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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를 엮은이는 ‘혐오의 시대’라는 말로 규정하면서, ‘타인에 대한 혐오가 넘쳐나고 있’는 시대에 대한 반성적 언급으로 글을 시작하고 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세대라는 뜻의 ‘삼포 세대’라는 표현도 옛말처럼 되어 버려, 이제는 더이상 선택할 것이 남아 있을까 싶을 정도의 ‘N포 세대’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문제는 그러한 좌절감으로 인한 사람들의 공격적 성향이 기존의 제도나 기득권을 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 사회의 소수자들에게 가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저자들도 지적하고 있듯이 ‘현재에 대한 책임이 기성세대에게 훨씬 더 많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제는 그러한 혐오의 문화를 바꾸어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할 때라 할 것이다.
이 책은 모두 9명의 저자들이 각각 하나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진단하면서 페미니즘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역설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페미니즘은 단지 이론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를 살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얼마 전에는 학교의 수업 시간에 페미니즘에 대해서 다뤘다는 이유만으로, 언론과 인터넷에서 부당한 공격이 취해졌었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 당사자가 바로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페미니즘은 “계급, 인종, 종족, 능력, 성적 지향, 지리적 위치, 국적 혹은 다른 형태의 사회적 배제와 더불어, 생물학적 성과 사회문화적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차별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정치적 의제들”로 정의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립국어원의 사전에서는 이를 단순히 ‘여권신장’이나 ‘남녀 평등’의 관점에서만 서술했었다. 결국 한국여성단체연합의 엄중한 요구로 국립국어원에서 페미니즘의 뜻을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로 바꾸었다고 한다. 즉 페미니즘이란 여성들만을 위한 운동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제도와 관습들이 남성중심적 틀로 견고하게 짜여져 있었기에, 부득이하게 남성들의 기득권을 공격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의 극단적인 ‘여혐 문화’는 이러한 측면에서 남성중심의 기득권이 감소하는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상대방을 그대로 따라하는 일종의 ‘거울현상(미러링)’으로서의 ‘남혐 문화’가 생겨나기도 했다. 이 둘 사이에는 그 원인에 있어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평가되지만, 작금의 현실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그 부작용이 뚜렷하다. 때문에 우리 사회의 ‘혐오 문화’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금의 시점에서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의 내재화된 ‘차별 문화’에 대해서 모두 9가지의 키워드를 통해 접근하고 있는데, 그 각각의 주제는 학교, 대중문화, 사랑과 연애, 꾸밈 노동, 군대, 미투운동, 또래 문화, LGBTI, 온라인 문화 등이다. 남자로서 그동안 당연시했던 사안들이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는 자각을 요즘 들어 부쩍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리고 여성학을 전공한 저자들의 시선을 통해서 들여다 본 나는 여전히 ‘성 감수성’에 대해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된다. 때문에 구체적인 우리 사회의 모습을 통해서 들여다 보는 저자들의 글을 통해서, 더 많은 남성들이 깨우치게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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