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이는 어른보다 몸집이 작으니 슬픔을 받아들이는 양도 적을거라 생각한다. 밝음은 아이의 몫이고, 온전한 슬픔은 산전수전 겪은 어른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별나라 마트 습격 사건>>의 주인공 한결이는 아이들도 어른처럼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에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려준다.
아빠처럼 단팥빵을 좋아하고, 흰머리가 많았던 아빠처럼 복실한 흰털로 둘러싸인 족제비씨. 한결이는 아빠가 족제비로 환생했다고 믿는다. 팔봉 건강원 집 아저씨한테 잡힌 족제비를 구해내고, 산에 풀어주는 과정을 통해 주인공 한결이는 아빠와 뒤늦은 작별의 시간을 보낸다. 물론 아빠의 모습이 아닌 흰족제비의 모습으로.
단팥빵 범인을 잡기 위해 가게 안에 빨간 물감 통을 갖다 두는 장면, 아이다운 발상이라 생각했다. 족제비의 빨간 발자국 생각만해도 귀엽다. 팔봉 건강원 아저씨의 악역 캐릭터도 이야기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야생동물과 사람의 공생관계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아버지의 죽음을 다뤘지만 내용이 결코 무겁지 않게 다가온다. 귀여운 흰족제비가 아빠처럼 느껴지기 때문일까? 비록 살아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볼 수 없어도, 산 속 어딘가에 살고 있을 흰족제비를 생각하면 한결이는 한결 마음이 든든하겠지.
(2016. 9월 출간)

첫댓글 아이 속에 자리잡은 슬픔은 그만큼 오래도록 깊이 머무르지요.
가볍지 않아...
당장이라도 읽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