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1일 사촌 문복순 누님의 부고를 사촌 문성봉으로 부터 듣는다.
다음날 저녁 같이 조문하기로 하고 큰 누님에게 전화로 또 이 부음을 전한다.
93세 동갑내기라며 “잘 갔다. 그 고생 많았는데…..” 사촌동기의 죽음을 애석해 하지 않고 되려 잘 됐다 한다.
살고 산 만큼의 나이라서 그런가 싶다.
그러고선 뒤이어진 푸념 같은 말은 일본서 배우고 나온 똑똑한 누님이 해방을 맞아 아버지 잃고 모친과 형제 자매들만 귀국해 고향에서 서러움을 받고 살다 나락 한가마니에 팔려 시집 아닌 시집을 갔다고 그리 불쌍하게 결혼 생활을 했다고 가여운 인생을 마감했다고…. 요양원에 더 안 있고 잘 갔다고 한다.
그 어느 인생이 쉽겠나마는 듣고보니 또 한 기막힌 인생살이가 저문 듯하다. 마치 소설 ‘파칭코’의 주인공 같았을 삶이 연상 된다.
내 동갑내기 사촌은 영도에서 바느질을 가장 맵씨 있게 잘한 누님으로 기억한다.
21일 저녁 6시, 사촌 성봉과 옛 침례병원 자리인 ‘인창요양 병원 장례식장으로 조문 했다.
우리 형제 자매 다섯을 연명한 30만원의 조의금을 놓았다.
먼저 간 사촌 문해봉 형님의 아들 딸을 만난다.
저들은 죽은 누님과 고모조카 사이다. 나와는 5촌 당숙질, 당숙부와 조카 사이다. 저들 3남매중 첫째인 조카딸과 장남은 나를 아는 듯하나 나는 기억에 없다. 민망하다.
올 일 없겠지만 이제라도 한번 오라며 전화번화만 남은 옛 명함을 건네고 나왔다.
상주에겐 본적도 없는 외가 당숙이니 건성으로 인사를 주고 받고 나오게 됨도 당연하다 싶다.
나외서 사촌 문성봉의 집으로 향했다.
강서구 명지 엘크루라는 낙동강 하구에 접한 아파트다.
여름 저녁이지만 벌써 어두워 자랑하는 하구의 전망은 검은 빛 바다다.
90평에 가까운 아파트의 넓은 거실에 사촌 내외간 네명이 앉아 와인잔을 기우리며 얘기를 주고 받다 내어주는 안방에서 잠들었다.
잠에서 깨니 가덕도가 눈앞인 하구가 창 가득히 놓였다.
세계에서 1%에 드는 ‘뷰’라고 자랑할만 하다.
집안에서 철새를 탐조하기 딱 좋다는 말이 공감된다.
어제밤 들면서 자전거를 본터라 라이딩을 가자고 했다.
70남자 둘은 자전거를 끌고 사촌동서 둘은 걸어서 산책 길에 나섰다.
처음 둘이 자전거 길을 달리자 했는데 길 공사중이라 출입금지다.
나는 큰 길로 나와 다리를 건너 녹산 ‘르노삼성’까지 돌아 와서 샤워를 하고 브랙퍼스트를 먹고 집을 둘러 봤다.
방3, 주방 다이닝룸 거실이 한용도인 거실, 안방을 위시한 3개의 화장실, 복층인 래크레이션룸, 이 복층을 이용한 다용도 수납장이 여러 곳이다. 마지막 보여 준 곳이 복층 뒤에 숨겨진 금고방이다.
빈 금고이지만 이것으로 이집은 아파트지만 주문설계이고 은닉과 은밀이 스며 있는 집인 것을 알게 된다.
물론 내 사촌이 이런 것은 아니고 처음 입주하기로한 원 주인의 내면인 것이다.
사실 난 이런 집이 있다는 것이 놀라울뿐이고 이런 구조가 이렇게 있다는 것은 이런 부류의 부유층이 실제한다는 것이기에 상당한 기시감이 들었다.
이 금고방은 복층의 마루바닥을 들어내면 지하층으로 내려가듯이 사다리가 놓여져 있는 구조라 주인이 말하지 않으면 전혀 알 수도 찾을 수도 없는 구조다.
이 사다리 입구 사방의 벽지가 들떴고 마감처리가 엉성하다. 이것을 나 보고 고쳐 달란다.
거절할 수 없어 그러마했지만…..
집이 사촌에게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라 이런 큰집을 가지고 누릴 수는 있겠지만 굳이 이렇게 대단히 누리며 살 필요까지 있을까 싶다. 지난번 용호동 LG아파트도 남천동 바닷가가 전경인 98평 짜리였는데 “이건 뭐지?”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보니 과하다는 느낌이다.
대기업의 하청업체를 운영하는 이들인데….
이들이 누리는 이 호사가 지들의 노동자에게 얼마나 고루 나누어 질까 싶어서다.
철새탐조 하기 좋다고 내게 자랑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만큼 동식물을 배려하며 이것들을 위한 탐조는 아닌 줄 알기에 더 그렇다.
하지만 이들이 내게 대하는 호의와 다정함은 진심인 줄을 안다. 내게 갖는 이런 정만큼 실제 자신의 노동자에게도 그랬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애석함의 연민인 것이다.
다음 부터 나라도 여기서 제대로 탐조활동을 도와야겠다.
이 좋은 집을 이용해야지 싶다.
1박2일의 사촌 누님과 동갑내기 사촌집 방
문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