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효준 청년의 교우 단상- 교회다니는 사람들 ◈
초등학교 2학년까지 일요일이면 할머니 손을 잡고 불교회관에 갔다. 나와 친척오빠, 동생들은 어린이 의식에 참여하고 할머니와 고모들은 어른들 의식에 참여했던 기억이 난다. 석가탄신일이 되면 고모집에 모여 친척동생들과 연등을 만드는 것을 도왔고 석가탄신일 아침에는 남고사에 가서 밥을 먹었다. 나는 이렇게 종교에 대한 인식을 갖기 전부터 주말이면 당연히 가야하는 곳 인줄 알았고 불경은 외워야하는 것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어렸을 적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유치원을 다니지 않고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으니, 처음 만난 선생님은 설렘보다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런데 이 선생님께서는 매주 월요일 아침조회시간에 새 연필을 몽땅 들고 교실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전날에 교회를 다녀온 친구들은 손을 들라고 하셨고 손을 든 친구들에게는 한 자루, 한 자루씩 연필을 나눠주었다. 그러한 시간들은 초등학교 1학년 내내 월요일마다 계속되는 시간이 되었다.
어린마음에 갖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선생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어쩌면 거짓말로 손을 들 수도 있었을 것인데 그때나 지금이나 난 참 바보 같았던 것 같다. 1년 내내 손을 들지 않았다. 그때 우리 반에서 손을 안든 여자 친구는 나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과연 그 친구들이 교회를 다녔을까?
그땐 참 선생님이 미웠다. 물론 지금도 밉다. 연필을 안주는 선생님도 밉지만 연필을 나눠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여자 친구들 사이에 홀로된 느낌이 싫었다. 왜 선생님은 교회 다닌 친구들만 손을 들라고 하는지, 나도 주말에 집에서 놀기만 한게 아니라 할머니와 고모 손을 잡고 불교회관에 다녀왔는데, 왜 교회를 다녀온 친구들만 주는 것일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선생님은 교육공무원법 위반이다. 학생들에게 종교적인 색채를 드러내고 그걸로 상점을 주는 것은 분명한 교육공무원법 위반이다. 그리고 교육자로서 좋은 태도도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식의 차별은 지금 이 나이가 먹어서도 그 선생님에 대한 그 기억만 생각나는 것과 거짓 기독교인에 대한 환멸을 가지게 되니깐. 그 선생님도 어느 교회의 장로, 집사였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게 기독교인의 양성에 한 방법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나보다.
만약 내가 만난 기독교인이 그런 사람들이었으면 난 절대 이 자리에 있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들의 거짓된 모습은 비기독교인에게 전혀 가까이 하고 싶은 향기가 아니니깐. 그리고 지금도 내 주위에 그런 기독교인이라는 사람이 참 많다. 교인들의 헌금액수에 따라 하나님 앞에서의 면류관의 종류가 달라진다고 설교하는 목사, 장로의 얼굴을 쓰고 비리를 행하는 사람, 기독교인의 선한 가면으로 칼날보다 시린 언행과 모욕을 주는 집사,,,,,,
차라리 그런 사람들은 교회 안다닌다고 하면 좋을텐데 어찌나 교회 다니는 사람이라고 자랑을 하고 다니는지~
자녀들아! 우리가 말로,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라. - 요한일서 3장 18절-
이번에 청년회 말씀 구절로 선정한 이유도 위와 같다. 요즘 들어서 더욱더 구역질이 나도록 싫어지고 있는 것 보니 나도 성격이 점점 세지나 보다.
그리고 하고 싶은게 생겼다. 이제 같은 위치에서 그 선생님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도대체 어떤 목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