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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너머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라는 부제가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이 책에는 박사학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대학이라는 학문의 장을 포기하고, 새롭게 학문 공동체를 꾸린 저자의 역정을 풀어낸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지금은 '수유+너머'를 새로운 사람들에게 넘겨주고, 저자는 새로운 학문공동체인 '감이당'을 만들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제도권에서 학문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저자의 그런 결단력이 대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대학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들보다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고, 이미 저술과 강연을 통해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학자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공부를 했으며, 한동안 나는 저자와 비슷한 연배인 선배들과 함께 말석에서 열띤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실제 초창기 '수유연구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고, 여러 차례 그곳에서 진행되었던 스터디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책 역시 저자의 친필 사인이 담겨 있으니, 오래 전에 직접 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서울역 맞은편의 옛 대일학원 자리에 새롭게 꾸린 '수유+너머'에서 격주 토요일마다 열린 '토요서당'에 한동안 초등학생 아들을 데리고 다닌 적이 있는데, 그때 저자에게서 이 책을 직접 받았을 것이다. 오랫동안 앚힌 채 서가에 방치되어 있다가, 최근 저자의 다른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손이 가서 다시 읽게 되었다.
저자는 이미 그 공간을 '탈주'해서 새로운 학문공동체를 꾸리고 있지만, 공동체를 꾸려가는 그의 기본적인 태도는 이 책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학문도 재산도 독점하지 않고 필요한 이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이 저자가 지닌 기본적인 삶의 철학이다. 이 책에는 '수유연구실'을 처음 꾸릴 때부터, 사회과학을 하는 이들과 '접속'해 '수유+너머'로 확장되는 과정이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수유리에서 시작된 공간이 대학로와 종로의 연남동으로 이어지는 과정, 그리고 그동안 만났던 다양한 인연들에 얽힌 사연들이 소개되어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본'으로부터 시작했지만,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학문 공동체를 구축하여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기회로 활용했음을 진술하고 있다. 저자의 이런 뜻에 공감한 많은 이들이 동참하여, 공간을 넓히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활동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 한다.
그러한 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그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접속'해서 열정을 불태울 수 있다는 점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저자만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그러한 과정에서 얻었던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학문공동체 활동이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자유>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이러한 취지에 공감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다른 학문공동체를 꾸려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하는 경향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기쁨을 누리는 저자의 태도를 조금이라도 본받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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