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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는 어떻게 피도 눈물도 없는 괴물이 되었는가?’라는 부제를 통해, 아파트 가격으로 대변되는 부동산 문제를 다루고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폭등하는 아파트 가격의 문제를 상당 부분 현 정부의 정책적 실패에서 찾고, 이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저주에 가까운 비난'까지 쏟아내고 있다. 최근 여당에 의해서 통과된 이른바 ‘부동산 3법’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기를 바라는 것 같은 인상까지 주고 있다. 과연 저자의 진단은 얼마나 정확한 논리에 기반하고 있는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떤 편견에 의해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부동산 문제의 본질은 특정 정책으로 좌우되지 못할 정도로 그것을 소유한 자들의 욕망이 막대하다는 것에 있다. 즉 아파트를 얼마에 샀느냐 하는 것보다, 얼마까지 올랐느냐가 자신의 재산을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신이 1억원에 샀더라도, 어느 순간 3억원을 호가했다면 그것이 기준이 된다. 그리고 2억 5천만원으로 거래가가 떨어지면, 자신은 5천만원을 손해봤다고 생각하는 것이 집을 가진 사람 대부분의 생각이다. 실제로 1억 5천의 불로소득을 얻었으면서도, 자신이 5천만원을 손해봤다고 생각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라 하겠다. 그리고 대중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보수 언론들의 편향된 논조와 이에 편승하는 자칭 ‘부동산 전문가’들의 존재가 부동산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그것대로 자극적인 논조를 쏟아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부동산 소유자들의 욕망과 그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보수언론의 편향된 시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부동산에 대한 어떠한 정책이나 진단도 정확한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부동산으로 그동안 재미를 보았던 이들의 이러한 그릇된 인간의 욕망을 제대로 포착하지 않는 한, 그 해결책은 쉽게 찾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이러한 부동산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서, 그것을 철저히 정책의 문제로 환원시킨다고 여겨졌다. 그리고 현 정부를 비난하는 보수언론의 기사와 칼럼에 기대어,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의 외피를 빌려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고 이해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20여년 전 강준만이 쓴 글들에 신선함을 느껴 애독하는 독자가 되었지만, 어느 순간 비슷한 논조가 반복되고 또한 합리적이지 못한 보수언론의 기사들에 기대어 초점을 잃은 듯한 그의 글들을 접하면서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리뷰도서가 아니었다면, 그의 책을 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저자는 과거에는 보수언론의 기사가 지니고 있는 논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지만, 그럼에도 자신은 언론학자로서 보수언론들을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의 글들에는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 기사와 칼럽들의 인용 비중이 절대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저자는 보수언론에서 쏟아낸 글들에 대해 상당히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보수언론의 기사나 칼럼들이 정치와 무관한 분야에서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사태를 진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 혹은 정치 세력의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편향적이기에, 그것에 기대고 있는 저자의 글들은 이미 보수언론의 논조에 포획되었다고 여겨지는 이유이다. 권력을 비판하는 이들에 대해 ‘블랙리스트’의 딱지를 붙였던 과거 정권에서도 저자의 글은 비판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이후 그의 논조는 비판을 넘어, 감정이 섞인 비난조의 평가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저자의 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고, 한때 '진보논객'을 자처하던 ‘진 아무개’의 글이 객관성을 현저하게 잃었듯 저자의 글도 그렇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 생각을 다시 한번 다지는 계기가 되었고, 앞으로 강준만의 글을 읽지 않을 이유가 하나 더 첨가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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