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보고 감독도 만나고
독립영화로서는 ‘대박’에 가까운 누적 관객 4만 명의 기록으로 눈길을 끄는 영화가 있다. 바로 '범죄의 여왕(감독 이요섭/제작 광화문시네마)'이다.
지난 8월 25일 개봉한 '범죄의 여왕'은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이 120만원이나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있음을 감지한 '촉'좋은 아줌마 미경의 활약을 그린 스릴러이다.
‘범죄의 여왕’은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다양성 영화 흥행 순위 5위로 선정된 색다른 저예산 영화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여성이 주체라는 점과 독립영화에서는 드문 사례로 28년 차 베테랑 배우 박지영과 모델 이솜이 출연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강원문화재단은 지난 5일 '찾아가는 영화토크' 행사를 통해 작품을 상영한 이후 도민들과 감독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영화가 끝나자 춘천시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손을 들어 감독에게 질문세례를 던졌다. 연출 및 캐스팅 비화 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이요섭 감독은 "춘천 시민들의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에 감탄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모(22·여)씨는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독립영화가 이렇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인줄 몰랐다"며 "감독님에게 궁금했던 것을 마음껏 질문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열릴 때마다 보러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행사를 주관한 강원문화재단 영상팀 관계자는 "독립영화나 다양성 영화를 접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며 "강원도민의 영화 관람 문화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영화들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로 ‘범죄의 여왕’는 상업영화의 평균 상영관 수가 700여개인 것에 비해 독립영화로서는 큰 숫자인 200여개 상영관 확보에 성공해 기대치를 높였으나, 상영시간대가 대부분 아침 시간으로 편성되어 관객몰이에 실패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이에 이요섭 감독은 “흥행 성공도 중요하지만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고, 이전에 제작된 영화를 재밌게 본 분들이 기억해줬다가 다음 영화가 나오면 이것을 반가워하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예지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