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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학교 교육에서는 과학은 진리를 탐구하며, 인문학과 달리 정확한 해답이 존재하는 학문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최근의 과학자들은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고 주장하면서, 다만 현 단계에서 그것이 ‘사실’로 입증되었을 뿐이라고 논하고 있다. 아마도 몇 년 전 실험의 ‘조작 논란’으로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었던, 황모 박사의 사례는 자연과학에 대한 맹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울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과학에서 실험은 매우 중요한 검증 수단이지만, 그것이 인위적인 조작에 의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지식’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하나의 지식이 당연한 상식으로 정립될 때까지의 과정은 무척이나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원자의 존재를 추적하는 위대한 모험’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물질의 최소 단위라고 일컬어지는 원자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의 철학적 사유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또한 그것을 만화를 통해서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흥미롭게 다가왔다. 아마도 글이나 도표 등이 꽉 채워진 내용이었다면, 읽는 것을 완전히 마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가 스스로 규정했듯이 이 책은 ‘만화로 그려낸 과학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에서는 그 주제가 원자에 집중되어 있을 뿐이다.
책의 앞머리에 놓인 김상욱의 ‘감수의 글’에서 원자의 존재를 밝히려는 노력은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논하고 있다. 알기 쉽게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서 과학사를 펼쳐내고 있는 이 책이 ‘이공계 학생들이 읽어도 도움이 될 정도’라고 논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물질의 구성 요소를 다양하게 논했던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나는 문득 흙과 물 기리고 불과 바람의 4가지 요소가 물질을 이루는 것이라는 ‘4원소설’을 토대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지막 남은 하나인 ‘사랑’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영화 <제5원소>를 떠올렸다. 이러한 영화적 상상력의 기반에는 결국 물질의 기본 구성과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물질의 기본 요소로 원자를 상정하고, 그것을 찾는 과학자들의 논의들을 추적하는 형식이다. 아마도 종횡으로 논의를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아톰 익스프레스>라는 열차를 타고 과학사를 탐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주인공이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와 함께 열차를 타고서, 시대를 좇아 다양한 과학자들을 만나는 설정으로 되어 있다. 만화라는 형식과 다양한 도표들을 제시하면서, 과학사의 주요 이론과 과학자들의 논쟁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주장이 가설로 제시되고, 그것이 실험과 논증을 통ㅎ래서 하나의 학설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대해서 설득력이 있는 설명과 함께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이해된다. 때문에 나처럼 과학을 어렵게 여기는 사람들에게도 그 내용이 잘 이해되고 있다 할 것이다. 물론 여전히 과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에 대해서는 나는 문외한이라 할 수 있겠다.
과학사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들이 맞서고, 그것들 가운데 어느 하나가 어떤 시대에는 주로적인 학설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던 학설이 시간이 흘러 과학적인 실험 등으로 입증되어, 후대에는 기존의 학설을 제치고 주류 학설로 자리를 잡게 되기도 한다.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으며 그 실체의 입증 가능성도 쉽지 않은 원자를 찾기 위한 과학사의 문제가, 만화 속에 소환된 다양한 과학자들에 의해 논쟁과 토론 형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물질의 최소단위인 ‘근원물질’을 찾으려는 그리스 철학자들의 노력은 당시 철학의 주요 논제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이를 통해서 그리스 철학이 발전하게 되는 하나의 요인이 되었던 것이다. 실상 지금은 자연과학과 철학은 별개의 학문으로 치부하고 있으나, 실상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하려는 다양한 시도는 철학적 사유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사에서 ‘플로지스톤’과 ‘탈플로지스톤’이라고 설명되던 원소들이 라부아지에의 구체적인 실험 과정으로 서로 다른 이름으로 정착이 되고, 아보가르드를 비롯한 과학자들에 의해 물질을 하나의 화학식으로 표기하는 방법이 개발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이밖에도 전기분해를 통해 더 많은 원소들을 발견하고, 각종 원소들의 특성과 질량을 따져 주기율표로 완성해나가는 과정 역시 과학이 지닌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지금은 과학에 대한 기본 지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들이 가설의 설정과 실험 과정을 통해 하나의 학설로 자리를 잡는 과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실험만능주의’라 할 수 있는 과학계에 ‘이론 물리학’이라는 분야가 정립되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저자는 ‘원자는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그것을 발견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 과학자들이 원자를 존재하게끔 만들어낸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이 절대적인 진리를 발견하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 창조적인 일을 해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도 한다. 즉 과학을 움직이는 힘들 중에 분명히 상상력이 만만치 않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학에서 과학교육을 전공했던 저자 역시 문제 풀이 위주의 교육 방식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과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이유를 찾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부분의 ‘글을 맺으며’에는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과학을 주제로 한 만화를 그리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진지한 과학 만화책을 그리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과학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저자의 소망에 한 걸음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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