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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2024) 여름 아내와 함께 국내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면서, 한낮에는 더위를 피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채우곤 했다. 그렇게 다양한 도시의 박물관을 관람하면서, 비슷한 듯 하면서도 각자의 특색을 드러내도록 전시실을 구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사시대의 유물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시실의 구성이 비슷하면서도, 해당 박물관 관계자들이 자기 지역의 특징이 드러나도록 전시물에 신경을 기울인 때문이라고 이해되었다. 특히 과거 왕궁이 위치해 있던 지역의 박물관은 전통 건축물과 관련된 유물과 유적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나의 관심을 끌었던 전시물 가운데 하나는 기와와 치미와 같은 건축물의 지붕을 이루는 소재들이었다.
기와가 지붕을 대부분을 덮는 기능을 한다면, 치미(鴟尾)는 지붕의 상단인 용마루의 양 끝에 우람한 형태로 설치하여 장식의 기능을 하던 기와이다. 아울러 동양 건축물에서 지붕의 끝 부분에 마무리하는 와당(瓦當)에는 다양한 문양이 새겨져, 박물관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내 발길을 가장 오래 머물게 하던 전시물이었다. 지난 해 박물관을 돌아보던 중에 솟아난 와당에 대한 나의 관심이 자연스레 이 책을 읽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와당의 문양에는 그 시대를 살고 간 사람들의 꿈과 현실이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한때 와당이 장식했던 집과 지붕들은 오래 전에 사라졌어도, 흙 속에 묻혀 지내던 와당이 누군가의 손에 발견되어 이제는 박물관에 전시되어 전통 예술품의 하나로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중국에서 발견된 와당의 탁본 자료들을 활용하여, 그 형태와 문양의 특징을 고려하여 구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이뤘던 진나라 이전의 전국시대로부터 남북조시대에 이르기까지 중국 고대의 건축물에서 발견된 와당들이 소개되어 있다. 비붕 끝의 와당에 다양한 문양을 새기면서, 당시 건축가들은 와당을 자기만의 특징을 드러내는 의미로 삼았을 것이다. 물론 시대에 따라 주목을 받아 즐겨 사영되었던 문양이 있었을 터이고, 또는 건축가 개인의 특징을 담아낸 와당의 문양도 존재했을 것이다. 저자는 먼저 특별한 형태의 ‘반원형 와당’을 모아 제1부에 배열하면서, 각각의 와당에 새겨진 문양을 저자의 관점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덧붙이고 있다. 무서운 형태의 좌우대칭으로 구성된 도철(饕餮)의 문양과 용이나 호랑이와 같은 동물을 비롯하여, 사람과 동물이 함께 새겨진 문양과 추상적인 문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통상적인 원형의 와당은 각각 ‘동물과 인간’(2부) 과 ‘구름.꽃무늬’(3부) 그리고 상서로움을 의미하는 ‘길상문’(4부) 등으로 구분하여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문양과 함께 그것이 출토된 지역과 만들어진 시대 그리고 문양의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비록 일부가 훼손되어 완전한 모습을 잃은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지닌 특징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아울러 전체 모양을 뚜렷하세 보여주는 다양한 문양들을 통해서, 그것이 장식된 건축물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우리의 전통 건축물에서 발견된 와당들도 다양개성적인 면모가 있는 만큼, 흩어진 자료들을 하나로 모아 소개할 수 있는 책이 발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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