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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번의 계절이 지나는 동안 나를 키운 그림책 수업'이라는 부제를 통해, 저자는 3년 동안 그림책과 관련한 수업을 진행하고 그 결과물로 이 책을 출간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저자가 공중파 아나운서로 활동하다가 그만두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린이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아나운서로 활동을 할 당시 TV 화면에서 늘 밝게 웃고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왔던 터라, 저자가 풀어내는 그림책 이야기들도 그런 느낌들로 나에게 살갑게 다가왔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평생 직업으로 선택한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그만 두고 막막했던 당시의 심정을 고백하면서, 자신의 아들에게 ‘좋은 엄마’가 돼보려 그림책을 접하고 그와 관련된 사업을 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섯 살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읽어 줄 그림책을 접하고, 저자는 그것을 토대로 '그림책 학교'라는 콘텐츠로 사업까지 꾸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어린 아들이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던 까마득한 시절의 기억이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아내 역시 아들이 어렸을 때 어린이책 관련 단체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아들이 대학생이 된 지금도 여전히 어린이책 관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아내의 활동 기간이 이어지면서 서가에는 그림책들이 조금씩 늘어났고, 그 책들은 아들이 손쉽게 꺼낼 수 있는 위치에 책을 꽂아놨다. 채 한글을 깨우치기 전부터 아들은 닥치는 대로 책꽂이에서 책을 꺼내 보고, 때로는 읽어달라고 했었다. 때로는 엄마나 아빠가 일어주던 것을 흉내 내면서 혼자서 책장을 넘기며 중얼거리던 모습도 떠오른다. 아이가 대학생이 된 지금도 아내는 여전히 어린이책 관련 활동을 하고 있고, 그래서 나도 꾸준히 그림책들을 접하게 된다. 그림책들을 보면서 내용은 단순하지만, 그 속에 품고 있는 의미가 넓고 깊은 책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저자 역시 자신이 꾸린 그림책 학교를 통해서 접한 그림책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때로는 아이를 키우면서 닥쳤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음을 밝히고 있다. 모든 책들이 그렇듯이, 여기에 소개된 책들에 관한 생각이 반드시 저자와 같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니 시간이 지나면, 같은 책에 대한 느낌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참고로 하면서 자신만의 그림책 이야기들을 정리할 수 있을 터이고, 이 책은 독자들이 자신만의 목록을 정리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그림책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4개의 항목으로 정리해서 구성하고 있다. '그림책이 있어 저는 좀 더 용감해졌습니다'라는 프롤로그의 제목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어린이책의 효용을 말해주고 있다고 여겨졌다. 가장 먼저 ‘토닥토닥, 참 애썼다, 참 잘했다’라는 첫 번째 항목의 제목은, 부모들이 아이들을 대하면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항목에 ‘세상을 살아가느라 애쓰는 어른들을 위로해주는 책’이라는 부제를 붙이고, 모두 11권의 책을 중심으로 책의 내용과 함께 그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내고 있다. 부모가 되는 것은 준비 과정이 없이 어느날 갑자기 시작되기에, 처음에는 누구나 다 서투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턱대고 다른 이들의 육아법을 따라하는 것도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기에, 결국 살아가면서 스스로의 방식을 터득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림책을 통해서 저자가 터득한 어른으로서의 자세가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나를 사랑하는 게 나의 유일한 일이었지’라는 두 번째 항목은 ‘아이와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책’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모두 10권의 그림책을 통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른의 일방적인 입장이 아닌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생각해보도록 하는 내용과 그에 관한 저자의 각성을 풀어내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알고 있다, 표현을 못할 뿐’이라는 세 번째 항목의 글들과 연결되고 있다. 저자가 운영하는 ‘그림책 학교에서 함께 읽은 책’들로 모두 11권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러한 활동을 하면서 만난 아이들과의 경험과 생각들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이 항목의 글들에서 자신의 자식이 아닌 다른 집 아이들을 보면서, 모든 아이들이 똑같지 않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하게 되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마지막 ‘아이의 생각을 키우는 그림책 읽기’라는 네 번째 항목에서는 그동안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모두 4가지의 주제에 관해 질문을 던지고 그에 적합한 그림책 목록을 소개하고 있다. 처음 그림책을 고르는 방법으로부터 집에서 엄마가 할 수 있는 그림책 수업의 적절한 예시, 그리고 글쓰기 능력과 주제별 그림책 추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림책이 소개되어 있다. 물론 여기에 각자의 경험과 육아 철학에 따른 목록이 첨가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처음으로 접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신중하게 선택해야만 한다. 유명 출판사의 전집류를 선호하는 부모들도 있지만, 내용을 직접 확인하고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을 한권씩 선택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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