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공양간에서 녹두를 까고 있는데
영광이가 조용히 다가와 기분이 좋지 않아 밥모심을 하지 않고 혼자 먼저 걷고 싶다고 하네요.
그러라 하고 아이들을 둘러봅니다.
어제 밤에 아빠를 보러 간 준서도 빠지니, 여간 허전한 게 아니네요.
구름족 모임에 갔다가 은새와 걸으러 나갔는데 수박꽃이 바다 앞에 와 계시네요.
수박꽃이 은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오셨다네요.
오늘 하루 은새와 함께 보내게 하달라고 요청을 하셔서 의아해 하는 은새를 엄마차에 태웠습니다.
아침열기를 하고 수업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을 교실에서 내보내고 책상 줄을 맞추고 탁자 위를 정리하고 촛불에 불을 켭니다.
아이들 하나 하나와 눈을 맞추며 악수를 나누고 한 명씩 교실 안으로 들어와요.
날마다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인이는 인사하면서 수업하기 싫다고 하네요.
수업을 하기 싫으면 나가도 된다고 했는데 갈데가 없다며 그냥 그림자처럼 앉아있겠다고 해요.
오늘은 메디치가와 연관된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인이가 다훈이에게 장난을 겁니다.
두 번 정도 주의를 주자 인이는 조용히 앉아있습니다.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보고, 피렌체의 두오모를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시를 쓰는 동안에도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정보를 찾아온다고 왔다갔다 하는데도 인이는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그렇게 수업을 마무리하고 오늘은 도서관에서 다함께 밥모심을 했습니다.
7학년은 발우공양을 하니 무대 위로 올라가고 89학년은 기둥 앞쪽에 일렬로 앉았습니다.
밥모심 하는 동안 두더지가 책을 읽어주셨는데, 씨앗, 새싹 아이들은 이야기 듣느라 밥먹는 걸 잊어버릴 정도로 집중을 하네요. 참 귀여웠어요. 그런데, 무대 위의 7학년들은 무척 산만합니다. 화장실에 다녀온다고 나가서 함흥차사인 아이들, 계속 장난치고 웃는 아이들... 노트에 낙서를 하는 아이... 밥모심이 끝나고 천지인 아이들과 마주앉아 밥모심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코알라, 다람쥐와 함께 신나게 축구를 하고
가족회의 시간.
밥선생 문제, 금요일 귀가 문제, 공양간 의자 정리, 복도에서 뛰는 것, 탁구 치고 정리 안하는 것, 구름족 장소 정하기, 천지인 생일잔치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후 생일 떡을 나누어 먹었어요.
개인 악기 레슨 시간이 끝나고 8학년 아이들은 두더지와 자장면을 먹으러 나가고
저는 79학년 친구들과 저녁 밥모심을 함께 했습니다.
그리고 '천년을 멋짓다' 모임에 갔어요.
오늘은 날씨 때문인지 기분이 좋지 않은 친구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영광이, 다훈이, 금강이, 인이.... 정말 우리 천지인은 중2 병에 걸린 것일까요?
그래도 좋은 날,
밖에 바람은 세차지만, 내일은 또 해가 뜰테니,
모두 편안한 밤 되시길...
고맙습니다.
첫댓글 언제나 위풍당당 다하지^^
오늘도 수고많으셨어요~그래서 감사^^
선생님께서 아이들 하나하나 마음 써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날씨 좋아지면 아이들도 괜찮아지겠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