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도 않은 겨울이였건만 지루해서 투정을 부리게 했던 정이월이 다갔다.
지난 2월 한달간은 유난히 엎치락뒤치락하는 일기로 하루는 봄날 처럼
따뜻한가 하면 다음날은 아직은 겨울이야 하는 추운 날씨로,
그러다가 심술이 더하면 밤새 눈발도 날려 아침에 눈부신 눈밭을
보게 만들고, 다음 날은 다시 누그러져 싸인 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런 와중에도 1월 중순 부터 나온 수선화 싹은 얼어 죽지않고 잘 견디어내고 있었다.
겨우내 못 보던 눈이 뒤늦게 입춘이 지나서야 수선화 꽃잎 위로 밤중에 눈발이 날린다
다음 날 아침에 내다 본 뒷마당의 덱크에 싸인 흰눈
내린 눈이 다 녹으니 뒤미쳐 기다렸다는드시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렸다.
그렇게 들쑥날쑥한 불규칙한 일기로 보낸 2월이 엊그제 같은데
3월이 되면서 날씨는 연일 포근하게 지속되고 있다.
아직도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 미덥지 못한 3월이긴 하지만...
우리집 골목길에 물이 오르기 시작한 나무가지들, 이제 나무가지 끝마다 저 붉은 빛이 곧 녹색이 되겠지...
나무가지에 발그레 싹이 피고 있는 모습
꽃피는 춘삼월이란 말 처럼 우리동네 곳곳에서 봄을 전하듯
잿빛의 나무가지 끝마다 싹이 트려고 발그레한 빛으로
몽글몽글 맺힌 모습이 반갑게 눈에 들어온다.
이제 부터는 저마다 색색의 꽃을 피우고 새잎이 나오는
년중 가장 바쁘게 변모하는
나무들과 풀꽃들의 잔치가 벌어질텐데..
올해는 어떤 모습의 꽃동네가 될지 우리 동네 어귀를
드나들 때마다 궁금해지며 기다리게 만든다.
해마다 맞이하는 봄이라 해도 그해의 날씨상황에 따라서
우리 동네의 봄단장은 매해 달라진다는 것도 알았다.
시골도시에서 맞는 봄이란
사람의 손으로 꾸며진 정원들의 모습도 보기 좋지만
생긴대로 넓게 퍼져있는 숲에서 부터 움트는
나무가지의 새싹과 함께 겨울동안 볼 수 없고,
들을 수도 없던,
새들이 모여들어 시끄럽도록 지저귀는 갑자기
바쁜 장터의 모습 처럼 변하는 숲은 보기만해도
추위에 웅크린 맘이 나도 모르게 스르르 풀어지며
활기를 띄우는 봄날을 만끽하게 한다.
아직은 조금 이른 시기로 나목이 더 많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그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인가 이도시에서 살면서 부터
나의 봄날은 유난히도 더 빨리 가버리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살랑 춘풍에 하늘거리는 녹색 명주실 같은 실버들 가지들
우리 동네 어귀에서 부터 실처럼 가늘게 늘어진
버드나무가지가 연녹색 명주실 처럼 변해서
봄나들이 나온 여인의 목에 살포시 두른 실크스카프가 휘날리듯
훈훈한 봄바람에 흔들리는 모습과
봄의 여왕으로 우아하게 군림하는 듯한
짙은 자색의 자목련의 꽃망울이 트이기 시작했다.
바로 내 눈앞에 자태를 뽐내듯 그 아름다운 자목련을
바라 보게 되면서 봄을 모른체 할 수는 없다.
엊그제 부터 피기 시작한 내가 봄에 제일 좋아하는 자목련 꽃.
남편과 함께 오손도손 이런 봄날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아니고,
내 옆에 다정한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책을 읽는 것도 아니고,
내 이웃들 처럼 개와 함께 걷는 것도 아니고,
봄을 재촉하는 골목길에서 이제 막 당도하는
봄과 나 사이에 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나로 하여금 항상 묵직한 무게감을 느끼게 하는
내 삶도 잠시 뒤로하고 아릿한 봄과 마주하며
이렇게 행복 할 수 있음에 흡족한 마음으로 걷게 한다.
나날이 계절이라는 이름의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스치며 지나는
내 시선을 머물게 하는 것들을
나는 나와 함께 즐기며 행복해 하는 것을
배우고 공부하라고 나한테 귀엣말로 일러주면서...
계절을 느끼고, 감상하며, 보낸다는 일은
나한테는 요즘 들어 대단히 큰 변화로 꼽는 일이다.
남들은 유난스럽게, 혹은 질풍노도같다면서 보낸다는
사춘기도 내게는 기억이 희미한 것으로 이런 변화에
그닥 섬세하게 느끼며 성장한 내가 아니였고,
그런 것에 관심을 갖고 지낼 만큼 정서적이지도 못한 나였으니
스스로도 이런 감성에 젖는 느낌이란 내게는 많이 낯선 일이다.
싹은 이미 1월 중순부터 나오기 시작한 수선화가
지금은 한창 꽃을 피우며 노란색이 제법 짙어졌다.
노란색이 짙어지며 요즘 곳곳애서 수선화가 한창이다.
싹이 나온 뒷마당의 쑥, 올해는 쑥국을 끓여 먹어 봐야지...
조금씩 꽃잎이 벌어지기 시작한 흰눈이 싸인 것 처럼 보이는 이화나무
이 나무는 벗꽃인지 레드버드(Red Bud)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미 2월에 피었다가 저버렸다.
벌써 이화도 꽃잎이 벌어지며 그 모습을 드러내고
벗꽃은 이미 피었다가 저버린 나무도 있다.
같은 골목길에 나란히 서있는 나무들이건만
꽃이 피는 시기는 저마다 다르다.
옆집 이화는 벌써 피기 시작했는데 우리집 앞마당에 있는 이 나무는 아직도 잠들고 있나 보다.
옆집의 이화는 벌써 꽃이 피어 나무가 먼 발치에서 보면
흰꽃잎이 마치 흰눈에 싸인 것 처럼 보이는데
우리 집 앞마당의 이화는 아직도 꽃이 필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잿빛의 앙상한 가지인 채다.
같은 장소에서 살고 있는데도 이처럼 다른 것을 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은
사람은 물론 동식물을 막론하고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지는게 아닌가 보다.
공자가 말했다는 이순(耳順)이란 나이에
맞는 봄이란 이런 느낌이라고 말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올해의 봄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기 전인
새싹이 움트는 이른 봄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첫댓글 사시는곳이
제가사는곳보다 따틋한가 봅니다
봄이 이곳두 오지만 심술맞은 눈도 진눈깨비두 내립니다
나이 먹어가는데
소소한 자연의 일상을. 진드긋이 바라 볼수 있서 좋네요
늘 행복하세요
우리동네는 몇주전 폭설로
아직 눈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날씨가 화창하고
나뭇가지에 푸릇푸릇 해지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봄
너무 예쁘게 글들을 읽으며
감상에 젖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