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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국근대문학관에서 2018년 11월 같은 이름으로 전시했던 자료들을 사진으로 제시하고, 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붙여 엮은 것이다. 여러 해 전에 근대문학관에서 주관하는 특강의 강사로 요청을 받고 다녀왔던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문학관에서 실시하는 행사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인연을 기억하고 있던 문학관에서 나에게 보내준 것이다. 한국근대문학을 다룬 책들은 적지 않지만, 특징적인 것은 이 책에서는 1894년 이후 출간된 문학 작품들을 시대와 장르별로 사진을 싣고 그에 대한 간단한 해제를 덧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여기에 소개된 내용들을 통해, 독자들은 근대문학사의 흐름을 일별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갑오개혁을 기점으로 한국의 근대문학을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에서도 ‘신문학의 씨앗을 뿌리다’라는 제목으로 1894년부터 1910년까지 출간된 소설(5종)과 시(3종)를 소개하고 있다. 이인직의 <혈의 누>를 비롯한 신소설 2종과 이른바 계몽소설이라고 할 박은식의 <서사건국지>와 신채호의 <을지문덕>이 수록되어 있다. <서사건국지>의 ‘서사’는 ‘스위스’를 가리키는데, 국운이 기울어가던 암울한 상황 속에서 스위스의 건국 과정이나 을지문덕 같은 영웅의 탄생을 기대했던 당시 계몽운동가들의 시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일제에 의한 강점이 시작되는 1910년부터 3.1운동이 일어나던 1919년까지의 시기의 문학작품들을, ‘근대문학이 출발하다’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수일과 심순애로 잘 알려진 조중환의 <장한몽>을 비롯한 소설 4종과 김억이 서구시들을 번안하여 엮은 <오뇌의 무도> 등 4종의 시 자료들이 소개되어 있다. 이 시기까지가 근대문학사의 여명기에 해당한다면, 본격적인 문학사가 펼쳐지던 시기는 1919년 이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1925년까지의 시기를 ‘근대문학, 현실에 뿌리를 내리다’라는 제목으로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는 모두 9종의 소설과 5종의 시, 그리고 박영희의 <소설 평론집>을 ‘평론과 수필’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문학사에서도 단편소설의 활발한 창작과 김소월과 한용운에 의한 시 창작 등을 주요한 특징으로 들고 있다.
1925년을 기점으로 사회주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수용되면서, 이른바 ‘카프’라고 하는 신경향파 문인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항거 의지를 밝혔던 이들 문인들의 활동은 결국 1930년대 초반에 카프가 해산당하면서 좌절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문학사에서는 가장 왕성하고 풍성한 작품들의 창작이 이루어졌던 시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1935년까지를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으로’라는 제목으로, 17종의 소설과 10종의 소설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전쟁의 소용돌이로 치달아가던 일제에 의해, 1935년 이후에는 문단에도 암흑기가 찾아온다. 현실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일부 문인들은 개인적 소회나 자연이라는 관념적 주제를 작품에 담아낼 뿐이었다. 이 책에서도 1935년부터 1945년까지를 ‘엄혹한 시절에 문학의 꽃을 피우다’라는 제목으로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10종의 소설과 14종의 시, 그리고 5종의 ‘수필과 평론’ 자료가 수록되어 있다. 문학사에서는 이 시기에 비로소 평론이 시작되었다고 논하기도 한다. 물론 이 당시 상당수의 문인들은 일어로 작품을 창작하고, 또한 일제 당국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친일의 행적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당시 문인들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그에 대한 엄정한 평가를 내려야만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학사의 마지막 항목으로 해방이후 한국전쟁 이전까지의 해방기를 ‘새로운 민족문학을 향하여’라는 제목으로 소개하였다. 4종의 소설과 4종의 시, 그리고 5종의 평론과 수필 자료들을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특히 남과 북에 서로 다른 이념 지향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끝내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초래되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또한 부록으로 ‘한국 근대문학 출판 환경 스케치’라는 제목으로, 모두 5개의 항목에 걸쳐 출판법과 판권 문제 등 다양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비록 문학사처럼 상세한 내용을 서술하고 있지는 않으나, 현대문학사를 간략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리라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그 시절에 출간되었던 작품들을 초판본의 형태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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