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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10대의 자녀들과 갈등을 빚었던 경험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10대에 접어들면서 부모들은 자녀들의 ‘이해할 수 없는’ 반응에 당황해 하고, 주변 사람들과 그들과의 거리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뚜렷한 대응책은 마련하지 못한 채,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하겠다. 부모와 자녀와의 갈등은 대체로 서로의 눈높이가 다른데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부모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대학 진학 등을 위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지만, 10대의 자녀들은 오히려 현재 자신의 상황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모와 자녀들 모두 마음을 터놓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찾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10대의 자녀가 있는 부모들이 접하면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천사를 쓴 정재승 역시 이 책에 대해 ‘세상의 모든 부모가 읽어야 할 지침서’라고 평가했는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이라 하겠다. 이 책은 뇌과학을 전공하는 과학자가 10대의 자녀들을 키워본 경험을 반영하여, 뇌의 발달 과정과 10대의 상태를 분석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근거로 모든 현상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10대들이 처한 현실은 단순히 뇌과학적인 지식으로 분석될 수 없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10대를 이해하기 위한 참고로 활용하고, 기성세대에게 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마음을 읽어내기 위한 소통 능력이 전제되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인간의 뇌는 어떻게 성장하는가’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저자는 10대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서 ‘믿을 수 없겠지만 외계인은 아닙니다’라는 제목으로 ‘들어가는 말’을 시작하고 있다. 이해할 수 없고 거친 10대를 지칭하여 ‘중2병’이나 ‘무서운 10대’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사용하고 있는 ‘외계인’이라는 표현도 변화무쌍한 10대의 특징을 수식하는 용어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10대를 지칭하는 이러한 표현들은 부정적인 어감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저자가 지적하고 있듯이 ‘10대들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걸림돌’은 주로 기성세대이며, ‘바로 어른들이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들도 분명 10대라는 시기를 겪어왔지만,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대체로 이상적인 모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10대들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때로는 그들의 ‘미성숙한 행동’에 대해서 실망을 토로하곤 한다. 저자는 ‘뇌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면서, 태아 시절부터 뇌의 형성에 관여하는 요소들에 대해서 다양한 도표와 임상 사례를 들어 서술하고 있다. 나로서는 깊이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10대들의 뇌가 흥분과 보상에 더 끌리기에 ‘위험을 무릅쓰며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는 설명에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었다. 즉 10대의 뇌가 학습 능력이 뛰어나며, 무언가를 기억하면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에 반해 주의력이나 자제력을 비롯한 감정 표출의 면에서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하지만 성장하면서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신경 조직은 이른바 ‘적자생존’의 원리에 의해서 퇴화되어, 성인이 되면서 감정 조절이나 제제력이 더 강화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5장, 수면이 뇌에 끼치는 절대적인 영향력’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의 중고교 학생들은 새벽같이 등교를 해서, 학교가 파하면 밤늦도록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활 습관은 청소년들에게 ‘만성 수면 박탈 증후군’을 안겨줄 수 있으며, 오히려 충분한 ‘잠은 10대들이 더 잘 먹는데도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대체로 10대들은 늦게 깨어나서 꼭두새벽까지 활동하는 이른바 ‘올빼미형’의 수면 패턴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수면 시간은 평균 ‘9시간 15분’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중고교 등교시간을 고려하면 그들은 절대적으로 수면시간이 부족하다. 이는 미국의 사례이지만, 한국의 10대들이 처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판단된다.
책의 전반부에는 뇌과학에 입각한 10대들의 특징에 대해서 상세한 예시를 들어 논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기반으로 후반부에서는 청소년들의 흡연과 음주 및 스트레스가 뇌에 어떠한 작용을 하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10대의 뇌는 새로움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기계’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10대들은 모든 약물에 성인보다 더 빨리 중독되고, 일단 중독되고 나면 빠져나오기도 훨씬 힘들다.’ 때문에 일찍 시작한 흡연과 음주는 청소년들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 역시 대부분 학생인 10대들의 학습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이 만만치 않기에, ‘감정적으로 취약한 10대라는 시기’를 잘 넘기기 위해서는 부모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청소년들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한 게임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실제 24시간 동안 디지털 기기에 접속하는 것을 자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은 일종의 금단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전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중독 증상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저자 역시 그러한 현상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지만, 딱히 그 해결책이 제시되어 있지는 못했다. 그것이 지금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하겠다. 또한 남성과 여성을 비교하면서, 저자는 그들의 ‘뇌구조 차이는 아주 적’지만, 오히려 현상적으로 드러나는 차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청소년기 남녀의 차이는 ‘뇌 구조의 차이’라기보다, 후천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는 성장 환경이 더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추론하고 있다.
이밖에도 10대 청소년들은 뇌손상 위험이나, 10대의 범죄에 대해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 등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전히 뇌는 성장하고 있’기에 10대들에게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10대 자녀와 함께 생활하는 부모들에게 건네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저자는 ‘나가는 말’에서 ‘결국 당신과 아이는 한 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녀의 행동에 대해 일방적인 훈계가 아닌,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화를 시작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요즘은 직접 대면하여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자녀들과의 SNS나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소통할 수도 있다. 물론 그 이전에 내가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를 갖추는 것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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