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승봉도 ; ‘가고 싶은 섬 ; 치유의 섬’으로 탈바꿈하다
그전에 지금 직면한 걸림돌들 제거가 우선
주민들과 여행객들의 협조가 필요..
승봉도로 향하는 레인보우호
9월 26일, 파랑기자단은 승봉도를 가기 위해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 집합했다. 주말을 맞아 섬에 가는 여행객, 외진을 나온 군인들 등, 터미널은 수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8시 50분, 레인보우호에 승선하여 자월도와 소이작도, 대이작도를 거쳐 1시간 40여분만에 승봉도에 도착했다.
승봉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위치한 섬으로 87만 평의 작은 섬이다. 옛날 유배지기도 했던 승봉도는, 신씨, 황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하여 신황도라 불렸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이곳의 지형이 막 날아오르는 봉황의 형상을 닮았다고 하여 승봉도라 부르고 있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걸어가던 중, 섬 주민과 인사를 나누며 어떤 취재가 될지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동양콘도
지금은 잡초만이 무성하게 자라있는 동양콘도는 부도를 맞아 문을 닫은 곳이다. 35년 전, 초창기에는 호황을 누렸지만, 배편이 복잡하고, 물이 안 나오는 등의 불편으로 이용객이 급감하여 2011년 중단되었다. 현재 입구에는 경매가 진행 중으로, 법원 관리 건물이니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문과 쓰레기들만이 남아있었다.
경매가가 20억이나 되는 거액인만큼, 선뜻 사겠다고 자처하는 사람도 찾기 힘들고, 그렇다고 철거하자니 건물규모가 커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골칫덩어리라고 한다. 지난, 송영길 인천시장이 승봉도를 방문했을 때, 동양콘도를 교육시설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이렇게 죽은 고목처럼 방치되어있다. 섬을 좀 더 아름답게 가꾸고, 관광업을 좀 더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동양콘도 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 아닐까 하는 안타까움에 자리를 떴다.
승봉도의 미래를 그리다
“승봉도를 치유의 섬, 그러니까 요즘 말하는 힐링의 섬으로 만들거에요.” 승봉리 이장 김경구(51)씨의 포부다. 승봉도는 올해 6월, 안전행정부가 선정하는 ‘찾아가고 싶은 섬 ; 치유의 섬’ 사업에 선정되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6억씩 지원받는 국비로 승봉도의 문화컨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연꽃단지조성사업, 자동차 없는 섬, 승봉도 역사관 건립, 참굴 사업, 오토캠핑장 조성 등이다.
‘연꽃단지조성사업’은 현재 마을 한가운데에 위치한 4300평가량의 휴경지를 이용하여 연꽃을 재배하여, 식용련을 웰빙 식품으로 가공하고, 관상용 연으로는 섬 조경을 가꿔 볼거리를 만드는 사업이다. 앞서, 400평가량의 땅에 시범적으로 연꽃을 재배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연꽃 하면, 물에서 자라는 수련만 알고 있었는데, 땅에서 자라는 연꽃이라니 생소하기도 하고, 과연 그 음식 맛은 어떠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자동차 없는 섬’은, 섬 구석구석을 도보로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 여행이 되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자전거 대여와 자전거 도로를 놓는 등의 계획을 세우고 있다. 참굴 사업은 늦가을부터 겨울 사이에서만 채취 가능한 일반 굴과 달리 연중 내내 채취 가능한 참굴의 재배 양식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승봉도 역사관 건립과 오토캠핑장 조성 등을 통해 양질의 문화 컨텐츠를 제공해 관광객들을 유치한다고 한다. 제주 올레길처럼 승봉도 역시 유명한 관광지로 소문이나,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광경을 생각하니, 설레기도 하고 그땐, 취재가 아닌 여행을 목적으로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해변가를 따라
마을에서 남단으로 걷다 보면, 이일레 해수욕장이 나온다. 고운 백사장을 길게 늘어뜨린 이곳은 ‘소에게 일을 가르쳤던 곳’이란 뜻에서 이일레라 불려졌다고 한다. 가을바람과 함께 잔잔하게 들려오는 파도소리의 절경에 반해, 백사장 곳곳에는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쓰레기들이 버려져있었다. 라면봉지, 술병, 폭죽놀이 잔해 등, 심지어 TV가 거꾸로 박혀있기까지 했다. 여행객들이 몰린다면, 이 좋은 경관이 파괴될지도 모르고, 나 혼자만이 이곳을 알고 싶다는 이기적인 생각 때문이었을까, 섬이 좀 더 이름이 알려지게 되더라도, 이일레 해수욕장에는 여행객들이 몰리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따라 걷다보면, 굴들이 다닥다닥 박혀있는 곳이 나오는데, 걷는게 매우 아프고,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기에 다시 모래사장을 밟으며 되돌아왔다.
소나무숲속을 거닐다
걷다 보면 좌우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가면 길이 막혀 있고. 왼쪽으로 가면 부채바위, 코끼리바위로 가는 길이다. 승봉도의 백미라 불리는 코끼리바위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코끼리 바위에 가기 위해서는 소나무 숲이 울창한 산책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데, 길이 잘 포장되어있어 걷기에 어렵지 않다. 아침에 들어와서 이렇게 길을 따라 걷다가 오후에 배를 타고 나가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지만, 그 속에서 소소한 가치를 보이는 숲속이었다. 숲 뒤편으로 보이는 바닷가는 경치요, 조그맣게 피어난 꽃은 운치였다. 그동안의 근심거리를 훌훌 털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곳이었다. 중간마다 희미하게 진동하는 미역 내음은 오묘한 감정을 일으키기도 했다.
죽랑원 공원
가던 길목에 잘 꾸며진 공원이 보였다.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공원인만큼 색다르고 경치도 좋았다. 여기 앉아서 밥을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취사와 야영이 금지되있다는 것은 아쉬웠다.
부채바위와 코끼리바위
숲속을 지나, 작은 공원을 지나면 부채바위가 나온다. 부채바위의 유래는, 유배를 온 한 선비가 부채바위에서 글을 썼는데, 유배가 풀린 뒤 과거를 보았을 때 장원 급제를 했다는 전설 때문에 부채바위라 이름 붙혀졌다한다. 뒤편으로 600m 가량을 더 걷다 보면, 코끼리 바위가 나온다. 남대문바위라고도 불리는 이 바위는 시 아치의 구조로 이루어진 암석이다.이 바위에는 남녀가 손을 잡고 지나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젊은 남녀가 이 섬에 오면 꼭 들르는 필수코스라고 한다. 다만 자세한 안내가 부족하고, 가는 길이 험난한 것은 시정이 필요할 것 같다.
승봉도는 지금 ‘작아서 아름다운 섬’을 모티프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다양한 사업과 주민들의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나, 그전에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것들을 고치지 않는 이상 더 높이 올라가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것 처럼 동양콘도, 해변가의 쓰레기 문제, 코끼리바위의 안내 부재 등은 승봉도가 관광의 메카로 떠오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나가야 할 통과의례기이다. 주민들과 여행객들은 보다 긴밀한 협조로 승봉도를 ‘가고싶은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
승봉도 르포 장호준.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