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갈망하다.
유태용
오랜만에 금요 명작 관을 감상했다. 제목은 ‘빠삐용’이다. 이 영화는 1973년 스티브 맥퀸과 더스틴 호프만이 출연하여 열연했던 탈옥 영화의 최고봉이다. 내가 본 영화는 2018년 리메이크되어 2019년 세르비아에서 개봉된 영화다. 주연 배우도 다르다. 빠삐역에는 찰리 허냄, 드가 역에는 라미 말렉이다. 라미 말렉은 우리나라에서 음악영화로 993만명을 동원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프레리 머큐리 역으로 아카데미 남우 주연상을 받은 배우로서 빠삐용에서는 드가역을 맡아 나약한 모습을 연기한다.
1931년 프랑스 파리. 금고털이 전문인 빠삐는 애인과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추면서 여자에게 말한다. “이번 한 번만 보스 일을 돕고 큰돈을 챙기면 시골로 내려가서 살자.” 그러나 살인의 누명을 쓴 채 경찰에 붙잡힌다. 여자는 너무 억울하다면서 항소를 하자고 빠삐에게 조른다. 빠삐는 탈옥 밖에 방법이 없다면서 여자에게 자기를 잊어라고 말한다. 종신형을 선고받은 빠삐는 배에 실려 프랑스령 기아나로 떠난다.
국채위조범 드가는 배 안에서 빠삐를 만나게 된다. 드가가 빠삐에게 말한다. “내가 구해 주겠다.” 이 말을 들은 빠삐는 “차라리 간수 한테 맡기겠다.”고 말한다. 드가가 계속 말하기를 “희망 없는 곳에서 희망을 찾을 수는 없다. 탈옥 경비를 대겠으니 너는 탈옥해라. 나는 탈옥에 관심 없고 그냥 이대로 사는 게 좋다.” 빠삐가 말한다. “낙관주의자로군” 강인한 체력을 가진 빠삐는 나약한 드가를 기아나 도착할 때까지 보호해 준다. 덩치 큰 죄수한테서 괴롭힘을 당하는 드가를 위해 빠삐는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운다. 결과로 쇠사슬을 발에 감고 일등석에서 펀하게 갈 수 있었다.
임시 수용소 소장이 죄수들에게 말한다. “탈옥 생각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해보라. 정글과 바다가 막아 줄 거다. 한 번 잡히면 온종일 한마디 말도 할 수 없는 독방에서 2년, 두 번 잡히면 5년, 그 이상이면 즉각 처형이다. ” 죄수들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드가는 작업 배당자를 돈으로 매수하여 빠삐를 쉽고 편한 곳에서 일을 하도록 해준다. 엉덩이에 돈을 숨겨 놓은 드가가 간수에게 돈을 주면서 빠삐가 틸출하도록 돕는다. 배가 숨겨진 장소로 가던 빠삐와 드가는 같이 탈옥 하려던 동료의 밀고로 붙잡힌다.
일차 탈옥에서 실패한 빠삐는 독방으로 보내진다.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생활이 시작된다. 음식이라곤 멀건 국물이 전부다. 먹을 것이 없어 바닥에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를 잡아먹기도 한다. 어느 날 음식을 넣은 양동이에서 메모 지를 발견한다. “앞으로 양동이에 코코넛을 넣어줄게. 드가.” 라고 적혀 있었다. 빠삐는 코코넛을 먹으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운동도 더 열심히 한다. 물구나무서기, 걷기, 제자리 뛰기, 매달리기 등을 하면서 근육을 단련한다.
어느 날 음식이 든 양동이를 검사한 간수가 말한다. “어떤 놈이냐, 누가 돈 받고 이런 짓을 한 거냐?” 교도소장이 감방문을 열고 들어와 “언제부터였지? 누가 코코넛을 넣어 줬나? 이러니 안 죽었지. 앞으로 배식을 반으로 줄이겠다.” 소장이 빠삐에게 다그친다. 코코넛을 넣어준 자 이름만 대라고 하면서. 빠삐는 미친 사람처럼 먹던 수프를 소장 얼굴에 갖다댄다. 소장이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선다. 이날 이후 소장은 빠삐의 독방을 더욱 어둡게 한다. 죽어도 할 수 없다는 듯이.
더욱 어두워진 독방에서 빠삐는 눈을 감고 회상한다. 애인 네네트와의 즐거웠던 시간이 떠오른다. 금고가 나타나고 다이얼을 돌린다. 금고가 열리지 않는다. 물랑루즈 극장 앞에 선 피에로가 나타나면서 금고가 열린다. 철창문이 열리면서 드가가 나타난다. 벌써 2년이 지나 간거다. 축 늘어진 빠삐를 간수들이 질질 끌고 나간다. 드가가 말한다. “더 빨리 너를 찾아 오려 했으나 네가 나를 보기 싫어 할까봐 지금 왔다. 코코넛 넣어준 사람 이름을 댈줄 알았는데 어떻게 버텼는지 이해가 안간다.”
일요일 소장이 전체 죄수에게 영화를 보여 주는 날이다. 빠삐와 드가는 다른 두명의 죄수와 탈옥을 감행한다. 수용소에서 서무를 보는 드가가 소장을 접대하는 사이 빠삐와 다른 사람은 간수에게 술을 먹인다. 감옥 열쇠를 훔친 드가와 일행은 비내리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도소 담장을 넘는다. 드가가 마지막으로 담을 넘다가 다리가 부러진다. 배 있는 곳으로 가는 중간에 탈옥수 잡는 사람들이 총을 겨눈다. “배에 가려면 돈을 내라. 아니면 여기서 그냥 죽든지.” 드가가 이게 전 재산이라며 돈을 건넨다. 사나이가 말한다. “자유를 만끽하시길”
폭풍 속을 나뭇잎처럼 흔들리다 도착한 육지에서 수녀를 만난다. 빠삐가 “여기가 어디냐?” 고 물으니 콜롬비아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느냐고 하니 다른 곳에서 치료를 잘 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말은 거짓이었다. 곧이어 콜롬비아 경찰에 의해 붙잡힌 빠삐와 드가는 수용소로 다시 보내진다. 간수가 삐삐보고 나오라고 한다. 밖에서 소장이 기다리고 있다. “독방에서 5년을 버틴 사람은 못밨다. 살아 있어도 어차피 악마의 섬으로 갈건데 뭣 때문에 살아 있나.” 악마의 섬으로 가는 중 바다로 시체를 던지는 것을 많이 본다.
악마의 섬에서 드가를 다시 만난다. 드가가 말한다. “선생님 자제분이 이런 곳엔 왜?” 드가와 빠삐는 나사계단으로 올라가 먼바다를 쳐다본다. 빠삐가 묻는다. “바다까지 갈 수 있나?” 드가가 말한다. “뛰어 내린다 해도 바다에선 못 살아.” 뗏목을 만들면 본토까지 데려다준다. 뗏목을 만들면서 둘이서 마주 보며 웃는다. 드가가 묻는다. “지금도 나를 지켜 줄 수 있나? 난 여기 남아야겠어.” 빠삐가 말한다. “무슨 소리야?” “남아야겠어. 네가 가야 하는 이유와 같아. 내가 있을 곳은 여기야.” 포옹 후 드가가 빠삐에게 어서 가라며 떠민다. 뗏목을 바다에 던진 빠삐가 울먹이며 드가를 쳐다보며 악수하고 절벽을 점프하여 바다로 뛰어내린다. 드가가 안경을 벗고 루이라고 부르며 가슴을 두드리면서 한참을 쳐다본다. 빠삐가 뗏목에 누워 하늘을 본다. 하늘엔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다.
이 영화는 앙리 사리에르의 자전적 소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빠삐용은 프랑스어(papillon)로 ‘나비’라는 뜻이다. 빠삐용의 주인공 빠삐의 가슴에 그려져 있던 문신 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훨훨 나는 나비처럼 유형지를 탈출하겠다는 의지를 암시한다. 이 영화는 말한다. 자유를 구속당한 한 남자가 자유를 찾기 위한 끝없는 집념과 의지, 남자와 남자의 우정과 신뢰, 인간이 사는 곳에는 돈이 작용한다는 것.
지옥도 탈출 이후 7번째 파도를 타고 무사히 탈출한 빠삐가 하늘을 향해 외치는 이 소리 “자식들아, 난 이렇게 살아 있다. 난 자유라고!!!” 생명이 있되 자유를 박탈당하면 과연 산다고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