집을 가지런히 해야 한다.(欲治國者 先齊其家)"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자기 집안을 바르게 가르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없다는 말입니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먼저 집안을 가지런히 해야 합니다. 집안의 법도가 어지러운데 나라를 다스리고자 한다면 세상사람들이 무어라 하겠습니까? 제 가정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자가 나라를 어떻게 다스리냐고 비웃을 것이 자명합니다.
이번 장에서 천자문에서는 무슨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는 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나온 것이 음악과 예절의 상하귀천(上下貴賤)에 대한 글입니다.
악수귀천(樂殊貴賤) 음악은 귀천(貴賤)따라 정도를 달리했고
음악은 귀천(貴賤)따라 정도를 달리했다니 이 무슨 뜻일까요? 이 뜻을 알아보기 전에 글자 하나하나의 뜻을 살펴보겠습니다.
악(樂)은 회의자(會意字), 혹은 상형자(象形字)로, 白 + + 木 → 樂인데, '白'은 북, ''는 비파의 모양을 그린 것으로, 어울려서 악기(樂器)를 나타내고, '木'은 그 악기를 얹는 대(臺)를 뜻합니다. 그래서 악기의 연주에서 이루어지는 '음악'을 뜻하고, 또 음악은 즐거울 때 연주되는 것이기에 '즐기다'란 뜻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수(殊)는 알(歹)과 주(朱)의 형성자(形聲字)로 설문에는 '죽이다'가 본 뜻이나 현재의 '다르다'의 뜻으로 변했습니다. '다르다', '달리하다', '뛰어나다', '특히' 등으로 쓰입니다.
귀(貴)는 유(臾)와 패(貝)의 형성자로 잠깐 사이[臾]에 귀한 보배인 조개[貝]를 뽑아 올려 '귀하다'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귀(貴)는 귀다가야(貴多價也)라 했으니 '비싸다'란 뜻입니다.
천(賤)은 패(貝)와 전(戔)의 형성자로 본뜻은 '값이 싸다'이나 '천하다'의 뜻으로 바뀌었습니다. 또한 천비야(賤卑也)라 했으니 천(賤)은 '낮은 것'이라 했습니다.
악수귀천(樂殊貴賤). 악(樂)은 '음악'을 말합니다. 수(殊)는 '다르다'의 뜻이고, 귀천(貴賤)은 '귀하고 천함'을 말합니다. 즉 음악을 귀천따라 달리 했다는 것입니다.
옛날에는 예(禮)와 악(樂)을 아주 중시했습니다. 예(禮)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중요한 규범이고, 악(樂)은 인간의 성정(性情)을 다스리는 과목으로 성현들이 중요시한 덕목입니다. 그래서 예와 악이 바르면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는 것이며, 문란해지면 곧 신분질서와 사회규범이 파괴됨을 뜻했습니다.
선왕(先王)이 음악을 만든 까닭은 귀함과 천함을 나눔에 있으니 아래가 위를 도모할 수 없다 하였습니다. 《논어(論語)》에 보면 팔일(八佾)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여기서 일(佾)이란 춤을 추는 이의 종횡의 행렬(行列)을 말합니다. 팔일(八佾)이란 고대 천자(天子)의 무악(舞樂)으로 8명이 8렬로 추는 춤을 말합니다. 그러니까 8×8=64명이 추는 춤이고, 제후(諸侯)는 육일(六佾)로 48명이, 대부(大夫)는 사일(四佾)로 32명, 사대부(士大夫)는 이일(二佾)로 16명이 열을 지어 춤을 추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신분에 따라 엄격히 구분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어기는 것은 신분질서의 파괴로 보았던 것입니다. 군신간의 격차에 따라 음악의 제도를 달리하여 신분질서를 확실히 했던 것입니다. 이는 음악을 통하여 군신간의 지엄함을 보였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법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세력을 가진 자가 무엄하게도 제멋대로 팔일무(八佾舞)를 행하여 공자께서 개탄하는 내용이 《논어》에 보입니다.
"팔일무를 자기집 마당에서 추게 하니, 이런 무엄한 일을 할 수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 저지르겠는가?"
노(魯)나라의 대부인 계손씨(季孫氏)가 당시 삼환(三桓)으로 불리었던 세도가였는데 무엄하게도 천자 앞에서나 출 수 있는 춤을 대부가 행했으니 공자께서 신분질서와 사회규범의 파괴로 보고 격분했던 것입니다.
예별존비(禮別尊卑) 예절도 높고 낮음 엄격히 구별했다.
예(禮)는 회의(會意)ㆍ형성자(形聲字)로 示 + 豊 → 禮입니다. 예는 사람이 행해야 할 중요한 도리입니다. 이 도리는 특히 신(神)을 섬기고 신에게 제사지냄에 있어 더욱 중요하므로 '시(示) '와 풍(豊)을 합하였고, 풍(豊)은 신전에 바치는 제물을 본떴으며, 또 음을 나타냅니다. 설문에 예(禮)는 '사람이 행하는 도리'라 하였습니다.
별(別)은 회의자(會意字)로 본자에 따르면 살과 뼈를 발라내어 살과 뼈를 가른다는 뜻입니다. 살을 발라낼 때에는 칼(刂←刀)로써 하기에 방에 도(刀)를 썼습니다. 그래서 '나누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이것이 '분별하다', '판별하다'의 뜻으로 쓰이고, '헤어지다', '이별하다'로 쓰일 뿐만 아니라 '다르다'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여기서는 '다르다'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존(尊)은 회의자(會意字)로 酋 + 艹 → 尊인데, 두 손[艹]을 모아 술통[酋]을 떠받들고 있는 형상입니다. 뒤에 艹을 마디 촌(寸)으로 바꾼 것은 술을 윗사람이나 신(神)에게 올리는 때에는 법도[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존(尊)의 본 뜻은 '술통'인데 이것이 변하여 '높다', '존경하다'의 뜻이 되었습니다.
비(卑)는 회의자(會意字)로 ナ + 甲 → 卑인데, 'ナ'는 왼손, '甲'은 사람의 머리입니다. 엣날에는 '우(右)'를 높이고 '좌(左)'를 천히 여겼으므로 '낮다', '천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예별존비(禮別尊卑). 예(禮)는 '예절(禮節)'을 말하고, 별(別)은 '분별하다', '구별하다'는 뜻입니다. 존비(尊卑)는 '높고 낮음'을 말합니다. 즉 예절도 높고 낮음을 엄격히 구별했다는 뜻입니다.
선왕(先王)이 예절을 만듦에 높고 낮음을 구별하였으니, 천자(天子)의 의복은 해ㆍ달ㆍ별의 문양, 십이장(十二章)이고, 제후(諸侯)의 복장에는 산ㆍ용ㆍ공작의 문양, 구장(九章)이고, 대부의 복장에는 마름ㆍ불의 문양, 칠장(七章)이고, 사대부(士大夫)의 복장에는 분미(粉米)의 문양, 삼장(三章)이고, 서인(庶人)은 비록 부자라도 감히 문양의 수(繡)를 넣을 수 없었습니다. 이로써 예의(禮儀)를 구별한 것입니다.
십이장(十二章)이란 고대 천자(天子)의 의상에 수(繡)를 놓는 도상(圖象)을 말합니다. 그 의상(衣裳)을 상(上)과 하(下)로 구분하여 상에는 해ㆍ달ㆍ별ㆍ산ㆍ용ㆍ공작을 수놓아 상유장(上六章)이라 하고, 하에는 호랑이 그림이 있는 동이ㆍ마름(물풀)ㆍ불ㆍ쌀가루ㆍ도끼ㆍ활을 수놓아 하육장(下六章)이라 했습니다. 제후(諸侯)는 천자의상의 해ㆍ달ㆍ별을 제외한 구장(九章)이고, 대부는 칠장(七章), 사대부(士大夫)는 삼장(三章)으로 각기 상(上)을 범치 않도록 규정되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이 상하의 높고[尊] 낮음[卑]을 엄격히 구별했던 것입니다.
묘제(廟祭)의 경우도 천자는 칠묘(七廟), 제후(諸侯)는 오묘(五廟), 대부(大夫)는 삼묘(三廟), 상사(上士)는 이묘(二廟), 중ㆍ하사는 일묘(一廟), 서인(庶人)은 사당이 없었기에 침(寢)에서 제사지내는 등 그 제도가 엄격히 제정되어 상하를 엄격히 했던 것입니다.
이 밖에도 신분의 예에 따라 군신간의 높고 낮음을 분명히 하여 나라의 질서를 세우는데 귀천(貴賤)에 따라 높고 낮음을 엄격히 구분하여 신분과 질서를 엄격히 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은 고대 봉건사회에서 얼마나 국가를 유지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는지 알게 됩니다. 오늘날에 있어 악수귀천(樂殊貴賤), 예별존비(禮別尊卑)가 가당키나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정신은 위계질서에 있는 것이니 위계질서는 사회질서를 세우는 원동력이 되는 것입니다. 위계질서가 무너지면 사회구조는 문란해지기 마련입니다. 자기의 위치를 잘 지키는 것도 가정이나 사회, 나아가 국민의 일원으로 국가사회에 이바지하는 것임을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