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우리 요양원 노인병동의 집중치료실(중환자실)에
네분의 어르신들이 입원을 하셨다
모두 70~80이 넘으신 할머니 두분과 할아버지 두분이신데 모두 중증 환자들이시다
한분은 뇌졸중으로 인해 몸 한쪽이 완전히 마비되고 코로 연결된 줄을 통해
식사를 하시는 분이시고, 또 한분은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 등으로 인해
괴저등으로 한쪽 다리가 썩어 가고 있으며 수치가 500이상이며
인슐린으로도 조절이 불가능한 분이시다.
다른 두 분의 할아버지들은 치매 중증 환자들이시다
한 할아버지는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고 안절부절하시면서
침대와 바닥, 그리고 복도등을 계속 왔다갔다 하신다
그리고 계속 가족을 찾으시면서 어디인지를 가야한다면 아우성이시다.
다른 한분은 차고 있는 기저귀 속으로 손을 짚어 넣어
변을 만지작 거리면서 이곳 저곳 등에 칠을 하기도 하고
기저귀를 조금씩 조금씩 뜯어내기도 하신다
간병인들이 이분들을 지키느라 한시도 눈을 뗄수가 없다.
소위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중증 환자들이시다.
우리 노인병동 집중 치료실 등에 이런 분들만 30여분이나 계신다.
이런 분들은 거의 밥도 먹여 드려야 하고 양치질도 해 드려야 한다.
면도와 목욕, 옷 입는 것, 손발톱 깍기 등은 기본이다.
일반 입원실에 계시면서 스스로 소대변 처리를 하시면서
혼자 식사를 하시는 어르신들은 이들에 비하면 양반이시다.
광주의 한 병원에서 오신 할머님의 경우,
그곳에서는 병원비를 제외한 한 달 간병비만도 180만원이었다
대개 이런 환자들이 병원이나 노인전문병동에서 입원 치료와 보호를 받을 경우
입원비는 간병비등을 포함하면 최소 200만원~400만원까지도 소요된다
그것도 기저귀와 물티슈 등 필요 물품은 가족들이 사다 주어야 한다.
물론, 좀 저렴한 곳에서는 간병비 등을 포함하여 월 150만원~200만원 정도인
곳도 간혹 있지만 그런 곳은 대개 시설이 열악하고
전문 의료진이나 간병사 등도 없는 곳들이 많다.
이러한 비싼 입원비나 치료비, 간병비 등으로 인해 왠만한 환자 가족들은
온갖 어려운 상황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어르신들을 모시는데
그 마음 고생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어떤 분들은 아예 방 한칸을 정해 놓고 잠금 장치를 만들어 출근하거나
일하러 나가거나 볼일을 보기도 한다
특히 치매로 인한 가족들의 폐혜는 이루말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가까이에서 모시지 않고 가끔 만나는 가족이나 친지들은 오해하기 쉬운
병이 바로 치매이다. 그래서 고부간의 갈등, 부부간의 갈등은 물론
형제간에 갈등을 조장하고 사이가 멀어지게 하기도 한다.
치매도 아주 여러 가지가 있어 어떤 분은 과거를 기억하는 한편
현재가 입력이 안되어 아주 힘들게 하는 분도 계시고 반대로 어떤 분은
현재는 입력이 되어 기억하는데 과거를 전혀 기억하지 못해
자신의 부인이나 남편, 자녀들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여 가족들의 애를
태우는 어르신도 계시다.
이런 치매 환자들은 왠만한 노인복지시설에서도 모시기를 꺼려하며
일반 재림교회 내 뉴스타트 요양원 등에서도 모실 수 가 없다
왜냐하면, 다른 환자들과 결코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사람 잡는 소리, 온 종일 똑같은 말 반복하기, 괴상한 행동 반복하기,
기저귀 뜯어내기, 변이나 소변등을 손으로 주물럭 거리면서 사방에 발라놓기,
밤새도록 잠 안자고 이 방 저 방 기웃거리면서 이것 저것 다 헤집어 놓기,
돌발적인 폭력이나 불평, 원망 등이 치매 어르신들이 하루종일 하시는 일이기 때문이다.
간병인들이나 직원들이 잠간 한눈 팔 사이에 일 저지르는 일들은 다반사다.
또 자칫하면 침대에서 떨어져 뼈가 부러지거나 다치시는 일,
화장실에서 넘어져서 뇌진탕을 일으키는 일 등도 가끔 겪는 일들이다.
오늘 저녁 잠간 우리 요양원 주요 직원들이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요즘 우리를 힘들게하는 몇 환자 보호자 가족들 이야기가 나왔다
장기 요양비 미납자들이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소대변 못가리는 부모님들을 맡겨 놓고
많게는 1900만원 정도를 미납한 배짱 두둑한 가정도 있고
17개월, 14개월, 8개월, 6개월 정도 전혀 요양비를 내지 않는 분들도 있다
우리 요양원 원무과에서 수십차례 고지서를 보내고 연락을 해도 소용없다
어떤 분들은 아예 경기도 전화 번호나 우리 직원들 핸드폰 번호는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다.
목사 신분에 가족들에게 돈 이야기 하는 것이 어울리지 않아 왠만하면
거의 나는 그런 일들에 관여하지 않지만, 요즘 너무 미납액이 많아
고액 미납환자들 가족인 두어분에게 내가 직접 전화를 걸어 어렵게 통화를 했다
내가 ‘아버님을 데리고 가시라’는 말에 ‘그럴 형편이 안된다’고 더 봐달라고
통사정하는 분과 오히려 큰 소리치면서 ‘그까짓 것 같고 뭐 그러느냐?’며
적반하장식으로 ‘못 데려가며 돈이 없으니 마음대로 하라’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리고 다시는 받지 않는 몰염치한 분도 있다....
참으로 난감하다...
그렇다고 어르신들을 어떻게 할 다른 뽀족한 방도도 없는 것이다.
정말 낼 돈이 없고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아예 받지 않을 수 있지만
자기들은 새자동차 사서 타고 다니고 다른 빌라로 이사하고
놀러 다닐 것 다 다니면서 정작 부모님의 요양비는 내지 않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요양병원이나 병원에 내는 요양비의 3분지 1 수준인
50만원~80만원 정도인 저렴한 요양비를 말이다.
너무 고의적으로 현대판 고려장처럼 부모를 맡겨 놓고 수년동안 면회 한번
오지도 않고 요양비도 내지 않는 두 가정에 대해 경찰서에 인계하는
방법을 상의해 봤지만 경찰도 강제할 수 없는 사항이라면서 난색을 표명했다
오늘 직원 간담회에서 직원들이 나에게 말했다
특별히 콧줄로 식사하는 분들 경우 그들에게 제공되는 뉴케어 값만도
한달에 30여만원 소요되는데 간병비와 약값과 기저귀등의 모든 비용이
겨우 30~40만원정도라면 어떻게 운영하느냐며 분명한 적자인 이런
운영 구조를 좀 바꾸자는 것이었다.
적어도 월 100만원 정도는 받아야 조금이라도 이윤이 발생한다는 논리였다
시설도 작년에 새롭게 하여 최신 설비를 갖추었는데 요양비를 좀 인상하자는 것이었다.
늦은밤... 퇴근하면서 조용히 생각해 봤다
분명히 지금처럼 그렇게 운영하면 적자다.
내가 그것을 모를 바보가 아니다.
산수적으로도 확실히 드러나는 적자인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한가지 사실은 그럼에도불구하고 우리 요양원은 지금껏
놀라운 축복속에 지속적인 번창을 해 왔다는 사실이다.
굼뱅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나같이 여러모로 부족한 사람에게도
천성적으로 ‘정이 많은’ 재주가 있는 것 같다 ^^
어제 일요일에 내 전화를 받고 어렵사리 참으로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낸 장기 미납자의 아들을 만났다
나는 그동안 밀린 것은 아예 안 받는 대신 그 아버지를 무조건
그 아들에게 인계할 생각으로 그가 왔다는 말을 듣고
그분의 아버지를 옷을 입혀 퇴원 준비를 다하도록 직원들에게 말하고
데려오도록 했다...
그런데 그 아들이 나에게 사정사정을 했다.
지금은 도무지 아버지를 모시고 갈 형편이 못되며 자신도 집을 나와
일하는 회사 기숙사에 있으며 부인도 아버님 문제 때문에 자기와
거의 별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이 얼마나 진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에게 빌다시피 하면서
말하는 그분의 표정을 보고 또 다시 마음이 약해져서 그냥 돌려 보내고 말았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눅 6:38)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윤택하여지리라”(잠 11:25)
“병든 자를 고치며 죽은 자를 살리며 문둥이를 깨끗하게 하며
귀신을 쫓아내되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 10:8)
기본적으로 나는 이 말씀을 믿고 실천해 왔으며
11년동안 하나님은 그러한 우리의 믿음에 축복하셔서
오늘 우리를 있게 하신 것이다.
우리는 더하기 방법으로 일했으나 하나님은 곱하기 방법으로
우리를 축복하신 것이다.
앞으로도 진정한 사회복지 실현과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위해
나의 남은 삶을 송두리째 거룩한 재단에 산제물로 드리고 싶은 것이
나의 소박한 현재의 소망이며 꿈이며 이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