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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에서 ‘국가보안법’은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히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그와 무관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것이 악법인 이유는 사람이 지니고 있는 사상을 자의적으로 재단하여 범죄자로 만든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법 집행자의 의도에 따라 무고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의 분단 상황이 지속되면서, 독재정권과 민주화 이후의 보수 정권에서는 ‘국가보안법’을 통한 사건을 ‘조작’하면서 한때 수세에 놓였던 자신들의 정치 국면을 바꾸려고 즐겨 시도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조작 사건'으로 인한 피햬자는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겪어야만 했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무관한 듯이 보이는 국가보안법은 그에 연루된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을 정도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누군가가 국가보안법에 걸려들었을 때, 단지 그 사람을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숱한 고통을 겪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보안법’은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악법이며, 그 법에는 사람의 사상을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이념적인 내용의 책을 소지했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민주화 운동을 하는 친구를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저들이 엮어놓은 '국가보안법'의 그물에 포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국가보안법'과 관련되어 고통을 겪었던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 피해를 온몸으로 겪어내야만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저자들은 피해 당사자들의 구술로 엮은 이야기를 통해, ‘국가보안법’이 이 사회에 끼친 해악과 문제점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 책의 기획에 대해서 저자들은 국가보안법이 왜 폐기되어야 하며, 그것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에 대해서 폭로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결국은 ‘역사 다시 쓰기’와 ‘여성의 경험과 사유를 지식화하고 언어화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모두 11명의 이야기를 통해서, ‘국가보안법’으로 인해서 가족과 친척들을 포함한 지인들의 삶에 어떠한 흔적을 남겼는지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지금은 이른바 ‘시국사건’ 혹은 ‘민주화투쟁’의 역사로 인정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한 사람의 삶이 송두리째 망가져야 했던 당사자들로서는 당시의 기억을 다시 꺼내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그동안 다양한 조사를 통해서 적지 않은 기록들이 축적되어 있지만, ‘국가보안법’으로 피해를 당했던 여성들이 목소리를 담아낸 것은 이 책이 처음이라고 한다. 구술자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통해서 그들의 삶을 관통했던 국가보안법의 폐해와 그것이 왜 폐기되어야만 하는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다시 사람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돌변할 수 있기에, 악법 중의 악법인 '국가보안법'은 하루라도 빨리 폐기되어야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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