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 설 때마다
안성브니엘요양원, 복지타운 원장 박진하
지난 10월 14일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다른 날에 비해 조금 일찍 잠든 나는 그 시간에 막 깨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왜냐하면 새벽에 걸려 오는 전화는 대개 요양원에 무슨 일이
일어났거나 어르신들 중 누가 돌아가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연세 지극한 어르신들이 아파서 돌아가시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동안 모시면서 정이 들고
내 부모님과 같은 심정이기 때문에 돌아가실 때마다 놀라곤 한다.
핸드폰에 찍힌 번호가 야간 당직 직원 전화였고 내 짐작대로
어르신 한 분이 새벽에 막 돌아가셨다고 했다.
나는 급히 옷을 갈아입고 집에서 10여분 거리인 요양원으로 내달렸다.
올해 90세 되신 어머님은 큰 지병도 없으셨는데 주무시다가 평안히
잠드신 것이었고 몸이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어머님 곁에서 5개월여 그 어머님을 모셨던 요양 보호사 선생님은
겁을 잔뜩 먹은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작년에 우리 요양원에서 돌아가신 어르신들이 모두 19명이나 되었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적지만 벌써 7번째 장례를 맞게 된 것이다.
사실은 이 어머님처럼 주무시다가 돌아가시는 것은 행복한 죽음이다.
콧 줄을 끼고 식사를 하고 소 대변을 받아 내거나 의식도 없이도
5년, 7년, 10년 이상 살아계신 분들도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슬하에 8남매를 두신 이 어머님은 지난 추석 날 둘째 아드님 댁에
가셔서 사흘 동안 머무시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 여러 자녀들,
손주 손녀들과 친인척들을 만나고 오신데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까지만 해도 식사도 너무 잘 하시다가 돌아 가셨으니 호상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나이 들고 병들면 잠자다 죽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이 어르신이야말로 많은 이들이 소망하는 그대로 그렇게 돌아 가셨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지난해 사망자 수가 28만827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우리나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1년에 약 28만 명이니 하루 평균 767명씩 죽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 숫자는 병사와 변사, 자살, 각종 사고 등으로 죽은 모든 숫자이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죽는 사인 중 1위는 암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사망 원인별로 보면 암(癌)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았다.
이어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폐렴, 자살(고의적 자해), 당뇨병,
만성 하기도 질환, 간질환, 고혈압성 질환, 운수사고 순이었다.
이들 10개 사망 원인은 전체 사망 원인의 69.5%를 차지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10~30대까지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었다.
지난해 자살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1만3092명이나 되었다.
하루 평균 35명씩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노인들의 자살이 관심사였는데
통계청 관계자는 “70대 자살 사망률은 2015년에 비해
13.5% 감소해 모든 연령층 중에서 가장 크게 줄었다”라면서
“한국의 고령 인구 자체가 늘어나면서 비율이 줄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령층은 생애전환기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고령층에 대한 사회 보장제도가
강화하면서 고령층 자살률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노인들을 위한 복지 정책의 극대화를 통해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요양원과 복지타운 그리고 각 종 어르신들을 위한 주간보호센터 운영,
그리고 국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노인 학교 운영 등이 노인들의
노후의 질을 높여주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요양원의 오순애 어머님(85세)은 얼마 전부터 안성시에서 운영하는
노인복지센터에 다니시면서 한글학교에도 입학을 하시고 노래 교실에도
다니시는 등 총 3가지 학교에 등록을 하시고 매 주 세 번씩 다니시면서
매우 유쾌한 삶을 사시고 계신데, 지난 6월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이제 남은 생애를 그렇게 여가를 선용하면서 건강하게 살아가신다.
나는 내가 모시던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때마다 그 죽음 앞에 서면
참으로 인생무상을 절감하면서 어르신들이 살아 계실 때 좀 더 사랑해
드리지 못하고 좀 더 손 한 번 따뜻하게 잡아 드리지 못하고 좀 더
관심을 드리지 못했음을 자책하곤 한다.
우리와 같은 자식들을 양육하시느라 죽도록 고생하시고 뼈 빠지게
수고하시고 애쓰시고 이제는 늙고 병드신 어르신들, 우리 부모님들께
우리 모든 자식들이 좀 더 깊은 관심과 애정과 사랑으로
효를 다하여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아울러 우리 사회도 더욱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좀 더 많은 어르신들이 노년을 평안히
보내실 수 있는 사회적 제도 장치가 확대되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목사님의 칼럼 글을 읽으면서
늘 가시는분들에대한 마음은
늘 안타까운마음뿐입니다
" 죽음 " 앞에선 아무것도 어떻게 할수 있는 ~
누구도 번접 할수 없는 그런 엄숙뿐 입니다
제 사무실이 인천 가족공원 입구 입니다
새벽 출근길엔 매일 영구차를 봅니다
영구차는 언제나 새벽 미명에 움직이드군요
오실때는 가족들에 미소와 웃움을 동반 하고 오신분들
가실땐 남은자들에게 눈물과 회한만을 남기고 가시기에
늘 숙연해집니다 목사님 글앞에서도 또 숙연 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