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흡 기관지 질환 개선에 유익한 도라지가 각종 통증 완화와 염증 해소에도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웰빙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김호웅 기자
'오래된 도라지는 산삼보다도 낫다'는 얘기가 있다. 실제로 우수한 알칼리성 식품인 도라지에는 식이섬유는 물론 칼슘, 철분, 칼륨 등의 미네랄과 비타민B1, B2, 비타민C 그리고 티로신, 트립토판 등의 유익한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표 참조) 이같은 영양성분 때문인지 동의보감에는 도라지의 효능에 관한 기록이 278종이나 된다.
일반적으로 도라지는 기침, 가래에 쓰인다고 많이 알려져 있다. 특히 도라지에는 인삼의 주요 성분으로 알려진 쌉쌀한 맛의 사포닌이 약 100g당 2g 정도 들어 있는데 트리테르페노이드(triterpenoid)계 사포닌의 경우 호흡기 질환에 효능을 보인다. 호흡기 점막의 점액분비를 늘려주고, 가래도 삭혀준다.
그래서 도라지와 배를 혼합한 도라지배즙은 겨울철 목감기 예방약은 물론, 목을 많이 쓰는 가수에게 적극적으로 추천되는 음식이다. 기침과 가래 약으로 유명한 용각산의 주재료도 바로 도라지다. 한방에서도 도라지를 건조시켜 길경(桔梗)이라는 한약제로 만든 후 기관지 계통을 치료할 때 적극 처방하고 있다.
그러나 도라지는 호흡기 외에도 신체 여러 부위의 질환에 유익하게 작용한다. 특히 트리테르페노이드와 함께 도라지 사포닌의 주성분 중 하나로 꼽히는 플라티코딘(platycodin) D는 오십견 등 각종 진통을 완화시켜줄 뿐 아니라 항염작용까지 지닌 것으로 최근 연구결과 밝혀지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플라티코딘 D를 뇌간에 투여했을 때 전신적 진통 작용이 있고, 경구 투여 시 국소 부종, 염증 반응, 통증으로 인한 수면 장애에도 효과가 있었다. 생쥐실험에서도 발열을 유발한 후 플라티코딘 D를 투여한 결과 3~4시간 해열 작용이 유지됐으며, 생쥐 꼬리 자극법으로 일으킨 동통에 대하여 같은 양의 아스피린과 유사한 강도의 진통작용을 보여 주목을 받았다.
또 염증과 관련해서도 임상에서 한약과 배합시킨 플라티코딘 D 약물 투여 이후 대식세포의 탐식 능력이 촉진되었다고 보고돼 도라지가 진통은 물론 염증에도 어느 정도 효능을 보였다. 플라티코딘 D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을 해 주는데, 이는 염증이 있는 곳에 산소공급을 활발히 하여 모세혈관의 재생을 촉진시켜주고 항궤양작용을 한다.
염증 유발 관련 유전자들이 암세포 활성화에 작용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 도라지의 항암효과를 규명하려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얼마전 동의대 한의대 연구실은 도라지 추출물이 폐암세포의 증식을 강력히 억제했으며, 이런 현상이 암세포자살(apoptosis) 유발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도라지의 항암효과가 도라지에 함유된 이눌린(inulin) 성분 때문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그 외에도 도라지의 사포닌은 위액분비억제, 항위궤양 작용 등의 '건위 기능'은 물론 당뇨병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혈당강화, 심혈관계 질환을 위해 필요한 혈압조절 효능까지 보이고 있다.
한편 도라지를 구입할 때는 손질이 안 된 상태의 국산도라지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중국산은 국산에 비해 머리 부분이 굵고, 5~10㎝ 긴 편이며 잔뿌리가 거의 없다. 또 시중에서 껍질을 까서 가늘게 갈라놓은 도라지의 경우 방금 깐 것처럼 흰 색상을 띠고 있다면 아황산염 등 표백제를 의심해 봐야 한다.
손질한 도라지는 공기와 접촉하면 갈색으로 변하기 마련이다. 꼭 표백제가 아니더라도 사포닌 등 도라지의 유익한 성분 대부분이 껍질 부위에 있기 때문에 흙만 씻어내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만성 기침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와 노약자, 위궤양 환자는 도라지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 도라지가 기도 점막이나 위 점막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말=오재근 한국체대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이경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