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호와 저서에 담긴 의미
3월20일 경남유교대학 강의를 맡으신 분은 정출헌 부산대학교 명예교수이시며 부산대 점필재연구소 특별연구원이셨다. 주제는 ‘유교문명이 길러낸 문제적 인물, 매월당 김시습의 비판정신’이었다
정교수님께서는 깊이 있고 체계적인 교재구성과 강의 준비를 하셨다. 그리고 강의를 열정적으로 하셨다.
1교시를 마치고 쉬는 시간에 점필재 김종직 선생에 대해 평소 의문을 가지고 있던 내용에 대해 여쭤볼 심상으로 교수님을 찾아갔다.
내가 말하기를 ‘교수님께서 점필재 연구소 특별위원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제가 평소에 품고 있던 의문에 대해 여쭤 보고자 합니다.’ 했더니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먼저, 김종직 선생의 호 佔畢齋(점필재)에서 佔(엿볼점),畢(마칠필)이 의미하는 본뜻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더니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佔(엿볼 점)은 어깨 너머로 건둥건둥 본다는 의미고, 畢(마칠필)은 옛날의 책 竹簡(죽간)을 의미한다고 하면서 禮記(예기) 學記(학기)편을 참조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나는 집에와서 바로 예기(禮記) 학기(學記)편을 찾아보았다.
"今之敎者, 呻其佔畢." (금지교자, 신기점필)" 오늘날 가르치는 자들은 그 점필을 읊조리기만 한다." 이 말을 사용한 이유는 당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문의 참된 이치를 깨우쳐 주지 않고, 단순히 책에 적힌 글자만 소리 내어 읽어 주는(암기 위주의) 잘못된 교육 방식을 비판적으로 말함이다.
呻其佔畢(신기점필)을 다시 풀이하면 앓는 소리나 읊조리는 소리를 뜻하는데, 뜻도 모르고 내용만 겨우 읊어대는 수준 낮은 가르침을 비판하는 표현이다. 敎學相長(교학상장)과는 거리가 먼 교육이 이뤄지고 있음을 한탄함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질의는
점필재가 지은 彛尊錄(이준록)의 彛(떳떳할 이) 尊(높일준)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정교수님께서 彛尊(이준)은 제기 그릇을 뜻한다고 하셨다. 점필재 선생이 부친상을 당한 侍墓(시묘)살이 기간에 고조부부터 부친에 이르기 까지 집안 내력 초안을 작성하고, 모친상 侍墓(시묘)살이 기간 동안 그 글을 다듬었는데 제기에 음식을 담아 정성을 다하는 것처럼 이 글을 썼다는 의미라고 하면서 書經(서경)의 周禮(주례)편을 보면 그 내용이 나온다고 했다.
나는 또 서경의 주례편을 찾아보았다. '천명유덕(天命有德) 오복오용재(五服五庸哉)','이륜(彛倫)'이라했다. 여기서 '이(彛)'는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떳떳한 도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주례(周禮)》 〈춘관(春官)〉에는 '육이(六彛)'와 '육준(六尊)'이 있는데 이는 왕실의 제사에서 사용하는 여섯 종류의 제기를 뜻한다.
김종직 선생은 여기서 착안하여 조상을 제사 지내듯 정성껏 받드는 기록이라는 의미로 제목을 '彛尊錄(이준록)' 이라 정한 것이다.
정교수님께서는 점필재 선생에 대해서 정말 해박하셨다.
나는 이야기를 맺으며 사실 내가 소속된 산악회에서 몇 년 전에 점필재 선생님의 ‘遊頭流錄(유두류록)’ 기행 기록을 따라 구간을 나누어 답사를 한 경험이 있어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했더니, 자신은 아직 그 길을 가보지 못했다고 하셨다.
나는 정중히 인사를 하고 2차시 수업에 임하기 위해 자리로 돌아갔다.
오늘은 매월당과 점필재 선생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된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당분간은 행복한 시간을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