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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이야기 / 다헌
사람이 사는 동안 1년 12개월 365일을 겪고 산다. 사실 365일이 길기도하고 짧기도 하는데 사람에 따라 그 기간의 느낌이 다르다. 또 1년 동안 24절기를 보낸다. 2010년1월 소한을 시작으로 보름(15일) 주기로 찾아오는 절기를 보며 농촌에선 농사를 짓고 산촌에선 산새를 본다. 어촌에서는 주로 음력을 쓰는데 달의 차고 기움을 보며 바다에 나가 제철 고기를 잡기도 한다. 하루 24시간을 정하여 시간대로 식사를 하며 잠을 청하고 계획하며 산다. 이렇듯 시간과 세월감각이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좌지우지한다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1년12달을 지내며 혹시 13월이란 달이 있다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없다면 앞으로 13월을 계획하고 보람 있게 써보자.
13월은 양력과 음력을 함께 쓰는 인도의 어느 마을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같은 것이다. 양력 1월1일부터 음력 1월1일 사이에 있는 날들을 13월이라 한다. 예를 들어 2010년은 1월1일부터 2월13일 (설날 전날)까지 44일인 셈이다. 해년마다 날의 길이가 다르지만 2010년의 44일 동안은 동양의 토속신앙이 배어 있어 어떤 일을 해도 동티도 없고 탈도 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의 토속신앙에도 생활과 밀접한 집안의 각 처소 즉, 안방의 조상신(祖靈)과 삼신(産神)을 들 수 있고, 대청에 성주신, 부엌에 조왕신(鋤王신), 장독간에 철륭신, 측간에 측신(燼神), 문간에 문신(門神), 또는 수문신(守門神), 그리고 뒤꼍과 안뜰에 터주신(地神)과 업을 들 수 있다. 이런 신들도 13월엔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으려 쉬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믿음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겠지만 이런 신들을 제대로 섬기지 않으면 동티가 난다고 한다. 이런 동티가 나지 않으려면 13월에 여러 일들을 행한다고 한다.
동티란? 한자어로 동토(動土)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동티 나려구!’라는 말은 무언가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해 거리낌을 표현할 때 사용된다. 신체(神體)를 상징하는 물체나 귀신이 거주하거나 관장하는 물체를 훼손하거나 침범하는 경우 갑자기 질병에 걸리거나 죽게 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이 신벌(神罰)을 받거나 사악한 악령(惡靈)의 침범으로 동티가 나는 것이다.
예로부터 동티를 예방하기 위해 그날의 일진을 잘 살펴서 손(損; 날짜에 따라 사방으로 옮겨 다니며 사람의 일을 방해하는 귀신)이 없는 방향으로 나무를 자르거나 땅을 파는 등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또 묘를 쓰거나 이장을 할 때, 집을 수리할 때에는 먼저 산신이나 지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오늘날에도 큰일을 앞두고 고사를 지내거나 하는 등 이런 주술적 믿음은 생활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손없는 날이라 하여 그 마을에선 주로 화장실을 옮기거나 서낭당이나 무속인들이 토속신앙에 한줄기로 그동안 12개월 동안 즉 일년간 소원했거나 찾지 못해 아쉽거나 부족했던 일들을 보충하고 반성할 것과 서로의 감사의 표시를 했다고 한다. 참 슬기로운 문화로서 일년을 마무리하고 또 새로 맞이하는 한해를 가볍고 상쾌한 발걸음으로 옮기는 지혜가 숨어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고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는 성현들의 말을 자세히 살펴보면 삶의 혜안이 들어 있다. 아직 2월의 시작이고 13일이란 날이 남아 있으니 서운했거나 용서해야 할 일이 있거나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전화 한통이라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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