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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가족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점점 줄어들게 된다. 점점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도 점차 엷어질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따금 처가에 방문할 때도 아이의 사정 때문에 부부만 방문할 때도 있는데, 그 때에도 적당히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한 이유를 둘러대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한때는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사정상 한 부모만 있는 가정을 일컬어 ‘결손가정’이라는 딱지를 붙이던 시각도 있었다. ‘결손’이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것을 말하니, 부모 중 하나가 없는 것이 과연 결손인 것일까? 아마도 저자는 이러한 사회적 시각이 그저 편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일캐워주고자 했던 것이라 여겨진다.
부모가 이혼을 하여 할머니와 살던 주인공이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엄마가 된 ‘아줌마’와 살게 되었다. 엄마라는 호칭이 어색하여 ‘아줌마’라 부르는데, 새엄마의 빵집 이름이 바로 책 제목과 같은 <오후 3시 베이커리>이다. 나 역시 점심을 먹고 이 시간 쯤 되면 다소의 허기를 느끼게 되는데, 사람들의 이런 심리에 착안하여 붙여진 상호라 여겨진다. 빵집에 머물면서 상윤이는 손님들과 어울리게 되고, 손님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옆집 할머니들과 친구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애환을 생각하게 하며, 새엄마와의 거리도 점점 줄어들게 될 무렵 아빠의 사업 실패로 인해 다시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친아빠의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된 친구의 상황은 어쩌면 이 시대 많은 아이들에게 닥친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주인공의 가정과 친구의 가정의 모습은 어쩌면 그동안의 편견과 달리 서로 바뀐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노년에 서로를 의지하며 살고 있는 할머니들의 모습, 그리고 예삐 할머니의 가족들의 모습은 또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피를 나눈 가족만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은 또한 일면의 진실에 불과할 따름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서로를 보듬고 삶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진정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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