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면 의례 한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떠올리게 됩니다. 교회에서, 일하는 현장에서, 나 자신과 보낸 시간들을 되새겨보지요. 새해에 세운 계획표를 들여다보니 80%정도는 달성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중에서도 올해 제 몸을 돌보는 시간을 많이 가진 것을 특히 칭찬하고 싶습니다. 건강습관을 잘 만드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는 사실은 인식하면서도 늘 입으로만 ‘몸이 먼저지, 몸이 건강해야 남에게 신세도 안지고,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지.’라고 가볍게 말하곤 하지만 실상 가만히 들여다보면 몸을 위해 시간을 내고 애쓰는 것은 늘 아까워하고 우선순위를 뒤로 미루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나의 근간이 되는 몸에 대해 무의식 속에서는 늘 홀대하고 있던 습관을 바꾸기 위해 지난 8월 ‘걷기100일학교’에 등록을 했고, 100일간 매일 평균 10km를 걸어서 1000km이상을 완보했고 얼마전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지극히 단순하고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는 ‘걷기’를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저 자신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넘어서야 할 첫째 관문이었고, 매일 2~3시간을 걷는데 시간을 내는 일이 저의 두번째 관문이었습니다. 걷기학교를 이끄는 리더에 대한 신뢰가 생기자, 시간의 여유가 없더라도 일단, 등록을 하고 어떻게든지 우선순위를 바꾸고 시간은 내어보기로 하고 등록을 했습니다. 이제 120일째로 100일 걷기학교는 끝났지만 그 행동으로 인한 저의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첫째, 작은 것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10km를 특정 걷기앱에 매일 적립해서 기록을 올려야했기 때문에 단 100m를 걷는 것도 앱을 켜고 저장하며 소중히 하는 행동을 통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얼렁뚱땅하던 일상을 돌아보게 되었고 작은 행동이 쌓여 만든 결과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둘째, 걷기학교를 하기 전에는 제가 좋아하는 길이 주변에 없다는 등 핑계가 많았는데 작정하고 찾아보니 주변에 걷기에 좋은 길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재발견했습니다. 충분히 좋은 길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렸고 주변의 멋진 환경에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셋째, 남편이 함께 걷기학교에 등록해서 가슴에 통증을 알아차리고 스텐트 시술까지 하고 나서 금연도 하고 저보다 더 열심히 걷게 되어 좋지 않은 습관으로 인한 남편의 건강에 대한 저의 염려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되어 많이 홀가분해졌습니다. 제 입이 아닌 걷기학교 공동체를 통해서 배우고 적용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기 때문이지요.
그 외에도 저는 외출할 일이 없으면 출근하는 남편을 따라나서서 배웅도 하며 5km 1시간 정도를 걷고 들어와 하루를 시작합니다. 외출 계획이 있는 날은 일찍 준비를 하고 나서서 일부러 한두정거장은 걸은 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거꾸로 집에 올 때 한두정거장 전에 내려서 걸어오며 일상생활 중에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도 걷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머리로 염려하면서 생각만 하던 건강습관을 이제야 몸에 하나정도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나를 위한 하나의 습관을 만드는데 들어간 노력이 참 가상합니다. 그런데 걷기학교가 끝나자 바쁘다고 핑계대며 요며칠 느슨해지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스승과 공동체가 더욱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진정 좋은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보다도, 스승과 공동체,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라는 세가지 요소가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당회가 있는 날입니다. 당회에서 저희는 사랑하는 동녘교회의 미래와 자신의 미래를 위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우리 동녘인들에게 하나님의 때를 분별하게 하시고, 필요하다면 용기를 내게 하시고,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면 내려놓을 수 있게 하시는 주님의 선하신 영이 함께 해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