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지를 건너며
장성혜
검은 개가 따라왔어요. 따라오지 마, 돌을 던졌어요. 검은 개는 먹구름 속에 숨었어요. 휘어진 소나무 위로 달아났어요. 징검다리 건너다 돌아봤어요. 검은 개는 보이지 않았어요. 주머니에 돌멩이만 쌓였어요.
검은 개를 찾아다녔어요. 입을 열면 돌멩이가 튀어나왔어요. 누군가 가까이 오면 돌을 던졌어요. 흐린 편지를 뜯으면 비가 쏟아졌어요. 돌아보면 그리운 것들은 모두 건너편에 있었어요. 다시는 건널 수가 없었을 때, 내 몸 안에 어두운 강을 키웠어요.
나는 검은 돌이 되었어요. 줄줄이 돌멩이를 낳았어요. 흐르다 내 어둠과 다시 만날 줄 몰랐어요. 강바닥에 내가 던진 돌멩이만 가득했어요. 먹구름이 꼬리를 쳤어요. 아우라지 물결이 따라오며 컹컹 짖었어요. 검은 개는 끝내 보이지 않았어요.
장성혜 시인
1957년 경북 봉화 출생
1977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02년 계간 리토피아 신인상
첫댓글 내가 던진 돌멩이, 부메랑이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