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을 예고하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또 한 사람 나타났군, 정도일 것입니다. 하기야 지난 몇 세기 안에서도 종말을 이야기한 것이 한두 사람이 아닙니다. 마치 양치기 소년의 말처럼 흘려버릴 것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과연 종말이 가능할까요? 대부분 설마 내가 사는 동안에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고? 하는 생각 속에서 살아갑니다. 여태 수백 년 아니 수천 년을 종말이라는 말을 가지고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잘 아는 대로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내가 사는 이 시대, 이 세상에서 당해야 한다는 말인가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되는 것이지요.
어쩌면 지구 전체적인 종말이라기보다 지엽적인 종말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도시 폼페이가 화산폭발로 사라진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지구라는 행성이 사라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그 동안 종말을 그린 시나리오는 여러 개 있습니다. 20세기 초 핵전쟁을 비롯하여 전염병이나 환경오염 기후변화에 따른 대 격변, 외계인의 침투 그리고 자주 등장하는 혜성 충돌 등입니다. 대부분 지구 자체 안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지만 우주 밖에서 원인을 만드는 이야기도 여러 가지로 등장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막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바로 혜성 충돌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지구 전체의 위기이기에 모처럼 지구인 전체의 협력을 불러냅니다.
또 한 가지 과학적 궁금증이 있다면 바로 외계 머나먼 저 우주 바깥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어딘가에 우리와 같은 존재가 있을까? 아니면 최소한 그 무엇이든 생명체라는 것이 존재할까 하는 궁금증입니다. 아직 태양계 안에서의 여행조차 쉽지 않은 마당에 은하계 내에서라도 생명체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이 커다란 은하계가 이 우주 안에 몇 개가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 알 수 없는 머나먼 곳에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있기를 희망하며 쫓아가고 있습니다. 사실 그것이 우호적일지 적대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알고 싶고 만나고 싶어집니다. 다른 한편 이제 지구 안에서의 자원 활용도 한계에 달했으니 다른 곳에서 찾아보려는 기대도 따라갑니다.
어느 날 과학도 대학원생이 혜성을 발견합니다. 담당교수에게 확인하고 발표합니다. 학생의 이름으로 명명됩니다. 그런데 혜성의 궤적을 확인하니 바로 지구를 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간을 계산합니다. 고작 6개월 남았습니다. 그 사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연구하는 사람들의 몫이 아닙니다. 그래서 기관에 보고하고 대통령에게까지 전달됩니다. 대통령의 면담이 이루어집니다. 지구 전체의 생존에 관한 일입니다. 빨리 대처를 해야 합니다. 진작 영화로도 나온 것이 있으니 ‘아마겟돈’식으로라도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의 종말을 불러올 것입니다. 6 개월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핵폭탄을 운반하여 지구 밖에서 처리해야 하니 말입니다.
대통령의 관심은 온통 중간평가와 재선에 있습니다. 어떻게든 정권을 이어가야 합니다. 현재로서는 국민의 지지가 너무 약합니다. 무엇인가 자극적인 사건이 있어야 합니다. 지구가 멸망당해도(?) 일단 자신의 지지기반을 갖추어야 합니다. 혜성 충돌에 대한 보고가 대통령의 귀에 실감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하루 종일 기다리게 만들고도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하기야 지구 충돌은 6 개월 뒤의 일이고 중간 평가가 그보다 앞서 시행됩니다. 과학자들만 발을 동동 구를 뿐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말만 따라가고 있습니다. 무시당했다 싶은 과학자들은 방송을 이용합니다. 시청률 높은 토크쇼에 나오니 진행자들 또한 유명인사와 자기네 개인의 스캔들에만 신경 씁니다. 시청률에만 관심 있다는 뜻이지요.
혜성 충돌과 지구 멸망, 우리는 대책이 있다, 이거야말로 특종이 될 수 있습니다. 지지율 상승에도 한몫을 하겠지요. 그래서 쓸 만하다 싶은 우주비행사까지 만들어 우주선을 쏘아 올립니다. 그러나 불발입니다. 게다가 계속 시도하지만 별 성과가 없습니다. 자신을 적극 후원하던 업자와 후속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시간이 촉박하여 슬그머니 지휘 현장을 빠져나옵니다. 위기의 순간에 일부 계획된 사람들만 빠져나온 것입니다. 자기네만 따로 준비된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탈출합니다. 대단한 이기주의는 자기 아들까지도 버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혜성이 눈앞에 닥쳐서야 우왕좌왕 아우성입니다. 여기저기 혜성의 조각들이 지구를 강타하며 재앙이 닥칩니다.
마지막이 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그 마지막 시간을 보낼 것인가 생각해봅니다. 극도의 혼란이 닥칠 수 있습니다. 사회적 혼란뿐만 아니라 각자 개인적인 심리적 혼란이 생길 것입니다.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만들까요? 죽음을 앞두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그 자리에 누구와 함께 하고 싶을까요? 일상 속에서도 준비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싶습니다. 개인적 종말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맞을지 모르니 말입니다. 2만 2천 년 냉동수면 여행 후 어딘가에 착륙했습니다. 그리고 우주선 밖으로 나와서 본 신세계, 과연 살만한가요? 사람은 어디서든 죽습니다. 거참! 섬뜩한 종결이 충격입니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