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오입(四捨五入)도 있는데 - 금주일지 268(2023.6.8.)
광주YMCA는 매월 운영이사회를 진행한다. 여러 곳에서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까닭에 운영이사회를 기관별로 순회하며 진행한다. 서구문화센터, 서창한옥마을, 광산청소년수련관, 일곡청소년문화의집, 북구청소년쉼터, 나주청소년수련관 그리고 광주푸른꿈창작학교 등.
매월 두 번째 화요일에 이사회를 여는데 6월은 오늘 8일이다. 장소는 내가 근무하는 푸른꿈창작학교에서다.
오후 6시 30분이 되어 이사님들이 속속 도착하여 회의가 시작되었다.
이사님들 중 학교를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도 있어 학교 현황을 소개했다. 현황을 듣고 여러 가지로 질문을 하며 관심을 보여주어 감사하다.
오늘 이사회는 특별한 안건이 없었지만 광주 Y내부의 문제로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어 시간이 길어졌다.
원래 임원단에서는 회의를 일찍 마치고 회의 장소와 가까운 진월동 맛집으로 소문난 ooo 라는 호프집에서 식사와 술을 곁들이는 만찬을 하기로 예정하였다.
상당히 늦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예정한 대로 000 호프집으로 이동하였다. 평소에 이 집을 애정하던 이사장님을 비롯한 여러 이사님들이 좌정하고 술과 안주를 주문하였다.
코로나로 인해 이사회 때마다 도시락으로 회의를 진행하다가 오랜만에 술집에서 자리를 함께 하게 된 이사님들이 다소 들떠 보인다.
이윽고 술과 안주가 나오고 준비된 술잔에 술을 따른다.
나는 굳이 끝자리를 골라 앉고 미리 생맥주잔에 생수를 가득 담아서 술자리를 대비하였다.
이사장이 일어서서 앉은 좌석에 따라 술을 따르기 시작한다. 이윽고 맨 끝자리인 내게 술잔을 건네면서 말한다.
“오늘은 이계양 이사장님이 단골로 다니시는 가게에 왔으니 우리 이사님들과 한잔 같이 드시면 좋겠다’ 며 술잔을 권한다. 별수 없이 일단 잔을 받았다. 그리고
“이사장님이 술을 주시니 감사히 잘 받았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제가 1년 동안 금주를 결심하고 이제 10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석 달 후쯤엔 여러분과 함께 한잔할 수 있겠다. 그날까지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달라. 오늘은 물맥주로 함께 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그랬더니 한 이사님이 거든다.
“아니 사사오입(四捨五入)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계양 이사장님은 사사오입(四捨五入)도 넘어 8부 능선을 넘으셨으니 금주를 마친 것이나 다름없지 않나요?”
또 옆자리에 있던 다른 이사님도 맞장구를 친다.
“맞아요. 금주에 성공하신 것이나 다름없으니 오늘은 한잔하셔도 되지 않나요?” 하는 것이다.
“자유당 때 못된 것들이 했던 사사오입(四捨五入)을 우리 광주 YMCA가 할 수 있겠습니까? 100년 넘은 광주 Y의 명예를 걸고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잘 금주해서 약속을 완수한 다음 이사님들과 9월 14일 넘어 성공주로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래요. 한 번 마음 먹었으니 지킬 수 있도록 해 드립시다.”
다행스럽게 앞에 앉은 이사님이 거들어 주었다.
결국 금주의 마음을 함께 지켜보기로 하고 건배를 진행하였다.
‘그래, 나의 1년 금주 약속에 관심을 가지고 이렇게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마음들이 곁에 있다. 이를 소중하게 간직하여 끝까지 약속을 잘 지키자’ 는 마음을 더욱 굳건하게 다지게 된다.
첫댓글 이제 두달 반이면 맘고생도 끝나는군요.
나의 일이 아니어선지 벌써? 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겨울을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곧 봄이 오겠지요. 그럼 예쁜 새끼들이 태어나고, 여린 새싹들도 돋아나겠지요. 함께 기다리고 견뎌주셔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