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民畫)
1. 의의
민화(民畵)는 과거에 실용(생활공간의 장식이나 민속적인 관습에 따름)을 목적으로 이름을 알 수 없는 민간인에 의하여 그려졌던 대중적인 실용화를 말한다. 민화장(民畫匠)은 민화를 잘 그리는 사람을 말한다. 우리 민화는 민족문화의 여러 모습을 폭넓게 묘사했으며, 그 중에도 생활철학과 생활감정을 그림 속에서 구체화시키면서 민중의 생활 속에 정착하고 존속해 왔다. 이 속에는 기원과 위안으로, 또는 보는 즐거움을 담고 있다. 따라서 민화는 민족의 창의성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고, 생활감정과 미의식을 느낄 수 있는 민족의 문화유산이다.
민화라는 용어를 처음 쓴 사람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년∼1961년)로서 민속적 회화라는 의미로 민화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뒤 공예적 회화라는 글에서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유통되는 그림을 민화라고 하자."고 주장하였다. 야나기가 민화란 용어를 쓰기 이전부터 우리 나라에서도 민화에 대한 개념은 있었다.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는 여염집의 병풍ㆍ족자(簇子) 또는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을 '속화(俗畫)'라고 칭하였다. 민화는 산수, 화조 등의 정통 회화를 모방한 것으로 소박하고 파격적이며 익살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2. 기원
민화의 기원은 선사시대 암각화(岩刻畵)에서 물고기·거북·사슴·호랑이 등에서 민화의 원초적인 화맥(畫脈)을 찾을 수 있다. 고구려 벽화의 사신도(四神圖)·신선도, 백제 산수문전(山水文塼)의 산수도 등은 민화적 소재이며 특히 처용설화(處容說話)에서 처용의 화상을 문설주에 붙이면 역신(疫神)이 들어오지 못한다는 벽사(辟邪)를 위한 그림을 대문에 붙였던 풍습은 조선 말기까지도 별성마마(別星媽媽) 그림 등을 붙이던 풍습으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 등에 보이는 세화(歲畫)와 도화서 화원들의 그림에 대한 기록을 볼 때 민화는 우리 민족과 함께 존재해 왔다고 볼 수 있다.
3. 특징
민화와 정통회화가 같은 종류로 중복되는 것을 볼 수 있으나 감상적 회화성에 화관을 둔 정통회화와 실용적 상징성에 화관을 둔 민화와는 차이가 있다. 민화는 생활 주변 및 현실의 모든 물상들을 제한 없이 그 소재로 하고 있으며, 현실뿐만 아니라 상상의 내용, 전설과 설화 등 무한한 소재들이 그려져 왔다. 또 도교나 불교, 유교 등 종교적·학문적 민화와, 무속과 같은 민간신앙을 내용으로 하는 민화 등이 있다. 정통회화에서 볼 수 있는 종류는 민화에서도 대부분 존재하며 또 민화만이 가지고 있는 대상도 상당히 많아 어느 부류의 그림보다 광범위하고 풍부하다. 민화를 내용상으로 보면 무속ㆍ도교·불교·유교계통과 장식용 민화로 대분된다.
4. 분류
가. 도교계통 민화
무속과 도교계통의 그림은 장생도 종류로 십장생도·송학도·군학도·해학반도도·군록도·천리반송도·오봉일월도 등이 있다. 방위신으로는 청룡·백호·주작·현무·황제 등이 있고 12지신상의 민화는 벽사진경을 위한 민속에 얽힌 작품이다. 호랑이 그림으로는 작호도·호피도 등과 산신도에 호랑이를 거느리고 있으며, 그밖에 닭·개·사자 그림 등 벽사진경의 뜻을 지니고 있다. 용왕도는 봉황·기린과 함께 상서로움을 기원하는 그림이며, 칠성·별성·오방신장 등 무속과 관계있는 그림이 많다.
⑴ 장생도(長生圖):민화의 대표적인 것으로 불로장생의 축수(祝壽)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예부터 장수의 상징으로 알려진 십장생, 즉 해·구름·물·바위·소나무·대나무·영지·거북·사슴·학 등을 그린 십장생도와 송학도(松鶴圖)·군학도(群鶴圖)·군록도(群鹿圖) 등이 많다. 특히 십장생도는 회갑잔치 때 수연병(壽筵屛)으로 쓰이며 임금의 용상 뒤에 놓인 오봉산일월도(五峰山日月圖)도 민화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⑵ 십이지신상:방위(方位)와 관련된 12지신 및 5방을 관장하는 5신을 그린 것으로, 역병을 몰아내고 길한 것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 쥐·소·호랑이·토끼·용·뱀·말·양·원숭이·닭·개·돼지 등 12지신과 청룡·백호·주작·현무·황제(黃帝)의 5신이 소재가 되는데 주작은 기린 또는 봉황으로, 현무는 거북으로 변형되었다.
⑶ 호랑이:동물을 그린 민화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산신과 함께 그려지기도 하며, 까치와 함께 그려진 까치호랑이[鵲虎圖], 호피도(虎皮圖) 등이 많다. 벽사진경의 대표적 민화이다.
⑷ 신선도·산신도:도교사상에서 비롯되어 민간신앙으로 뿌리깊게 정착한 것으로 장수·부귀·수복다남(壽福多男)을 기원하는 뜻이 깔려 있다. 동자·호랑이·봉황 등과 같이 그려진다.
⑸ 신위(神位):천제(天帝)·칠성(七星)·오방신장(五方神將) 등 무속과 관련된 여러 신과 태조·공민왕·최영(崔瑩)·임경업(林慶業) 등 한국의 왕 및 장군들이 그려진 민화가 많다. 중국의 관우(關羽)도 많이 그려졌다.
나. 불교계통 민화
불교계통의 민화로는 화승(畵僧)의 정통 그림을 제외한 암자, 산신각, 칠성각 등에 남아 있는 그림도 민화에 포함된다. 단순한 탱화(幀畵)나 교리 내용 또는 고승의 초상을 강렬한 원색과 분방한 구도로 그린 것이 많다. 자아(自我)의 발견을 철학적으로 가르치는 심우도(尋牛圖)도 많다.
다. 유교계통 민화
유교계통의 민화로는 성리학의 가르침과 관련하여 교훈적인 것 및 충효예의(忠孝禮義) 등을 내용으로 한다. 행실도(行實圖)·효자도(孝子圖) 등이 대표적이며 관직에 오르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잉어그림[魚躍龍門]도 많이 그려졌다. 또 교화를 위한 문자도(文字圖), 효제충신, 예의염치, 평생도 등도 유교계통 민화의 하나이다.
라. 장식용 민화
장식용 민화로는 산수화를 비롯해서 화훼·영모·초충·어해·사군자·풍속화·책거리도·문방사우도·기명절지도 같은 정물화 등 많은 종류의 민화가 있다.
⑴ 산수화:동양화의 대표적인 소재로서 민화에서도 산수를 그린 것이 많이 있다. 일반 회화보다는 채색을 많이 하며 필법에 관한 한 대단히 자유롭다. 대개 8폭의 병풍 형태인데 금강산도(金剛山圖)·관동팔경도·관서팔경도·고산구곡도(高山九曲圖) 등이 많으며 중국의 소상팔경(瀟湘八景)도 그려졌다.
⑵ 동·식물:벽이나 벽장, 다락문 등에 붙여지는 것으로 민화 가운데 그 수가 가장 많다. 주로 가문의 융성과 부부의 행복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으며 화조도(花鳥圖)가 대표적이다. 꽃과 새 이외에 물고기나 각종 야생동물들도 한쌍 또는 무리를 지어 그려졌으며 파초·모란·포도·사군자도 많이 그려졌다.
⑶ 풍속화:민화가 가진 성격과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소재로서 수렵도(狩獵圖)·해전도(海戰圖)·사화(史畵)·선유도(船遊圖) 등이 많다. 어린이들이 노는 백자도(百子圖), 농사와 길쌈을 그린 경직도(耕織圖), 민간의 행사 풍경을 그린 것 등이 있으며, 문학을 소재로 한 춘향전도(春香傳圖)·구운몽도(九雲夢圖)·삼국지도(三國志圖) 등도 많이 그려졌다.
⑷ 정물화:일상의 용품, 그 가운데서도 서책을 소재로 한 책탁문방도(冊卓文房圖)·책거리[冊架圖]·문방사우도(文房四友圖) 등이 대표적이다. 한 화폭에 여러 가지의 물상들을 회화적인 구도·색깔·균형·비례·대비 등의 기법으로 처리한 것인데, 정통 화풍의 세화(細畵)로부터 소박하고 익살스런 것에 이르기까지 많은 그림들이 남아 있다. 색조의 조화가 뛰어나고, 정갈한 가운데 창조적인 요소가 엿보여 현대적인 관점에서도 우수한 작품이 많다
민화장(民畵匠)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의 무형문화재
지정 번호 무형문화재 제18호
지정일 1996년 12월 31일
전승지 서울특별시 성북구
전승자 김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