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읽기]<445·끝>밥 먹는 풍경
밥 먹는 풍경 ―안주철(1975∼ )
둥그렇게 어둠을 밀어올린 가로등 불빛이 십원일 때
차오르기 시작하는 달이 손잡이 떨어진 숟가락일 때
엠보싱 화장지가 없다고 등 돌리고 손님이 욕할 때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 사는 사람을 볼 때
전화하다 잘못 뱉은 침이 가게 유리창을 타고
유성처럼 흘러내릴 때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와
냉장고 문을 열고 열반에 들 때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진열대와 엄마의 경제가 흔들릴 때
가게 평상에서 사내들이 술 마시며 떠들 때
그러다 목소리가 소주 두 병일 때
물건을 찾다 엉덩이와 입을 삐죽거리며 나가는 아가씨가
술 취한 사내들을 보고 공짜로 겁먹을 때
이놈의 가게 팔아버리라고 내가 소릴 지를 때
아무 말 없이 엄마가
내 뒤통수를 후려칠 때
이런 때
나와 엄마는 꼭 밥을 먹고 있다
구멍가게는 누구나 수시로 드나들게 개방된 공간이다.
눈에 거슬리는 손님을 맞는 스트레스도 여간 아닐 테다.
이문이 많이 남는 물건을 얼른 사 가는 손님만 있으면 좋으련만,
동네 어느 집에 집들이라도 온 사람이 드문드문 그럴까, 코흘리개와 모주꾼이나 들락거린다.
종일 가게를 열고 있어도 장사가 별로이니 물건도 변변히 갖춰 놓지 못한다.
그러니 모처럼의 번듯한 손님도 그냥 나가버리고, 악순환이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러온 아이는 얼른 골라들지 않고 전기 닳게 냉장고 문을 오래도 열고 들여다본다.
사내들은 딸랑 소주 두어 병 사서는 평상에서 우렁우렁 오래도 떠들며 마시고 있다.
살림집에 ‘엄마’가 낸 구멍가게, 밥은 당연히 가게에 딸린 방에서 먹을 터. 코앞에서 펼쳐지는 단작스러운 장사,
외면할 수 없이 드러나는 제 가족의 생활 밑천에 화자는 울컥해서 ‘이놈의 가게 팔아버리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에 대한 ‘엄마’의 즉각적인 대답은 아들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
‘이놈아, 지금 네 목구멍에 넘어가는 밥이 어디서 난 줄 아느냐!’ 생의 구질구질함에 속이 꽉 막혔을 화자는
외려 후련하고 정신이 번쩍 났을 테다.
이런 구멍가게가 변두리 옛날 동네에는 아직 남아 있다.
시인은 대한민국의 빈곤을 모르는 첫 세대라는 1970년대생, 빈곤이 한층 싫고 힘들었을 테다.
이 시가 담긴 시집 ‘다음 생에 할 일들’은 가난한 집에서 1막을 시작한 생은 2막도 3막도 똑같이 지리멸렬 이어지고,
그렇게 인생이 끝나리라는 비관적 세계관을 유머러스하고 서글프게, 또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독자 여러분께 작별인사를 드려야겠다. 오래도록 지면을 허락해준 동아일보에 감사드린다.
즐겁고 알찬 시간이었다. 여러분도 그러했기를!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황인숙 시인(동아일보201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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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일상 속에서 겪는 다양한 순간들을 묘사하며, 그 속에서 밥을 먹는 풍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시의 각 부분을 자세히 해석해 보겠습니다.
밥 먹는 풍경 ―안주철
1연
"둥그렇게 어둠을 밀어올린 가로등 불빛이 십원일 때" 가로등 불빛이 십 원짜리 동전만큼 희미할 때, 저녁 무렵이나 밤의 시작을 암시합니다.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며 어둠을 밀어내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차오르기 시작하는 달이 손잡이 떨어진 숟가락일 때"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손잡이가 떨어진 숟가락에 비유하여 묘사합니다. 이는 달의 불완전함과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엠보싱 화장지가 없다고 등 돌리고 손님이 욕할 때" 엠보싱 화장지가 없다는 이유로 손님이 불만을 표하며 욕하는 상황을 묘사합니다. 이는 가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의 사소한 문제를 나타냅니다.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 사는 사람을 볼 때"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을 사는 사람을 묘사하며, 소소한 일상 속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전화하다 잘못 뱉은 침이 가게 유리창을 타고 유성처럼 흘러내릴 때" 잘못 뱉은 침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는 일상 속의 우연한 사건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와 냉장고 문을 열고 열반에 들 때"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와 냉장고 문을 열고 열반에 드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는 아이스크림을 찾는 아이의 집중과 기쁨을 표현합니다.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진열대와 엄마의 경제가 흔들릴 때"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진열대와 엄마의 경제가 흔들리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는 가게 운영의 어려움과 경제적 부담을 나타냅니다.
"가게 평상에서 사내들이 술 마시며 떠들 때" 가게 평상에서 사내들이 술을 마시며 떠드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는 가게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풍경을 나타냅니다.
"그러다 목소리가 소주 두 병일 때" 술을 마시며 떠드는 소리와 양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여 묘사합니다. 이는 술자리가 깊어지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물건을 찾다 엉덩이와 입을 삐죽거리며 나가는 아가씨가 술 취한 사내들을 보고 공짜로 겁먹을 때" 물건을 찾다가 술 취한 사내들을 보고 겁을 먹고 나가는 아가씨를 묘사합니다. 이는 가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나타냅니다.
"이놈의 가게 팔아버리라고 내가 소릴 지를 때" 가게 운영의 어려움에 좌절하며 가게를 팔아버리고 싶다고 외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아무 말 없이 엄마가 내 뒤통수를 후려칠 때" 엄마가 아무 말 없이 아들의 뒤통수를 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이는 가게를 팔고 싶은 아들에게 어머니가 엄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마지막 연
"이런 때 나와 엄마는 꼭 밥을 먹고 있다" 모든 어려움과 일상 속의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는 동안에도 나와 엄마는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이는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이어지는 삶의 연속성을 나타냅니다.
이 시는 일상 속에서 겪는 다양한 순간들을 통해 우리 삶의 현실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 밥을 먹는 장면을 통해 희망과 지속성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수사법은
이 시에서 사용된 여러 수사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비유 (Simile)
"차오르기 시작하는 달이 손잡이 떨어진 숟가락일 때":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손잡이가 떨어진 숟가락에 비유함으로써 달의 불완전함과 어둠 속에서 떠오르는 모습을 강조합니다.
의인화 (Personification)
"둥그렇게 어둠을 밀어올린 가로등 불빛":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밀어올리는 것으로 표현되어 의인화됩니다. 이는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물리치는 듯한 모습을 강조합니다.
과장 (Hyperbole)
"전화하다 잘못 뱉은 침이 가게 유리창을 타고 유성처럼 흘러내릴 때": 침이 유리창을 타고 유성처럼 흘러내리는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여 일상 속의 우연한 사건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합니다.
반복 (Repetition)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진열대와 엄마의 경제가 흔들릴 때": '때'라는 단어와 구절이 반복되어 시의 리듬을 형성하고 중요한 순간들을 강조합니다.
대조 (Contrast)
"나와 엄마는 꼭 밥을 먹고 있다": 가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 속에서도 항상 밥을 먹고 있다는 점을 대조적으로 나타내어 일상의 고단함과 그 속에서도 계속되는 삶의 지속성을 강조합니다.
은유 (Metaphor)
"가게 평상에서 사내들이 술 마시며 떠들 때 그러다 목소리가 소주 두 병일 때": 사내들의 목소리를 소주 두 병으로 표현하여 술자리의 소음을 은유적으로 나타냅니다.
이와 같은 수사법들은 시의 감정과 이미지를 풍부하게 전달하며, 독자가 시의 상황과 감정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묘사와 진술은
이 시의 묘사와 진술을 깊이 살펴보겠습니다.
묘사
"둥그렇게 어둠을 밀어올린 가로등 불빛이 십원일 때":
"차오르기 시작하는 달이 손잡이 떨어진 숟가락일 때":
"전화하다 잘못 뱉은 침이 가게 유리창을 타고 유성처럼 흘러내릴 때":
"아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와 냉장고 문을 열고 열반에 들 때":
진술
"엠보싱 화장지가 없다고 등 돌리고 손님이 욕할 때":
"동전을 바꾸기 위해 껌 사는 사람을 볼 때":
"가게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진열대와 엄마의 경제가 흔들릴 때":
"이놈의 가게 팔아버리라고 내가 소릴 지를 때":
예시 분석
이와 같은 묘사와 진술을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일상의 다양한 순간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