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ott서비스를 통해 몇몇 시리즈물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채널에선 다루기 힘든 주제와 수위로 단번에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주목할 만한 지점이 있다면 폭력과 금권, 차별과 멸시를 묵인하는 현시대의 이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는 것이다. 동시대의 분노를 건드린 작품들 “오징어 게임”과 “디피”와 “지옥”이나 “지금 우리 학교는” 같은 작품들이 큰 공감을 얻으며 세계적 인기를 얻었다. 모두가 기피하던 소재를 기발하고 참신하게 한 연출은 박수를 보낼만하다. 하나 이야기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과 장면은 붙지 않았고 극이 진행될수록 개연성을 잃는 아쉬움 있었고 말초적인 볼거리에 치중해 결국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 보다 뭘 보여줄 건가에 천착하게 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생기게 되었다. ott 시리즈물에 회의가 들 무렵 “소년심판”을 예고로 접했다. ‘촉법소년과 소년범을 심판하는 판사라니? ‘ 최근에 화두가 되고 있는 소년법을 소재하고 시쳇말로 사이다 판결을 하는 판사를 보여주는 단순하고 폭력적인 이야기나 하려니 싶은 우려도 있었으나 막상 뚜껑을 여니 여타 시리즈물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묵직한 질문과 10화를 꼼꼼히 채우는 연출이 돋보였다.
폭력과 양립하는 온정주의
이 드라마의 재미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판사가 기계적 판결이 아닌 사실 속에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스릴러적인 긴장감을 준다. 이때 사건의 진실뿐만 아니라 인물들의 행동 양태까지 조금씩 밝혀지는 구조를 취한다. 두 번째는 현실에 밀접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오늘날 사회에서 촉법소년에 관한 법률은 첨예한 견해를 다투는 문제로 부상했다.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에겐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 행위는 날이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처벌과 교화라는 딜레마를 놓고 모두가 고민하고 있는 시점에서 “소년 심판”이 공개되었다. 소년범을 다루는 법정 드라마지만 각 에피소드마다 실제로 일어났던 현실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 사실감을 더하고 그 문제를 다루는 판사와 소년범, 그 주변에 있는 이들을 통해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에 포커스를 맞춘다. 가정에서 촉발된 폭력은 가계로 되물리고 소년범은 갱생이 어려워지는 점을 짚어낸다. 드라마 속에서 대물림 하는 것은 폭력만이 아니다. 차태주(김무열)는 자신이 소년범에서 갱생해 판사가 된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선한 영향력으로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물림 되는 폭력과 선한 양향력의 양립 사이에선 인물들의 모습도 볼만하다.
물고 물리는 연출
“소년심판”의 연출 방식에는 독특한 지점이 있다. 진행되는 호흡이 영화의 호흡과 닮아있다는 것이다. 앞에 쇼트가 끝이 나면서 다음으로 이어지고 대사 역시 관련 없는 다음 장면에서 이어진다. 시공간이 앞뒤로 호응하는 연출을 단순히 이야기가 늘어지는 것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처음에는 생각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연출 방식조차 주제에 맞게 설정한 것이란 느낌을 받게 된다. 소년범과 판사 그리고 그 주변인 모두는 법이라는 룰로 작동하는 사회라는 시스템에 속해있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모든 일들은 개별적인 문제처럼 보이지만 어떤 형태로든 우리와 연결되어 있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당신 역시 연결 고리에 한 부분이라는 지점을 말하고 있구나 싶었다.
가장 보통의 일상
드라마 속에서 재판으로 다뤄지는 모든 사건들은 얼마전까지 내가 현실에서 뉴스로 접하던 일들이었다. 토막 기사 한줄 뉴스에 한꼭지로 다뤄지던 그 모든 순간들을 나는 어떻게 대했나 생각을 해봤다. 가해자를 욕하고 엄벌에 처하라 외치고 실정법에 개탄할 뿐이었다. 그러다 놓친 것이 있었다. 남겨진 사람들과 피해자들이었다. 정작 고통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은 외면하고 분노를 표출할 대상만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심은석 판사의 말처럼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새겨야 할듯 하다. 정우영 시인은 아이들이 밀리고 밀려 도달한 곳이 옥상 난간이라 했다. 그 아이들에게도 바람있다면 가장 보통의 일상이었을 것이다. 보통이 모두에게 보통이기를
어찌보면 가장 화제가 되었으면 좋았을법 했던 소재인데...생각보다 적어 아쉽네요... 무거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지 앞선 지우학, 지옥 등보다 손이 잘 안가게 되네요... 그래도 오늘부터 정주행에 들어갑니다 소대님 리뷰 잘 봤습니다. 리뷰를 보고 좀 더 꼼꼼하게 감상할수 있겠네요^^
첫댓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작품이네요.
소대가리님의 명품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어찌보면 가장 화제가 되었으면 좋았을법 했던 소재인데...생각보다 적어 아쉽네요...
무거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지 앞선 지우학, 지옥 등보다 손이 잘 안가게 되네요...
그래도 오늘부터 정주행에 들어갑니다
소대님 리뷰 잘 봤습니다.
리뷰를 보고 좀 더 꼼꼼하게 감상할수 있겠네요^^
소대가리님의 리뷰를 보면 제가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것을 글로 잘 표현해 주신다는....^^
아니, 제 생각보다 더 잘 표현하신다는 게 맞을 듯
시즌2 기다립니다
마음 무겁게 보고 있습니다.
무거움에 비해 너무 재미도 있네요.
이 사회에서 어른이란 위치에 있으면서 생각하고 반성하고 돌아봐야 할 이야기들이라 좀 더 회자되었음 했는데.. 리뷰 잘 읽었습니다~^^
소대님 명작 리뷰 잘 봤습니다. 믿고 보는 소대님 리뷰!
저도 최근 OTT 드라마 중 최고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묵직하고 어두운 사건과 주제를 과장없이 잘 표현해서 더 좋았어요.
뛰어난 배우들과 타이트한 연출에 끊지 못하고 자동으로 다음화까지 연결해서 봤어요.
무거워보여 손이 잘 안가는 탓인지 이슈가 크게 되지 않아 아쉬운 작품입니다
피해자를 외면하거나 탓하는 누군가를 볼때마다 해주고픈 말을 한줄로 정리해주더군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리뷰 잘 보았습니다.
스포 없이 이렇게 리뷰를 잘 쓸수도 있군요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주제가 무거워서 손이 잘 안가기는 하는데. 좋은 작품입니다. 좀 더 흥행되어서 사회적인 공론화가 되면 좋겠는데, 저도 잘 안보게 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