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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대법관을 역임했던 인물로,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이른바 ‘김영란법’을 제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김영란법’의 정확한 명칭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달리 ‘청탁금지법’이란 약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과거에는 공직자들에게 어떤 대가를 바라고 다양한 금품을 뇌물로 주면서, 그것을 자그마한 정성이라는 뜻의 ‘촌지(寸志)’나 ‘인정(人情)’이라는 용어로 눙치기도 했다. 뇌물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이권을 챙겨주고, 그 결과 일종의 패거리 문화를 형성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여전히 공직자들에 대한 뇌물이 근절되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나마 이 법이 제정된 이후 과거에 비해 그러한 행태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은 충분히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법’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면서, 우리 사회에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라는 부제의 이 책은 다양한 국가에서 헌법이 제정되기까지의 경과를 서술하고, 왜 헌법이 제정되기까지 그렇듯 험난한 과정을 겪어야만 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헌법을 제정하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인권을 명문화하기 위한 투쟁의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한 국가의 통치체제와 기본권 보장의 기초에 관해 근본적인 내용을 법 조항으로 명문화한 것이 바로 헌법이다. 즉 헌법(憲法)은 국가를 운영하기 위한 기본 법전으로서,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고 국가의 정치 조직 구성과 정치 작용 원칙을 세우며 시민과 국가의 관계를 규정하거나 형성하는 최고의 규범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법률은 헌법의 기본 원리에 반하지 않은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위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헌법은 불문헌법이라고도 하는 ‘관습헌법’과 세세한 조항이 규정된 ‘성문헌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불문헌법을 지닌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영국이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구체적인 법 조항이 명문화되어 있는 성문헌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해방 이후 1948년에 최초로 헌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 1987년의 개헌에 이르기까지 모두 9차례의 헌법 개정이 있었으며, 최근에도 새로운 시대에 맞게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이 개헌 논의를 더욱 잘 이해하고 그 논의에 기여하는 방법’을 묻는 어느 학생의 질문에서 출발하여,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헌법에 많은 영향을 까친 네 나라의 헌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헌법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그 전제로써 알아야 하는 국가들로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과 독일 등을 들고 있다. 실상 헌법은 근대 국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헌법 제정의 역사는 그대로 각 나라의 근대 국가의 형성 과정을 다룬 역사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헌법이란 근대 국가의 산물인 만큼 그것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중세의 왕과 귀족들의 권력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그들과의 투쟁을 통해 민중들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각 나라의 헌법 제정의 과정을 한 항목으로 하고, 여기에 대한민국 헌법을 다룬 내용을 포함하여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이들 각국의 역사를 통해서 봉건 영주들을 거느린 군주제의 유럽의 근대 국가로의 이행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나아가 미국의 헌법 제정의 역사는 바로 식민지로부터 독립하고, 노예제로 상징되는 남북전쟁을 겪으면서 탄생했다고 설명된다. 그에 비해 우리 헌법의 제정과 개헌 과정에 대해서는 다소 간략한 정보 위주로 서술되어 있다. 아마도 개헌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 자체를 정파적으로 해석하는 일각의 시각을 염두에 둔 것이라 이해된다.
1장에서는 ‘영국의 대헌장, 헌법의 주춧돌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관습헌법의 대명사로 알려진 ‘마그나 카르타’의 성립 과정과 그에 이르는 파란만장의 영국 근대사가 소개되고 있다. 주지하듯이 중세시대는 왕족과 영주들의 절대적인 권력이 민중들의 삶을 지배했기에, ‘평민들의 삶’의 조건을 보장받기가 힘들었다. 그 과정에서 권력의 권위에 저항하는 인물들이 등장했는데, 이른바 ‘로빈후드’로 대표되는 의적의 존재는 역사적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에 저항하는 의미로 수용되었다고 한다. ‘평민들의 삶에는 관심 없는 왕족들의 권력 쟁탈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헌장이라는 종이 한 장의 의미’가 민중들의 현실은 물론 당대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피를 흘리지 않고 이뤄진 것이라는 의미에서 ‘명예혁명’이라는 불리는 ‘권리장전’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져 그 내용이 익숙한 ‘레미제라블’은 프랑스의 근대국가를 이끄는 과정에서 발생한 ‘프랑스혁명’의 경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 혁명, 헌법에 인권을 넣다’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이 탄생되기까지의 프랑스 근대사를 다루면서 헌법 제정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3장에서는 ‘미국 독립선언서, 헌법에 살을 붙이다’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독립 과정과 남북전쟁을 거쳐 연방국으로 정립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미국의 헌법 제정의 역사를 담아내고 있다. 특히 프랑스와 미국의 헌법 제정의 역사는 혁명 혹은 전쟁으로 인해 쟁취한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헌법이 갖는 중요성을 깊이 음미할 수 있도록 한다.
4장에서는 ‘바이마르 헌법, 현대 헌법의 기틀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독일이 유럽의 변방에서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는 근대사의 역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바이마르 헌법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 활동가였던 로자 룩셈부르크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내세우고 등장했던 히틀러 정권의 폭압은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못하는 민주주의’라는 역설적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던 것이다. 저자는 이 항목의 마지막 부분에서 히틀러에 저항했던 미술가 캐테 콜비츠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그를 가리켜 ‘평생 평화를 꿈꾼’ 인물로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헌법이란 민중들의 삶을 평생 평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이해된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대한민국, 헌법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 헌법의 제정과 개헌의 과정을 개략적으로 논하고 있다. 근대 국가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진행되었던 각국의 치열한 근대사를 다룬 다른 장들과 달리, 여기에서는 우리 헌법의 정립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다만 현재 시행되고 있는 헌법이 개정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이른바 ‘87년 체제’의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 다소 상세히 설명되고 있는 정도이다. 아마도 앞으로 진행될 개헌 논의에 대해 저자의 의견을 피력할 경우, 일종의 선입견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현 단계에서 개헌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다만 헌법 제정의 과정이 ‘인간의 권리를 위한 투쟁의 역사’라고 지칭될 수 있듯이, 앞으로의 개헌 역시 ‘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에 기꺼이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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