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외솔시조문학 신인상 수상작>
개운포 이야기 외 2
유설아
파도가 몸을 잠근 개운포 바닷가에
처용을 따라와서 돌아가지 못한 배들,
소금이 하얗게 절은 그리움을 닦고 있다
수줍은 꽃잎들이 노을 앞에 옷을 벗자
얼마나 자랐을까 키를 재는 그리움
무너진 성돌 너머로 별 한 움큼 획, 뿌린다
키가 큰 왕대나무 손 비비는 소리 끝에
해체된 고래였나 하얀 뼈로 끌려오면
포구는 해무 속으로 다친 팔을 숨긴다
집수리
헌 벽을 걷어내다 딸려 나온 마음의 벽
삐뚤고 어긋난 맘 돌돌 말아 버리면
너와 나 마음의 거리 좁혀질 수 있을까
조그만 틈이 자라 온 벽에 금이 간다
우리도 헌 집처럼 무뎌가고 금이 가서
내일이 무너질까 봐 청진기를 꺼내든다
너와 나 얼룩진 벽 말끔히 걷어내야지
새하얀 벽지 발라 닦은 마음 들여놓고
먼지가 내려앉을까 비를 들고 서 있다
바위 그림
바위도 공책이란 걸 까마득히 몰랐다
날짐승 들짐승을 우리 속에 숨겨놓은,
반구대 물속에 갇힌 그림책을 보기 전까지
- 《시조정신》2024. 추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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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품
제5회 외솔시조문학 신인상 - 개운포 이야기 외 2 / 유설아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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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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