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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불교에 '상(相)을 짓는다'는 말이 있는데..
생각을 하는 것을 다 '상을 짓는다'라고 이해하면 안 됩니다.
물컵 아래 뚜껑이 있고, 그 아래 수건이 있을 때,
뚜껑은 컵보다는 낮고 수건보다는 높습니다.
그럼 뚜껑, 그 자체는 (비교하지 말고) 높은 것인가?
낮은 것인가?.. 높은 것도 낮은 것도 아닙니다.
'뚜껑이 낮다'는 것은 컵에 비교해서 낮은 것이므로,
뚜껑이 낮은 게 아니라, 내가 낮다고 인식한 겁니다.
'낮다'는 것은 객관적인 것(물질에서 온 것)이 아니라
내 인식상의 문제(정신작용)입니다.
높다 낮다, 옳다 그르다, 맞다 틀리다, 크다 작다, 빠르다 늦다..
이것들이 실제로는 모두 마음에서 일어나는 작용입니다.
그래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다 마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컵이 마음에서 만들어졌다는 게 아니라, 컵에 대한..
컵이 작으니 크니, 물컵이니 커피잔이니 하는 것이
그 존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인식상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뚜껑이 낮은 것이라는) 인식을 오래 하다 보면
어떤 착각을 일으키나 하면그 뚜껑 자체가 낮은 것이라고 인식을 하게 됩니다.
(특정 조건에서 비교를 통해서 인식한 것을)
주관적인 문제를 마치 객관적인 문제인 것처럼 인식하게 되는데
이처럼 주관이 객관화된 것을 '상(相)을 지었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상을 지어서 그것을 진리라고 믿으면 진위 논쟁과 갈등이 생김)
"저 사람은 나쁘게 생각된다" 이래야 하는데
"저 사람은 나쁜 사람이다" 하면 상을 지은 것.
빨간 안경을 쓰고 하얀벽을 보면 빨갛게 보이고,
파란 안경을 쓰고 보면 파랗게 보이는데
"벽이 빨간색이네~" "벽이 파란색이네~" 하면
상을 짓는 것 - 이러면 서로 논쟁과 갈등이 생김
"내 눈에 빻갛게 보인다" "내 눈에 파랗게 보인다" -
이러면 시비할 수 없어, "왜 그럴까?" 연구하게 돼
두 사람이 "신이 있다, 없다" 싸우면 -
"이 사람은 있다고 믿는구나, 저 사람은 없다고 믿는구나"
두 사람은 지금 믿음과 견해가 다른 것일 뿐,
미워하고 싸울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상을 버리라'는 것은 '아, 내 생각이구나,
내 믿음이구나' 바로 알라는 것이지
어떻게 사람이 아무런 생각도 없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상을 버리면 온갖 견해와 온갖 믿음을 가져도 갈등이 없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누가 칭찬을 해도 '내가 훌륭하다'고 착각하면 안 돼요,
그 사람 생각이 그런 것이지..
누가 비난한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어요.
그 사람 생각이 그럴 뿐.. 존중해 주면 돼요.
관점을 이렇게 가지면 마음은 저절로 편안해집니다.
누가 화를 내도 같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아, 저 사람 화 났구나~' 이러면 돼요.
마음은 편안해지고 싶다고 편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이렇게 바꾸면 마음은 저절로 편안해집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인연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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