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구수영/시인
디카시_조필/시인
그네
멀리 바라보며 놓아버린 표정
밀어올리던 따스한 손길이
혼자가 아니었음을 기억하는 오늘
아버지의 환한 얼굴이 보인다
_조필
<해설>
언제였을까 기억이 희미한 시간
그 나무가 감나문지 플라타너스인지 모르지만, 아버지는 밧줄을 나무에 매고 발판도 만들었다.
그때 아버지가 내게 한 말은 두 가지였다.
‘줄을 놓지 마라. 발판에 발을 떼지 마라.’
그네에 오르자 아버지는 몇 번인가 뒤에서 밀어주었다.
그리고 내게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며 구르면 점점 하늘을 향해 나아갈 거라고 했다.
하늘을 향해 나아갔다가는 제자리로 돌아와 멈추기 전 다시 힘껏 구르면 더 멀리 올라가는 그네.
바람을 가르며 점점 빨라지는 속도감 때문에 그네 타기는 언제나 스릴 만점의 놀이였다.
살살 밀어 앞으로 가게 했던 아버지의 손길은
마중물이 되어 더 높이 더 멀리 나는 날아갔다.
하지만 하늘을 날아갈 듯 앞으로 갔지만 곧 제자리보다 더 뒤로 떨어져야 했던 일.
그것은 살아오며 수없이 경험했던 일이었다.
높이 날고 싶었으나 제자리걸음 하며 추락하기도 한 실패의 순간에도
줄을 놓지 않으면, 발을 굳건하게 딛고 있으면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아버지의 단단한 목소리.
오늘 포착 시는 그네다.
방금까지 누군가 앉아서 또는 서서 탄 듯한 그네가 있다.
나는 종종 놀이기구로 우리 민족과 긴 시간 함께한 그네에게서 다른 모습을 본다.
친구에게 따돌림당하고 혼자가 된 아이가 앉아 있는 그네.
회사에 간다고 큰소리치고는 구직 신문을 들여다보고 있는 실직 가장에게 의자가 되어주는 그네.
이정록 시인은 그의 시 ‘의자’를 통해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야”라고 했다.
이제 며칠 후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인 추석 한가위다.
명절이면 더욱 쓸쓸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의자 하나 내주는 마음 어떨까.
다시 날 수 있어! 날다가 잠시 제자리로 돌아와도 걱정하지 마.
줄을 놓지 않으면, 두 발을 굳게 디디고 서 있으면 무너지지 않아.
조필 시인
* 시사모, 한국디카시학회 동인
* 무등디카시촌 대표
* 광주문협/ 광주시협 회원
* 다박솔 동인
* 디카시집 ‘바다로 간 피사의 사탑’
* 동인지 ‘절반의 외침’ 외 다수공저
구수영 시인
* 2018년 계간 ‘시와편견’에 신달자 시인 추천 등단
* 시집 ‘나무는 하느님이다’, ‘흙의 연대기’
* 동인지 ‘베라, 나는 아직도 울지 않네’ 외 다수
*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운영위원
* 시편 작가회 회원
* 제1회 ‘한국자유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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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명절 잘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