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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후기 봉건적 수취제도의 모순으로 인한 당대 민중들의 정상적인 삶이 어렵게 되자, 19세가 초반부터 전국 각지에서 농민들의 봉기가 시작되었다. 1811년 평안도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대규모의 봉기(홍경래 난)와 1962년에 경상도 진주에서 타오른 농민 봉기(진주민란)는 피폐한 현실을 타개하려는 민중들의 격렬한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19세가 전반에 걸쳐 전국 각지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되었던 농민봉기는 마침내 1894년의 동학농민전쟁으로 인해 그 정점을 형성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처음에는 반외세(척양척왜)의 기치를 걸고 시작되었던 동학혁명은 당시 친일정권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서, 마침내 반봉건의 주장으로 이어지면서 호남을 비롯한 삼남에서부터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일본 군대를 앞세운 탄압으로 인해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동학혁명의 정신은 이후 우리 역사의 저변에 뿌리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조선시대는 물론 일제 강점기, 그리고 박정희 정권시절에 이르기까지 동학은 ’동학난‘이라는 그릇된 명칭으로 통용되어야만 했다. 그러나 이제는 ’동학농민전쟁‘ 혹은 ’동학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으며, 그릇된 현실에 저항하는 동학의 정신의 올바른 의미를 탐구해야할 시점이라 하겠다.
이 책은 ’동학농민전쟁‘ 1백주년을 기념하여 한국역사연구회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시리즈 가운데 하나이다. 전체 5권 가운데 3권까지는 19세기까지의 농민항쟁의 배경과 상황을 정리했으며, 4권에서는 비로소 ’농민전쟁의 전개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처음 동학이라는 종교조직으로 시작되었지만, 당시의 부조리한 현실에 저항했던 민중들의 참여로 이제는 ’1894년 농민전쟁‘이라고 명명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기획 의도이며 그래서 시리즈의 제목도 <1894년 농민전쟁연구>라고 붙였던 것이다.
전체 3부로 구분된 4권의 내용에서, 제1부는 ’농민전쟁의 단계별 전개 과정‘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5개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 ’1894년 농민전쟁‘의 발화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고부민란‘으로부터 1차와 2차 봉기의 과정을 다양한 기록들을 근거로 정리하고, 당시 이에 참여했던 농민운동조직의 이후 양상까지 검토하고 있다. ’농민운동의 지역 사례‘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그동안 호남 지역 위주로 서술되었던 농민전쟁의 경과들에 더해, 충청도와 경상도 그리고 황해도와 강원도 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역에서의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울러 3부에서는 당시 일본군 개입의 근거가 되었던 청일전쟁과 농민항쟁 세력과의 관계 및 인식, 그리고 미봉책에 불과했던 ’갑오개혁‘의 실상과 의미에 대해서 정리하고 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군은 무단으로 경복궁을 점령하고 친일적인 색채의 개화파의 정권을 수립시키자, 일시적으로 휴전 상태에 있던 농민군의 지도부는 다시 재조직되어 봉기했다. 하지만 한반도 식민지화를 목표로 했던 일본군의 참전과 그들의 우세한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패배했던 것이다. 반봉건과 반외세를 내걸고 치열하게 진행되었던 ’감오농민전쟁‘은 비록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그 정신은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고 하겠다. 당시 농민군 지도자였던 전봉준과 손화중, 김개남 등은 탐관오리를 처단하고 ’보국안민(輔國安民)‘이라는 기치를 걸고 민중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던 영웅들이라고 하겠다. (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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