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잡사, 강문종 외, 민음사.
* 이책에서 소개할 직업을 고른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조선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데 요긴한 직업, 둘째, 현대 독자들에게 덜 알려진 직업, 셋째, 하는 일이 흥미로운 직업이다. 농부나 관리처럼 모르는 사람이 없는 직업은 제외했다. 영화나 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의원, 기녀, 의녀, 다모, 화원 역시 제외했다. 그 대신 뜀박질로 공문을 전달한 보장사, 연고 없는 시체를 묻어 준 매골승, 연회를 기획한 조방꾼, 송사를 맡아 처리한 외지부 등 낯선 직업들로 채웠다. 어둠의 직업에 속하는 짝퉁 장수 안화상, 소매치기 표낭도, 위폐범 도주자, 군역을 대신하는 대립군도 넣었다.
이색적인 직업만 소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조선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해서 생계를 유지했으며, 그러한 직업이 등장하게 된 사회, 문화적 배경이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피고자 했다. 이로써 시장, 뒷골목, 술집, 때로는 국경과 바닷속을 누비던 조선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독자 스스로 그려볼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일상을 책임진 나뭇꾼, 똥장수, 채소장수를 빼놓지 않고 살핀 까닭이다.(조선잡사, '머릿말' 중에서)
=> 매우 단순할 것 같았던 조선시대의 직업 세계가 매우 다양하고 다채롭다는 것을 살필 수 있는 기회였다. 그 가운데에서 현대적 의미에서 직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있지만, 그 시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면모를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자들의 직업 분류가 나름 수긍할 만하다고 여겨졌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