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새벽 출근길에 눈은 계속 내렸다. 도로 위에도 눈이 쌓여 차선을 가렸다. 저만치 있던 중앙분리대가 보이지 않았다. 필자는 평소대로 속도를 줄이지 않은채 주행하였다. 갑자기 “꽝!”하는 소리와 동시에 앞이 깜깜했다. 잠시 후 정신 차려보니 에어백이 내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나는 죽지 않았다!” 초대형 사고였는데 기적적으로 살아있었다. 다친 곳 하나 없어 모두들 하늘이 도왔다고 했다. 45년간 운전사고 없었는데 처음 겪은 대형사고였다. 차 앞쪽이 다 나가고 중앙분리대 파이프가 본넽을 뚫고 들어가 있었다. 안전사고는 순간적으로 발생한다. 정부에서 “5초만!” 캠페인이 있을 때 필자는 매일 직원교육을 했다. “5초만?” “5초만!”을 중얼거리며 시작 전 5초, 끝날 때 5초씩 더 긴장하고 일을 진행하도록 하는 캠페인이었다. 50년 소기업을 운영하면서 이렇게 안전교육을 하던 필지가 안전사고를 낸 것이다. 사고원인은 ① 45년간 무사고 운전자라는 자만심 때문이었다. ② 큰 눈 내리는 눈길인데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③ 차선이 보이지 않는데 1차선을 주행하였다. 1차선 옆에 중앙분리대가 있다는 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눈길에 차가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것이다. ④ 5초만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한 필자가 정작 자신은 5초만을 실천하지 못했다. 튕겨 나온 파이프가 유리창을 뚫고 들어왔더라면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더라면 나는 죽었을 것이다. 40년 전에 포니라는 국산차가 나왔을 때다. 언덕이 있는 시골길에서 큰 사고가 났다. 언덕 위를 무시하고 고속으로 달려오던 포니 택시가 내 차를 들이받으면서 갓길낭떠러지로 굴렀다. 그 차는 폐차할 정도로 부서졌지만 내 차는 앞 범퍼 부분과 라이트 일부가 나가는 정도로 상태가 양호했다. 운전한 필자도 다친 곳 없어 다행이었다. 차체가 튼튼한 차를 탔기 때문에 안전했다. 그 후 나는 새 차를 구입할 때 차체가 크고 튼튼한 차만을 선택했다. 45년 이상을 그 원칙을 지켰기 때문에 이번 사고에서도 내가 안전했지 않나 생각한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날 수 있다. 누구에게나 날 수 있다. 순간순간 안전수칙을 지키며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주차하고 내리는 순간까지「안전!, 안전! 5초만 늦게, 5초만」확인해도 안전사고는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