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이 공휴일이라서 3일간의 연휴가 시작된다고 둘째아들이 공주 보러 부산을 가자고 졸라댄다.
지난번 바쁜 일 관계로 엄마만 내려주고 와 버려서 사진으로만 보는 조카가 실감이 안 나는가보다.
어떡하지! 조리원에서 나와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데 친정엄마가 돌 봐 주신다고는 했는데 인사차 한 번 더 가 봐야 될까!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 때 마침 큰 아들한테서 전화가 왔다. ‘별일 없으시지요? 아기 보고 싶으시면 한 번 오세요. 엄마 존경합니다.’한다. 말인즉 옛날에는 기저귀도 없었을텐데~
어떻게 저희 둘을 키우셨느냐!는 것이다. 장가가서 아이를 낳아 보아야 부모마음 안다더니 그 말 정말 거짓말 아닌가 싶었다.
뭐가 그리도 좋은지 헐레벌떡 하고 들어오는 둘째가 ‘엄마 형수님이 날 더러 부산 오라고 전화 왔어요.’ 한다. 그리고 이미 가기로 결정 했는지 손에는 유모차를 들고 서 있다. ‘이건 내가 꼭 유모차를 사 주려고 그 전부터 봐 두었든거야!’한다.
참 빠르기도 하구나! 잘 했다.
나는 주섬주섬 갈 준비를 서두르고 토요일 점심때가 되어서야 출발하며 내심 차가 밀리까봐 걱정이 앞선다.
마침 부산에서 모터쇼가 열리고 해운대 해수욕장이 개장을 했다고 들었기 때문에 아니나 다를까 섬진강 휴게소를 넘으면서 밀리기 시작하더니 가다서다 가다서다를 반복을 하고 언제가나 쉽다. 그런데 둘째가 엄마를 위해서 사전에 준비를 했다고 하면서 옛날 팝송을 틀고 같이 부르자고 한다. 한 참을 그리저리 가더니 그래도 답답했는지 장윤정 cd를 넣고 노래를 하다가 춤을 추다가 난리를 치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원래 성격이 밝기는 하지만 제 깐에는 엄마를 위해 최선을 다 하려고 노력을 한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덕분에 지루한 줄 모르고 6시간을 거쳐 드디어 도착하였다.
공주는 한 달을 넘어서인지 알아보게 자랐고 아직 회복되지 않은 며느리는 부기가 좀 있어 보이고 아빠가 된 아들은 그저 이것저것 바쁜 것을 보니 그래도 그런대로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둘째가 내비는 뜻밖에 선물에 며느리는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도련님! 고마워요고마워요 연발하는데 둘째는 내일은 내가 맛있는 것 사 드릴게요. 한다.
다음날 우리는 계획한데로 아들과 며느리만 외출을 시키려고 했는데 구지 우리 식구 같이 가야 된다고 하는 바람에 사돈집 식구까지 합해서 한 달 넘은 공주를 안고 첫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한 달밖에 안 된 아이를 데리고 나가서 괜찮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언젠가는 적응을 해야 하기에 분비는 시내보다는 시외로 나가기로 했다. 대신 아기는 할머니들 차지가 되고 모처럼 며느리는 홀가분한 몸이 되었다.
해변가를 걷고 있는 두 사람 그건 분명 엊그제까지 홀가분한 신혼이었지만 이제는 한 아이의 부모가 되기 위해서 몸살은 앓고 있는 것이다. ‘부디 지혜롭게 잘 지내다오’ 다행스럽게 공주는 순한 탓인지 그리 보채지도 않는다고 하니 안심인데 아들 하는 말 ‘아기는 무얼 그리도 생각하는지 눈만 동그랗게 뜨고 가만히 있어요’. 하는 말에 우리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태어날 때부터 말도 하고 눈도 보이는 줄 아는 아빠, 우리도 처음에는 그리 했으리라 싶다.
지난번 출산 때 왔을 때 사돈한테 점심 대접을 받아서 이번에는 내가 대접해야 한다. 막내딸이라서 나이도 많으신데 딸 산후조리 시킨다고 날마다 드나드시면서 얼마나 힘드실까 싶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나로서는 그저 감사하다는 말 이외 별 다른 것이 없지 않는가! 그래 생각 끝에 그 분들이 좋아하시는 음식으로 특별히 주문한 한정식 한 끼이지만 맛있게 잡수시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안도의 숨을 쉰다.
그런데 내가 계산을 하려고 했는데 어느 새 둘째가 먼저 계산을 하는 바람에 조금은 미안하기도 하고 힘들까 걱정이 됐다.
셋째 날 우리는 아침부터 바빴다. 해 주고 가야 할 일이 있어서다. 결혼하고 집들이 하는 날 둘째가 선물한 행복나무를 키우지 못하고 죽어 버렸다고 걱정하는 형 때문에 다른 나무를 심어주고 오려고 서둘러댄다.
아침을 먹고 둘째는 형과 함께 그 큰 화분을 차에 실고 우리는 함께 나무 파는 곳을 찾아갔다. 이곳저곳을 둘려보다가 다행이도 심어준다고 하기에 행운목을 하나 골라 심고는 큰 아들이 ‘엄마도 하나 고르세요? 여기까지 오셨으니 기념으로 하나 사 드릴께요.’한다. 그래 난 예전에 죽어버린 관염죽이 생각나서 집에서 키울 생각으로 조그마한 관염죽 하나를 골랐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 와 제 자리에 화분을 놓으니 두 아들들 얼굴에는 무언가 했다는 뿌듯함 때문인지 편안한 듯 환한 웃음에 돈다.
이제 일을 마무리 했으니 우리는 돌아가야 한다. 또 차가 먹히면 어쩌지 하면서 연신 걱정이지만 마지막 점심을 아들 며느리와 삼계탕을 맛있게 먹고 우리는 차에 올랐다. 2박 3일이지만 그저 아쉬워하며 벌써 백일을 기약하며 손을 흔들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 ‘건강하게 잘 지내야 한다.’라는 말을 남기며~
돌아오는 길 차는 막히지 않았지만 둘째한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항상 형을 많이 따르고 지금도 형이 온다고 하면 좋아한다. 그런 형이 광주에서 부산으로 다시 가게 되었을 때 많이 서운해서 힘들어 하던 둘째, 언제나 집에 들어오면 형한테 전화 안 왔냐고 먼저 묻고 하던 애가 이번에는 제법 어른이 되었는지 제 할 노릇을 하겠다고 이것저것을 챙기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둘째한테 이번에 지출이 많아서 어떻하지?하고 물으니 ‘엄마도 참 제가 할 도리를 할 뿐인데요. 그래서 돈을 버는 것 아닌가요’ 한다. 그래 돈은 벌어서 어떻게 써야 하고 꼭 써야 할 때, 그리고 쓰지 않으면 안 될 때가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그래! 네가 자랑스러운 나의 형이라고 폰에 입력하고 다니는 것처럼 오직 두 형제, 네 마음속에 언제나 자랑스러운 형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싶다. 네 형 역시 너의 마음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으니까~
첫댓글 아들들 잘 키웠고. 좋은 며늘아이 두셨습니다. 그리고 사돈도요.
행복한 나들이 였군요. 내가 만약 동행했다면 자동차 모터쇼도 가 보았을 것인데 나도 지금 부산 가고 싶거든요.
자동차 모터쇼보러요. 행복하세요.
정말 사랑 가득한 가족입니다 행복한 냄새가 군침돌게 납니다
처음 친소녀를 보셨는데 멀리 떨어져 부산에 있으니 얼마나 눈에 선 할까요......
엄마를 위하는 아들들... 참 잘 두셨네요
더 칭찬하고 싶은것은 며느리네요. 며느리도 잘 보신 듯합니다. 복을 스스로 짓고 있는 마음가짐을 가졌어요.세상 부러울것이 없는 듯합니다 잉꼬님
하나의 새 생명으로 인해 온 가족이 행복에 겨워있는 모습,함께 미소 지으며 따라 행복해집니다.
형,아우 제 몫을 넘치게 잘하며 뿜어내는 진한 우애가 또한 감동입니다. 잘 성장한 두 아들들을 지켜보시는 잉꼬님! 보람있고 따뜻한 여생이십니다. 삼촌의 조카사랑도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