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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첫 번째로 출간된 것이다. 사전을 찾아 확인하니, 도슨트(Docent)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일컫는 용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시리즈에서는 대한민국을 하나의 박물관으로 보고, 각각의 저자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을 안내인으로서 설명하는 내용을 담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리즈들은 이른바 인문지리학을 표방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지리학은 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자연물을 중심으로, 그 지리적 특징을 설명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인문지리학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함께 고려하여 자연지리와 인문적 환경을 설명하는 것이다.
“속초는 빠르게 변화 중이다. 실향민의 도시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로.”
이 책의 표지에서 속초를 위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실제 빠르게 변화하느누도시의 모습은 비단 속초만이 아닐 것이다. 개발과 보존이라는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변화하는 환경을 막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존만이 능사가 아니고, 지금 살아가는 이들의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마도 저자는 속초의 변화를 '트렌디'라는 단어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갈수록 지역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토박이들도 자신의 고향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태어난 고장을 직접 소개하는 이 시리즈물의 출현이 매우 반갑게 느껴진다.
나 역시 강원도 동해에서 2천년대 초반 8년 동안 살았던 적이 있었다. 비교적 가까운 속초는 그동안 여러 차례 방문을 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니, 내가 갔던 곳은 속초의 극히 일부분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속초에서 태어나서 지금 살고 있는 이른바 토박이의 시선으로 곳곳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해방과 함께 38선 이북에 위치 했던 속초는 한국전쟁 이후에 경계선이 다시 그어지면서, 남쪽으로 편입되었던 지역이다. 그래서 곳곳에 다시 회복했다는 ‘수복’이라는 지명이 남아있다고 한다. 전쟁의 와중에 북에서 내려왔던 이들이 종전과 함께 휴전선에 막혀 다시 올라갈 수 없어, 이곳에 정착했던 ‘실향민의 도시’였던 셈이다.
모두 24개의 항목에 걸쳐 속초의 곳곳을 소개하고, 각각의 장소가 지닌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토박이가 아니라면 도시의 특징에 대해서 이처럼 자세하게 소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이지만, 저자는 자신이 사는 고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에서 이미 소개되어 속초하면 떠올리는 닭강정만이 아닌, 중앙시장의 규모와 특징들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던 사실이라 하겠다. 그리고 대포항 역시 어업이 활발했던 과거에 가장 튼 항구라는 의미에서 그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부모님의 대를 이어 서점을 운영하는 저자의 고향에 대한 관심은 곳곳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소개된 곳들 가운데 청초호나 영랑호, 중앙시장과 대포한, 그리고 시립박물관 등은 영행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고, 나 또한 속초에 가면 간혹 들렀던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천당이나 칠성 조선소, 조양동 선사유적지와 동아서점, 그리고 (구)수협 건물 등은 특별한 정보나 의도가 없다면 여행자들이 들르기 쉽지 않은 곳이라 여겨진다. 솔숲에 고즈넉하게 자리를 잡은 학무정 역시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은 곳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토박이의 시선으로 돌아보고 안내하고 있는 이 책 덕분에, 앞으로 속초를 찾는 사람들이 돌아볼 수 있는 곳들이 많아졌다고 생각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이 시리즈물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일 것이라 이해된다.
사소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 책의 오류를 하나만 지적하고자 한다. 저자는 곡식과 함께 생선을 삭혀서 만든 ‘식해’를 “곡식을 뜻하는 ‘식’에 바다를 뜻하는 ‘해’가 합쳐져 만들어진”(148면)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오류이다. ‘식해(食?)’의 ‘해(?)’는 삭힌 음식이란 뜻으로, 흔히 젓갈로 번역된다. 일반적으로 원재료를 소금에 절여서 삭히는 ‘젓갈’과 구별하기 위해, 곡식과 함께 삭힌 것을 한자어로 ‘식해’라고 한 것이다. 나 역시 동해에 살면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 가운데 하나가 ‘가자미식해’였기에 조사하여 알게 된 내용이다. 비록 사소한 오류이지만, 식해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이 내용을 의아하게 여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혹여라도 개정판을 내게 된다면 정확한 정보를 위해서 반드시 수정하기 바란다.
전체적으로 속초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알지 못했을 장소와 그곳에 관한 내력들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던 것이 가장 큰 성과였다고 하겠다. 혹시 다음 기회에 속초를 방문하게 된다면, 이 책을 들고 저자의 안내에 따라 가능한 많은 곳을 방문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다만 특정 장소를 안내하면서 그곳과 관련이 있는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속초를 가장 잘 아는 분들의 인터뷰를 함께 실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는 언제나 변화하고 사람의 기억은 사라질 수 있기에, 속초의 옛날을 기억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비교적 젊은 저자의 시선에서 담아낼 수 없는 옛 이야기들을 나이든 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소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것은 독자로서의 제안일 뿐, 반드시 반영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라지기 전의 기억들을 누군가에 의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지금 이 시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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