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운동장에 놓여있는 철봉을 봤다. 정문을 기준으로 상승되는 높이가 귀엽다. 왜 이제야 철봉에 관심이 가게 됐을까. 하긴 뻔하다. 뭔가 매달릴 만한 구조가 필요했을 것이니 말이다. 한낮은 안된다. 늦은 밤, 아이들의 괴성이 뜸해질 즈음 매달려보기로 작정한다. 못내 아쉽다.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하냐."
"아, 아.. 덥구나 더워. 아이 참, 요즘.. 나 사는 게 참.. 야 짜증난다. 미치겠어."
"웬 황설수설이냐. 지금 어딘데. 일하냐."
"아유.. 모르겠다. 넌 어디냐."
"집이지. 오늘부터 휴가다. 시원하게 한잔 해야지."
"야, 아유.. 둘이 마셔라. 난 안되겠다. 컨디션이 워낙.. 아이 짜증나. 피씨방에 틀어박혀 있는 게 최고다 야."
"웬 피씨방이냐. 그게 더 짜증 나겠다. 진짜 안해."
"아.. 몰라. 나 좀 살려줘라. 사는 게 정말이지.."
그래, 사는 게 말이 아니겠지. 피씨방 피서라.. 답답하군. 비가 좀 주춤해서 그런지 다시 폭염인게로군. 비가 기다려지내. 누군가는 누군가를 떠나보내지 않기 위해 비를 붙잡으려 하지만, 누군가는 잠시 폭염을 피하기 위해 비를 기다리는 거군. 숨쉬기가 쉽질 않아. 한숨 한숨 자각을 하며 숨을 쉬게 되지. 이런 미묘한 일에 조차 자각을 한다면, 삶은 갑자기 부산스런 시장통 같은 무엇이 되버려. 난감하군. 슬슬 저녁 냄새가 나는군. 분명 늦도록 잠을 청하지 못할거야.
빨리 그 철봉에 매달려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