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예지가 일주일을 학교도 못 갈 정도로 독한감기에 걸렸습니다. 아이들은 아플 만큼 아파야 회복되는걸 알기에 안쓰럽긴 하지만 크게 걱정이 되진 않았는데..예지는 유독 아픈걸 힘들어합니다. 코가 막혀 답답한 것도.. 기침이 나는 것도..입맛이 없는 것도... 고통스럽고 불편해합니다. 심지어 민채는 안 아프고 본인만 아픈 게 억울해서 하나님도 너무 하시다며~ 분을 내기도 합니다. 감정 간호에 버거워 차라리 내가 아픈 게 낫지~하던 찰나에 진짜 내가 아프게 되었습니다. 보름 가까이를 앓았는데 아직 코 막힘이 심해 코맹맹이 소리가 나니.. 예지가 듣기 싫으니 할 말 있음 종이에 쓰라고 합니다. 자기 감정에 여과장치가 없는 예지는 아프니 늙어보인다는 말까지 보태줍니다. 이렇듯 봐주지 않는 예지 덕에 아프면 내 손해ㅡ라는 마음으로 빨리 나으려고 쳐다도 보지 않던 영양제를 찾아 먹게 됩니다. 제 핸드폰에 저장된 이름대로 '엄마의 영양제 천사예지'가 맞는듯합니다. 제 아픔을 통해 아픈 이웃의 마음을 알지 못하고 건성으로 건냈던 위로의 부끄러움을...매년 당연한 듯 누린 꽃들 가득 찬 4월의 아름다움의 감동을 새롭게 느낄수 있게 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서로를 향한 사랑과 위로가 어제의 고달픔 잊고 내일의 염려가 덜어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위로자의 기도 ㅡ이해인
제가 아픈 것을 보고
누군가 작은 위로를 받는다면
그것도 좋아요
말로 하는 힘없는 위로보다
더 좋아요
저의 아픔에 대한 두려움을
아직은 극복을 못했지만
아픈 사람을 조금만 덜 아프게
슬픈 사람을 조금만 덜 아프게
도와줄 수 있는
어떤 힘을 제게 주세요
큰 능력이 아니라도 좋으니
저만 아는 사랑의 비결로
진정한 위로를 줄 수 잇고
순간치유라도 할 수 있는
마법사가 꼭 되게 해주세요 하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