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櫓) / 나태주 시창고

[하지연 (하현식)]

노(櫓) / 나태주  시창고

노(櫓) / 나태주
 
 아들이 군에 입대한 뒤로 아내는 새벽마다 남몰래 일어나 비어있는 아들방 문앞에 무릎 꿇고 앉아 몸을 앞뒤로 시계추처럼 흔들며 기도를 한다

 하느님 아버지, 어떻게 주신 아들입니까? 그 아들 비록 어둡고 험한 곳에 놓일지라도 머리털 하나라도 상하지 않도록 주님께서 채금져 주옵소서

 도대체 아내는 하느님한테 미리 빚을 놓아 받을 돈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하느님께서 수금해주실 일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계속해서 채금(債金)져 달라고만 되풀이 되풀이 기도를 드린다

 딸아이가 고3이 된 뒤로부터는 또 딸아이방 문앞에 가서도 여전히 몸을 앞뒤로 흔들며 똑같은 기도를 드린다

 하느님 아버지, 이미 알고 계시지요? 지금 그 딸 너무나 힘든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오니 하느님께서 그의 앞길에 등불이 되어 밝혀주시고 그의 모든 것을 채금져 주옵소서

 우리 네 식구 날마다 놓인 강물이 다를 지라도 그 기도 나룻배의 노(櫓)가 되어 앞으로인 듯 뒤로인 듯 흔들리며 나아감을 하느님만 빙긋이 웃으시며 내려다보시고 계심을 우리는 오늘도 짐짓 알지 못한 채 하루를 산다.

1945년 충남 서천 출생으로 공주사범대학교를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흙의문학상, 충청남도문화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시와시학상, 편운문학상등을 수상. 시집「대숲 아래서」「누님의 가을」「막동리 소묘」「굴뚝각시」「아버지를 찾습니다」「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추억이 손짓하거든」「딸을 위하여」「풀잎 속 작은 길」「슬픔에 손목 잡혀」「섬을 건너다보는 자리」등, 산문집 「대숲에 어리는 별빛」, 「절망, 그 검은 꽃송이」, 「추억이 말하게 하라」, 시화집「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송수권·이성선·나태주 3인 시집「별 아래 잠든 시인」등.

[출처] 노(櫓) / 나태주|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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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인의 "노(櫓)"는 가족의 사랑과 염려, 그리고 기도의 힘을 감동적으로 그린 시입니다.

주요 내용을 해석해보겠습니다.

시의 해석:

1. 아내의 기도:

• "아들이 군에 입대한 뒤로 아내는 새벽마다 남몰래 일어나 비어있는 아들방 문앞에 무릎 꿇고 앉아 몸을 앞뒤로 시계추처럼 흔들며 기도를 한다":

  • 아들이 군대에 입대한 뒤, 아내가 새벽마다 아들방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시계추처럼 몸을 흔드는 모습은 기도의 간절함과 애틋함을 표현합니다.

• "하느님 아버지, 어떻게 주신 아들입니까? 그 아들 비록 어둡고 험한 곳에 놓일지라도 머리털 하나라도 상하지 않도록 주님께서 채금져 주옵소서":

  • 아내가 하나님께 아들의 안전을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입니다. 군 생활의 어려움 속에서도 아들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며, 머리털 하나도 상하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2. 기도의 반복:

• "도대체 아내는 하느님한테 미리 빚을 놓아 받을 돈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하느님께서 수금해주실 일이라도 있다는 것인지 계속해서 채금(債金)져 달라고만 되풀이 되풀이 기도를 드린다":

  • 아내가 하나님께 반복적으로 빚을 갚아달라는 기도를 드리는 모습입니다. 이는 아내의 간절한 마음과 기도의 지속성을 나타냅니다.

3. 딸을 위한 기도:

• "딸아이가 고3이 된 뒤로부터는 또 딸아이방 문앞에 가서도 여전히 몸을 앞뒤로 흔들며 똑같은 기도를 드린다":

  •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뒤, 아내가 딸아이 방 앞에서도 똑같이 기도하는 모습입니다. 아들의 안전을 기도하듯이, 딸의 공부와 앞길을 위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 "하느님 아버지, 이미 알고 계시지요? 지금 그 딸 너무나 힘든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오니 하느님께서 그의 앞길에 등불이 되어 밝혀주시고 그의 모든 것을 채금져 주옵소서":

  • 아내가 딸의 공부와 앞날을 위해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하는 장면입니다. 딸이 어려운 공부를 잘 이겨내고 밝은 미래를 맞이하기를 기도합니다.

4. 기도의 힘:

• "우리 네 식구 날마다 놓인 강물이 다를 지라도 그 기도 나룻배의 노(櫓)가 되어 앞으로인 듯 뒤로인 듯 흔들리며 나아감을 하느님만 빙긋이 웃으시며 내려다보시고 계심을 우리는 오늘도 짐짓 알지 못한 채 하루를 산다":

  • 가족의 각기 다른 어려움 속에서, 기도가 나룻배의 노가 되어 가족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표현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내려다보시며 미소 짓고 계심을 나타냅니다.

주제와 상징:

이 시의 주제는 가족의 사랑과 염려, 기도의 힘과 간절함입니다.

아내의 간절한 기도를 통해 가족의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을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룻배의 노와 같은 기도의 힘을 통해 가족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모습을 그립니다.

수사법은

나태주 시인의 시 "노(櫓)"에서 사용된 몇 가지 주요 수사법을 살펴보겠습니다.

은유 (Metaphor)

• "아내는 새벽마다 남몰래 일어나 비어있는 아들방 문앞에 무릎 꿇고 앉아 몸을 앞뒤로 시계추처럼 흔들며 기도를 한다": 아내의 기도하는 모습을 시계추에 비유하여, 그 간절함과 애절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기도 나룻배의 노(櫓)가 되어": 기도를 나룻배의 노에 비유하여, 기도가 가족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의인화 (Personification)

• "하느님께서 채금져 주옵소서": 하느님이 직접 빚을 갚아주는 역할을 의인화하여, 기도의 간절함과 아내의 믿음을 강조합니다.

• "하느님만 빙긋이 웃으시며 내려다보시고 계심을": 하느님이 웃으며 내려다보는 모습을 통해, 기도하는 가족을 따뜻하게 지켜보는 존재로 의인화하고 있습니다.

반복 (Repetition)

• "하느님 아버지": 아내의 기도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표현으로, 하느님께 대한 의존과 간절함을 나타냅니다.

• "채금져 주옵소서": 아내의 기도에서 계속 반복되는 요청으로, 하느님께 빚을 갚아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강조합니다.

대조 (Contrast)

• "우리 네 식구 날마다 놓인 강물이 다를 지라도": 각기 다른 상황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을 대조하여, 기도라는 공통된 주제가 그들을 묶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나타냅니다.

• "앞으로인 듯 뒤로인 듯 흔들리며 나아감": 나룻배의 노가 앞으로 나아가는 듯 하지만 뒤로 나아가는 모순적인 움직임을 통해, 기도의 힘이 방향을 상관없이 가족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직유 (Simile)

• "몸을 앞뒤로 시계추처럼 흔들며": 아내의 기도하는 모습을 시계추에 비유하여, 그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움직임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수사법들은 시에서 아내의 기도와 가족의 사랑을 깊이 있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