琴諫議謝同知貢擧表
이규보(李奎報)
云云 棘圍考藝는 宜推博大之儒온 楓禁䟽恩ㅣ 誤及庸虛之品에 靡容遜讓에 徒極感藏이라
운운. 科場의 考試官은 博大한 선비를 들어 씀이 마땅하온데, 궁궐의 聖恩이 용렬하고 허약한 資品에 誤及함에 사양할 도리가 없음에 다만 감격한 마음만 지극합니다.
* 극위(棘圍): ①과거(科擧) 보는 장소(場所)에 일반(一般) 사람이 함부로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爲)해 가시 나무로 막아 놓은 울타리. ②과장(科場).
* 고예(考藝): 考試.
* 풍금(楓禁): 궁궐을 달리 이르는 말.
伏念 臣識은 謝辨鼮하고 才慙吐鳳이로되 幸遘風雲之嘉會하여 得依日月之末光이온 驟沐寵靈하여 屢遷華要라 玉堂承乏하여 叨參內相之名하고 藥省崇資로 猥備諍臣之數하여 奬褒優縟이나 識量迂踈라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신의 識見은 얼룩쥐를 분별할 능력이 없고, 재주는 吐鳳에 부끄럽사오나, 요행히 風雲의 嘉會를 만나, 日月의 末光에 의지할 수 있었사온데, 갑자기 寵遇를 입어 자주 高官을 歷任하였나이다. 玉堂에 자리를 채워 외람되이 翰林의 이름을 더럽혔고, 中書省의 높은 품계로 외람되이 諫官의 一員이 되어, 두터운 襃獎을 받았사오나, 식견과 국량이 우활하고 엉성했습니다.
* 정(鼮): 표범무늬를 가진 얼룩 쥐. 한(漢)나라 세조(世祖)가 영대(靈臺)에서 얻은 얼룩쥐를 군신(群臣)은 모두 무슨 쥐인지 몰랐는데, 낭관(郎官) 두유(竇攸)가 그것이 《이아(爾雅)》에 있는 정이라 했다.
* 토봉(吐鳳): 뛰어난 글재주. 한(漢)나라의 양응이 태현경을 지은 뒤에 봉황(鳳凰)을 토하는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에서 나왔음.
* 총령(寵靈): 임금의 총애(寵愛)를 받는 행복(幸福).
* 화요(華要): 화직(華職)과 요직(要職). 곧 권력의 핵심부에 있는 관직을 일컬음. 조선 시대의 경우 옥당(玉堂), 이조•병조의 낭관(郎官), 대간(臺諫), 사관(史官) 등이 여기에 해당하며, 가세(家勢)나 문지(門地)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임용되기 어려웠음.
* 승핍(承乏): 인재(人材)가 없어서 재능(才能)이 없거나 부족(不足)한 사람이 벼슬을 함.
* 도참(叨參): 외람되게 참여함.
* 내상(內相): 翰林.
* 약성(藥省): 藥階. 中書省.
* 숭자(崇資): “崇品”과 같으니, 고려(高麗)와 조선(朝鮮) 시대(時代)에, 열여덟 등급(等級)으로 가른 문무관(文武官)의 품계(品階)에서 위로부터 두 번째의 품계(品階). 종일품(從一品).
力雖策於疲駑나 萬無一補하고 學亦幾於荒廢하여 十有九忘하여 披卷得詳이나 掩篇則失하여 每躐文章之任이면 不堪俯仰之慙이온 豈意至仁으로 曲收舊物하여 忽降絲綸於宸極하여 俾司旗鼓於文塲하시니 渙汗難迴에 強顔自處라
비록 힘써 지치고 둔한 말에 채찍질하였사오나, 만(萬)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못했고, 학문 또한 거의 황폐하여 열에 아홉을 잊어서, 책을 펴면 소상하지만 책을 덮으면 곧 잊어버려서 매번 문장의 관직을 맡게 되면 우러러보나 굽어보나 부끄러움을 견디지 못하였는데, 뜻밖에도 지극한 仁으로 舊物을 굽혀 거두시어 문득 宸極에서 綸音을 내리시어 科場의 旗鼓를 맡게 하시니, 내리신 어명을 돌이킬 수 없사옴에 뻔뻔한 얼굴로 스스로 취임하나이다.
* 신극(宸極): ①천자(天子)의 지위(地位). ②천자(天子)의 거소(居所). ③북극성(北極星).
* 旗鼓於文塲: 전장(戰場)에서는 기(旗)와 고(鼓)로 지휘하는 것인데, 과장(科場)도 문예(文藝)로 싸우는 것이므로 고시(考試)를 맡는 것을 기고(旗鼓)를 맡는다 하였다.
* 강안(強顔): 「얼굴 가죽이 두껍다.」는 뜻으로, 부끄러움을 모름.
典選은 是書生之宿志니 拜命爲吾黨之榮觀이니 此盖我聖上陛下ㅣ 護短取長하고 匿瑕藏醜하여 謂儻有露塵之効라 故로 委以衡石之權이라
고시를 맡는 것은 본디 서생의 원하는 바이므로 임명을 받음은 저희들의 榮觀이오니, 이는 대개, 우리 聖上陛下께옵서 단점을 덮고 장점을 취하시며, 티를 가리고 흠을 숨겨 露塵만큼이라도 報效가 있을까 하여 銓衡石의 權을 위임하심인 줄 아옵나이다.
* 로진(露塵): ①이슬이나 먼지. ②극히 적음. ③초개처럼 가치가 없는 것.
* 형석(衡石): 저울. 추가 돌로 된 저울.
臣은 謹當仗旁燭之皇明하여 礪下愚之天性을 利其斤斧하여 苟有得於良材면 備以棟榱하여 庶助成於大廈라 云云 <東文選 36卷>
신은 마땅히 일월같이 밝으신 통촉과 넓게 비치시는 밝음에 의지하여, 미련한 천성을 숫돌에 갈아, 저의 도끼와 자귀를 날카롭게 해서 혹시 좋은 재목을 얻으면 기둥과 서까래 감을 만들어, 큰 집을 지음에 도움이 될까 하옵나이다. 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