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춘천의 GS마트에 체험회를 하러 갔다.
GS마트에는 강원도 정보화마을들의 농산물이 입점해 있는데
어린이날을 맞아 세 마을에서 체험회를 참가해야 한다고 했다.
꽃들은 피고 있고 집 짓는 일 도와주시는 분들 식사문제도 있고 해서
춘천에 있는 장미만 참가시키려 했다가 맘을 바꿔먹고 토요일 일찍 출발을 했다.
한바퀴 돌아서 장소를 찾고 (이럴 땐 네비가 절실히 필요한데....)
주차도 얌전히 잘 하고 암튼 시작은 좋았는데 문제는 넘 심심했다는거다.
비누만드는 마을도, 목화심기 하는 마을도, 또 나도......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은 일하는 것보다 몇 배는 힘이 든다.
드문드문 있는 체험객은 장미가 맡아서 진행하고
나는 마트에 있는 서적코너에서 책 두권을 샀다.
그 한권이 내가 좋아하는 작가 신경숙씨의 ' 엄마를 부탁해' 였다.
이른 아침의 체험현장 모습
심심하다고 샘플 만들고 있는 듬직한 큰 딸 장미.
이 작가의 책을 읽노라면 마치 내가 쓴 글 같은 착각을 일으킬때가 많다.
내가 그렇게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뭐랄까...깊은 공감을 한다고 해야하나???
소설 '외딴방'을 읽을 때는 나의 자취방과 스무살 시절에 만난 사람들이 고스란히 떠올랐었다.
엄마를 떠나서 도시의 변두리에 깃들었을때의 그 스산함과 만만찮은 생활고.
다시 이 산골로 돌아오기까지 늘 이방인 같았던 나의 시간들....
엄마를 부탁해...는 심각한 두통과 치매끼까지 있는 노모를 지하철 역에서 잃어버린 이야기다.
형제들이, 아버지가 엄마를 회상하는 줄거리인데 읽는 내내 울 엄마 생각이 났고
'어느 60대 노부부이야기'를 버스안에서 듣다가 눈물이 나와 괜한 하품을 했다는 김광석처럼
자꾸 눈물이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공연히 마트안에 들어가 서성이기도 했다.
이즈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아주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
소설의 경우에는 한번 읽으면 끝까지 읽어야하는 버릇이 있는 나로서는
쉽게 책을 집어들수 없는 상황인것이다.
체험회는 너무 심심했지만 장미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며 함께 한 시간도 좋았고
너무도 오랫만에 책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도 감사할 일이었다.
꽃들이 피고 있다.
큰꽃으아리, 윤판나물, 당개지치.....
큰꽃으아리. 요즘 지나가는 사람마다 탐을 낸다. 한포기 주면 안되냐구.....
당개지치. 수줍은 새색시 같은 모습이다. 흔들렸네^^
홀아비바람꽃
윤판나물
흰 금낭화도 잘 피었다. 뒤쪽으론 무늬둥글레, 은방울꽃
포수는 요즘 집 짓느라 정신이 없고 난 비닐하우스에 꽃들을 옮겨심느라 바쁘고....
다행이 희망농업대학이 한달간 방학이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열심히 강의듣고 온 음식들은 아직 한가지도 실천해보지 못했다.
진달래화전 사진을 보더니 향기가 하는 말...' 안해줄거면서 왜 사진은 보여주는데????'
나는 당연히 할말없음, 이다^^*
다슬기 비빔밥
한천두부
진달래 화전
마사토 두 차를 경운기로 퍼 나르고 있는 포수
사진이 누워있는데 푸르게 보이는 건 두메양귀비
조금씩 꽃들로 채워져 간다.
물매화 옮겨심기 한것. 너무 작은 포기는 사진에서 잘 안보인다.
작은 연못도 만드었다. 어리연을 넣었고 물은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와 나가도록 했다.
물매화와 적절히 섞어 심은 해오라비 난이 드디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바닥공사를 마치고 이제 벽면을 만들기 위한 공사중
건조매트에 옷을 입혔다. 부직포로 겉을 싸주면 좋은 점...나뭇잎 종류 말릴 땐 꽃화지가 필요없다는 거^^
어제부터 작업 시작한 당조팝나무. 내일쯤이면 산조팝도 필것 같다.
첫댓글 글도 잘 쓰시고 공조팝 등 예쁜 꽃도 많고,우리 집 아저씨 매일 농촌생활 꿈꾸는데 형편은 안되고 모모님의 생활이 부럽네요.
하루 두끼만 먹어도 행복할 거 같다, 고 생각되면 가능하신 얘깁니다^^
歸農과 歸村이 있는데 말그대로 전자는 전업농이고 후자는 텃밭이나 일구는 정도의 생활로 자연을 즐긴다는 개념으로 아는데 모모님께서는 후자로 생각됩니다만 ...저도 엄청 부럽습니다.더구나 꽃들에게 정성을 다 하시는걸보면...귀촌도 최소의 수익창출과 알맞는 노동은 건강에도 일조하니 일석이조겠지요.
지금은 완벽한 전자에 속하구요, 후자에 속하는게 제 인생목표입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될날도 있겠지요?
얘네들하고 친한 모모님은 마사지같은거 안해도 날마다 이뻐지시겠네요.^^ 마음의 여유 즐기고 갑니다~^^
예전에 규방공예 수업받을 때 쌤이 '어떻게 일주일 지날때마다 깜순이가 돼서 오세요?'하시던걸요. 별로 안 반가운 구릿빛 피부 돼가는 중이예요^^
한때 신경숙 소설에 빠졌었는데,,소설 특히나 긴 글 읽자면 그 에너지가 장난이 아니라 잘 못봅니다. 속에 들어가서 나오기가 힘들잖아요. 최근엔 노희경씨 수필(지금 사랑하지 않는자, 모두 유죄)을 단숨에 읽었습니다. 영풍문고 나가면 엄마를 부탁해는 아직도 베스트셀러방에 올라있더군요. 그건 그렇고 포수오라버니는 집도 지으십니까? 땅 마련하면 하나 지어주시려나, 싸게...ㅎㅎㅎ
포수가 못하는게 뭐 있나요?ㅎㅎㅎ 제 소원인 다락방 만들어주기로 해서 집 모양이 어떻든간에 암말 않기로 했어요. 발등에 불 떨어져야 뭘 하느라고..... 올해까지만 학교에서 살기로 했거든요.
그렇군요..학교는 그래도 운영하시죠? 집들이 할 날 기다려야징..ㅋㅋ
집들이 하면 오신단 말씀? 안 오시면 어케해야하나.... 물매화필때 벙개할까요?
많이 변한 모습을 이렇게 보니 반갑네요.....들리려 했는데 우리 남편이 발에 붕대를 감았으니 기동력은 없고....장미도 예전의 모습과 전혀 다른 숙녀티가 나는군요......
많이 다치셨어요? 얼른 나으시길 바라구요, 언제라도 부근에 오시면 들르세요. 말씀하신 으아리는 화분에 하나 심어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