謝監試試員表
李奎報
云云
掄材任重에 授柄人難한데 有命諄諄이 自天假手하니 省躬懔懔하여 無地措顔이라 (中謝)
운운.
인재를 뽑는 소임이 중하옴에 권한을 맡길 만한 사람을 택하기 어렵사온데, 곡진함을 다한 命이 임금님으로부터 臣에게 내려 손을 빌리시니, 자신을 반성함에 송구하여 얼굴을 들 수 없사옵나이다. 중사(中謝)
伏念 臣賦性迂䟽하고 爲人遲澁하되 早年嗜學하여 對螢案以忘疲하고 晚歲牽名하여 掩蠹篇而懶講이라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신은 天性이 迂闊하고 爲人이 느리고 둔하되 일찍부터 學을 즐겨 螢案을 대하여 피곤함을 잊었고, 말년에는 벼슬에 끌려 낡은 책을 덮고 읽기를 게을리하였나이다.
* 형안(螢案): 진(晋)나라 차윤(車胤)은 밤에 글을 읽는데 촛불이 없어 반딧불을 많이 모아 엷은 비단 주머니에 넣어 촛불을 대신하였다는 고사(故事)에서 온 말.
* 두편(蠹篇): 낡은 책.
及典演綸之職하여 更尋束閣之文하여 其服膺經術之痛勤이 若求擧塲屋之平昔이나 尙緣衰耄하여 多至遺忘하니 豈圖稽古濬哲之心까
그 뒤 승지(承旨)의 직을 맡음에 미쳐, 다시 높은 시렁에 묶어 두었던 글을 뒤져내어, 그 경술(經術)을 공부하는 부지런함이 마치 전일에 과거에 급제하기를 위함 같았사오나, 워낙 노쇠한 탓으로 대부분 유망(遺忘)이 많습니다.
* 복응(服膺): 공부하다. 교훈(敎訓) 같은 것을 늘 마음에 두어 잊지 아니함. 가슴속에 품어 둠.
猶記讀書勤苦之力하여 特加寵訓하여 俾闢文闈니이다 顧無皮裏之春秋하니 曷辨眼前之朱紫잇가
이제 뜻밖에도 옛것을 상고하시는 준철(濬哲)하신 성심(聖心)으로 오히려 신의 독서에 근고(勤苦)함을 기억하시어 특히 총훈(寵訓)을 내려 과장(科場)의 시관(試官)을 명하시오니, 돌아보건대, 가죽 속의 춘추가 없이 어찌 눈앞의 주(朱)와 자(紫)를 분변하오리이까.
* 문위(文闈): 과장(科場)을 달리 이르는 말.
* 피리지춘추(皮裏之春秋): 진(晋)나라 저계야(褚季野)는, “입으로 말하지 아니하여도 가죽 속의 춘추[皮裡春秋]가 사시(四時)의 기운을 다 갖추었다.” 하였다. 그것은 마음속에 옳고 그른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뜻이다.
讓莫迴於上聽에 始則心兢이나 情已激於聖知하여 忽焉涕出하며 被人所羡知身益榮이라 此蓋伏遇聖上陛下ㅣ 欲網羅天下之衆才하여 先奬飾邇聯之末士니 旣厚以豢養之澤에 又畀之品藻之權하니 仰惟此恩에 何以爲報잇가
사양하여도 위의 뜻을 돌이킬 수 없겠삽기에 처음에는 마음에 송구하였사오나, 정이 이미 알아주심에 감격되어 문득 눈물이 흐르오며, 남에게 부러움을 받을 만큼 이 몸이 더욱 영광된 줄을 알겠나이다. 이는 대개 성상폐하께옵서 천하의 많은 인재를 망라하고자 하시어 먼저 근시(近侍) 반열의 말단 선비를 영광스럽게 하심이오니, 이미 후한 녹(祿)으로 길러 주시는 터에 또 인재를 판정하는 권한까지 주옵시니, 우러러 이 은혜를 생각하옴에 무엇으로 보답하오리이까?
考藝知人은 則雖臣之所短이나 得賢助國者는 卽今也其時오니 但當努力竭精하여 礪朽磨鈍하고 積塵成岳하여 庶培千仞之高하며 披沙揀金하여 儻得雙南之寶云云이라<東文選 36卷>
재주를 고사하여 사람을 앎은 비록 신의 부족한 점이오나, 어진 이를 얻어 나라를 도움은 지금이 바로 그때이오니, 다만 마땅히 있는 힘을 다하여 둔한 것을 갈아 날카롭게 하고 티끌을 모아 산을 이룸으로써 천 길의 높이를 북돋고자 하오며, 모래를 뒤적여 금을 골라냄으로써 혹 쌍남(雙南)의 보배를 얻을까 하옵나이다. 운운.
* 쌍남지보(雙南之寶): 한(漢)나라 장형(張衡)의 사수시(四愁詩)에, “무엇을 주랴, 쌍남금이다.” 하였다. 쌍남금은 남방에서 나는 품질 좋은 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