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듦에 찾아 오는 것들
ㅡ다시 찾은 심장내과
꼭 1년 만에 다시 방문했다
원주세브란스 병원 심장내과!
그이가 작년에 협심증으로 스탠트를 시술한 곳이다ㆍ
1년 동안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착실히 먹고 1개월, 3개월 마다 병원에 들러 검사하고
의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실천했다
두근두근
그이는 휴가를 내고 나도 스케줄을 조정하고 새벽6에 출발했다ㆍ
이곳에서 40여분 떨어진 대학병원에 도착해서 사전에 써 준 내방 기록지
대로 채혈. 촬영을 하며 입원실에서 시간을 보냈다ㆍ
대기 입원실에서 똑같은 이유로 대기하고 있는 다른 부부를 만났다ㆍ
처음인데도 반갑고 안타깝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ㆍ
우리보다 서 너 살 많은 분이었다ㆍ
원주에서 한 정거장이 떨어진 곳에 살며 연애해서 만났고. 오누이를 두었고 손자만 둘이란다ㆍ
가톨릭 신자고 심장과 뇌경색인 남편을 돌보고 일도 힘차게 하는 여장부 스타일이었다ㆍ
딸과 아들 그리고 며느리가 차례로 안부 전화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식 농사를 잘 한 분이라는 느낌이었다ㆍ
잘 다져진 가족이었다ㆍ
서로를 위로 하며. 조영술을 하러 가는 뒷모습에 토닥토닥 격려를 보냈다
짧은 인연이라도 소중하다ㆍ
하물며 두 명만 대기하는 병원의 입원실이니ㆍ
10시30분ㆍ
다시 심장유 수술. 조영술을 하는 심장내과 문 앞의 의자 앞에 앉았다ㆍ
작년에는 두근두근거리고 조바심이 났었다ㆍ
똑같이 들어간 분들은 벌써 나오고, 늦게 들어간 환자조차도 나오는데
2시간이 지나도록 남편은 나오지 않았다ㆍ
불안하고 힘들었다ㆍ
조영술 후에 의사의 호출로 수술실로 들어가 그이의 심장 사진을 보고,
막히려는 부분의 동막을 뚫어야 하는데 앞가슴을 열어 수술을 해야 될
것 같단다ㆍ
적어도 4개는 스텐트를 연결해야 할 것 같다고ㆍ
"시술로는 안 될까요. 몸이 건강한 사람이라서 잘 견뎌낼 수 있을 거에요"
시술로 가능하지만 시간이 걸린다고 의사는 머리를 끄덕인다ㆍ
그렇게 긴 시간에 걸쳐 시술은 끝났다.
만약에 작년에 직접 수술을 했다면, 후유증으로 한동안 고생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니 그때 선택을 참 잘한 듯 싶다.
회복실에서 잠깐 패닉상태에 빠지기도 했지만, 다음날 퇴원했고,
약을 약으로 철저하게 챙기고 먹은 1년이었다ㆍ
꼭 1년이 지난 2024년 12월, 다시 조영술을 하고 꼭 1년 만에 담당 조중희 교수님을 다시 만났다ㆍ
"약을 잘 먹으시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시술부위가 좋습니다ㆍ
다만 콜레스테롤 수치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낮아야 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욱 신경써야겠습니다ㆍ"
"고맙습니다ㆍ
교수님! 시술을 잘해 주시고, 그동안 애정으로 치료해 주신 덕분입니다ㆍ
수능 발표날 보다 더 두근두근 했는데,ㆍㆍㆍ감사합니다."
고개 깊이 숙여 인사드렸다ㆍ
의사 선생님,
수술실 앞의 모니터 앞에서 초록의 수술 가운을 입고,
머리수건을 써서 눈 밖에 안보이는데 까만 눈동자가 웃는다ㆍ
고마운 분이시다ㆍ
작년에 덜덜 떠는 보호자에게 수많은 사람들의 심장 수술을 했으니, 걱정 말라고 안심을 시켜 주었다ㆍ
그 부분이 특히 마음에 향기로 남는다.
심근경색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리 예방한 협심증인 것도 행운이 있는 분이라고
다들 이야기 한다. 수술 후 삼일 정도 쉬고는 다시 예전처럼 회사를 다니고 열심이 일한 착한 남편.
심장과 연결 된 핏줄들이 선명하다ㆍ
시술한 부분들로 피들이 힘차게 돌아 까맣고 선명한 핏줄기가 반갑다.
2시가 다 되어서야 입원비를 결재 할 수 있었다ㆍ
새벽부터 아무것도 먹지못해 어지럽고 허기가 졌다ㆍ
힘든 일을 해 낸 보상으로 원주시의 맛집을 검색도 하고
,입원실 토박이 분들께도 귀동냥을 해서 식당을 찜했다ㆍ
그러나 지치고 힘든 모습을 보니 얼른 집에 가서 쉬는 편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ㆍ
집 가는 길, 고려대 근처 '김가 보리밥'에 들러 편하게 먹었다ㆍ일전에도 먹었던 곳이다ㆍ
된장찌개와 정갈한 반찬. 특히 고기다짐의 동그랑땡은 고소했다ㆍ
심근경색이 되기 전에 시술한 일,
좋은 교수님을 만난 일ㆍ
잘 견디고 성실하게 약을 성실하게
먹은 남편에게 고맙다ㆍ
60년을 쓴 내몸을 토닥토닥 아끼고
사랑하며 살 일이다ㆍ
이쁘고 멋진 모습을 뽐냈던 게 과거라면,
현재를 잘 보살피고 격려하며
천천히 조심조심, 씩씩하게 살아갈 일이다ㆍ
아들과 며느리의 따뜻한 안부 전화에도 불구하고.
옆지기가 가장 든든하고 고맙다고ㆍ
그이가 손을 잡는다ㆍ
손과 손이 겹치며 따뜻한 온기가 흐른다ㆍ
그이의 심장이 펄떡펄떡 뛰듯이
사랑의 전류가 이어진다
2024.12.9 화요일
하루종일 원주세브란스 심장내과 앞에서
< 심장이나 뇌혈관을 체크해서 막힘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나이가 적든 많든. >
광목천에 드디어 빨강머리 앤을 수놓았다.
1주일 만에 완성이다.
내 안의 명랑소녀를 끄집어 수로 그렸다.^^
첫댓글 병원은 체계적으로 잘 운영 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드나듦에서 질서가 있다.
자주 오면 안되지만, 이렇게 기회가 되면, 많은 생각이 들어
꼼꼼이 구석구석 병원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