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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적 배경이 미국의 ‘서부개척시대’가 아닌가 느껴질 정도로 조금은 낯설게 받아들여졌다. 저자가 처한 상황과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생활했던 저자의 과거 상황을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이었다. 이 책은 정부의 모든 정책을 적대시하고, 사회 복지의 외곽에서 생활하면서 병원조차도 외면하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가족의 일원으로 성장하면서, 종교적 교리와 부모의 신념에 철저하게 순응하면서 살았던 한 여성이 자신의 주체를 찾아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몰몬교도인 저자가 정부에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부모로 인하여 ‘홈스쿨링’이라는 명분으로 교육에서 철저히 방치된 채 생활을 했고, 남성중심의 교리로 인해서 아버지와 오빠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그대로 순응하면서 생활을 했다고 한다.
더욱이 저자가 겪었던 일이 20세기 말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최근에 벌어졌다는 것이 더욱 놀랍게 다가왔다. 몰몬교 교리의 특징이 무엇이고, 그들의 신념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에 대해서는 우선 논외로 하겠다. 다만 자신의 신념을 자식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강요했을 때, 그것이 폭력적인 형태로 발현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의 내용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부모는 종교적 교리를 신봉하면서, 모든 것을 ‘신의 뜻’이라는 관점에서 행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신의 뜻’의 자신의 ‘그릇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은 없었을까? 오히려 그러한 그릇된 신념이 자식들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부모의 강압적 태도에 비판적인 자식들 일부는 가족들을 떠나 독립된 생활을 통해서 자신의 주체를 회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부모 혹은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도 드러난다. 대학 진학을 생각하기 이전에 살았던 삶의 환경이 ‘비정상적’이었음을 저자는 대학 생활을 하면서 비로소 자각하게 된다. 그러한 저자의 자각에는 ‘교육의 힘’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 중요하며, 교육을 통하여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을 깨치기 위한 저자의 노력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으며, 또한 가족과 대학을 오가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었고 그것을 극복햇던 저자의 의지가 돋보였다.
이 책에는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아마도 저자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접한 공교육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특별한 가족’으로 인해 조성된 환경은 결코 교육적이라고 할 수도 없었으며, 더구나 자유라는 개념을 생각하기에도 적절치 않았기 때문이다. 500면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도, 일단 한번 잡았던 책을 손에서 떼기가 힘들었다. 내용이 그만큼 충격적이었고, 자신의 과거를 담담히 기억해서 진술하는 저자의 문체가 인상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자신의 성장 배경과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의 상황을 솔직한 내용으로 서술하고 있다. 현재의 주체적인 모습으로 서기까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던 저자의 의지가 돋보였다.
또한 교육이라는 이름을 빙자하여 자식들에게 일방적으로 부모의 뜻만을 강요하는 행위는 또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만약 저자가 한국의 교육제도에 놓여있었더라도, 현재의 모습처럼 빛나는 존재로 설 수 있었던가에 대한 물음에는 나로서는 동의하기가 쉽지 않았다. 부모의 입장에서 오로지 특정 대학 진학을 위한 욕망의 대리인으로 자식들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을 우리 교육제도를 되돌아보고, 성공만을 강조하는 우리 욕망의 모습을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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